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na Lee Aug 31. 2024

덤보의 그 서점

New York New York 19

브루클린 덤보에 있는 파워하우스 아레나(THE POWERHOUSE ARENA) 서점에 갔다.

덤보(Dumbo)는 Down Under the Manhattan Bridge Overpass(맨해튼 브리지 고가도로 아래)의 약자로, 맨해튼 다리와 브루클린 다리 사이에 위치한 지역을 말한다. 창고와 공장이 많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아트 갤러리, 고급 콘도, 스타트업 사무실, 커피숍 등이 많은 힙한 곳이다.

1995년 대니얼 파워(Daniel Power)는 POW 브랜드 아동도서와 예술 서적들을 출판하는 파워하우스 독립출판사(powerHouse Books)를 설립한다. 이 출판사가 2006년 문을 연 독립서점이 바로 파워하우스 아레나 서점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툭 트인 모던한 공간이 눈앞에 펼쳐진다. 서점의 넓이에 비해 책이 많지는 않았지만, 모두 다른 서점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엄선된 책들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뉴욕을 주제로 한 많은 책과 포스터들이 서점의 입구 쪽 벽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진정한 로컬 서점의 면모가 아닐 수 없다.


파워하우스 아레나는 서점이자 전시, 강연, 독서, 이벤트의 공간으로도 쓰이고 있다. 도서 출판회, 저자 사인회 등 많은 문학 행사들을 꾸준히 개최해 오며 지역 문화 발전에 이바지하는 곳이다.

논픽션, 라이프스타일, 일러스트레이션뿐 아니라 사진, 음악, 영화 등 선별된 예술분야 도서들이 눈길을 끈다. 또, 수제 문구류와 로컬 디자이너들이 만든 주얼리도 판매하고 있었다.


파워하우스 아레나 서점은 요리 도서 론칭을 주관함으로써 브루클린 지역 음식문화 형성의 한 파트를 담당하고 있기도 하다. 다양한 음식 관련 책들이 있었는데, 'The Korean Vegan Cookbook(한국 채식주의자 요리책)' 포스터도 보였다.


파워하우스 아레나 서점이 여는 어린이를 위한 행사들은 브루클린을 넘어 다른 지역에 사는 가족들에게까지 즐거움을 준다고 한다. 널리 사랑받는 어린이 책 저자들을 일요일 오후 책읽기 행사에 초청하기도 하고, 서점 직원들이 지역 아동들을 위해 매주 스토리 타임을 열기도 한다.

서점 책의 거의 절반이 아동 도서로 보일 만큼 아이들을 위한 책이 많았다. 종류가 세분되어 있어 책을 고르기가 편했으며, 귀여운 소품과 낮은 벤치 등을 활용한 진열은 아이들을 책으로 끌어당기기에 충분했다. 이곳에서 책과 함께 마음껏 꿈을 꾸고 상상을 펼칠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1.5층의 공간은 행사를 위한 곳인 듯했다. 불이 꺼진 채 고요했지만, 지역 행사가 열릴 때는 사람들로 꽉 차는 활기 넘치는 공간이 될 것이다.


가을이 지금 막 모퉁이를 돌아 달려오고 있다. 가을엔 공기에서 책 냄새가 난다.

책들을 구경하며 종이 냄새에 몸을 담그며, 독서에의 열정을 불러보았다. 덤보를 닮아 예술적 분위기가 흐르는 서점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다가, 좋은 생각과 행복한 감각을 늘 지닌 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영감(inspiration)의 보물창고 같은 서점, 덤보의 그 서점이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