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을 여행하다 2
서울에 있을 때 내가 머물던 숙소 근처엔 산과 개천이 모두 있었다. 덕분에, 가끔 꽃이 흐드러진 개천변을 산책하기도 하고, 산자락과 맞닿은 골목길 작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기도 했다.
도시 한복판에선 듣기 어려운 새들의 요란한 울음소리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하곤 했는데, 뉴욕으로 이사 온 후 오랜만에 들어보는 이른 아침 새들의 지저귐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새벽 네 시만 되면 내 방 창가 나무 위에 새들이 날아들던, 시카고에 살던 때도 그리워졌다.
새들의 맑은 노랫소리를 들으며 침대 옆 커튼을 열면 창문 밖으로 푸른 숲이 마치 한 폭의 커다란 그림처럼 펼쳐졌다. 창 밖 풍경을 넋 놓고 바라보고 있으니, 그 짙푸름이 온통 가슴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새들의 소리를 들으며 숲멍을 하다가, 오랫동안 듣지 않았던 노래 하나가 생각났다 ⎯ 커린 베일리 레이(Corinne Bailey Rae)가 부른 'Put Your Records On'(2006)
Three little birds sat on my window
And they told me I don't need to worry
Summer came like cinnamon, so sweet
Little girls double-dutch on the concrete
Maybe sometimes we've got it wrong, but it's alright
The more things seem to change, the more they stay the same
Don't you hesitate
Girl, put your records on, tell me your favorite song
You go ahead, let your hair down
Sapphire and faded jeans, I hope you get your dreams
Just go ahead, let your hair down
You're gonna find yourself somewhere, somehow
Blue as the sky, sombre and lonely
Sipping tea in a bar by the roadside
Don't you let those other boys fool you
Got to love that afro hairdo
Maybe sometimes we feel afraid, but it's alright
The more you stay the same, the more they seem to change
Don't you think it's strange?
'Twas more than I could take, pity for pity's sake
Some nights kept me awake, I thought that I was stronger
When you gonna realize that you don't even have to try any longer?
Do what you want to
세 마리 작은 새들이 나의 창가에 앉아
걱정하지 말라 말해줬어
달콤한 계피향처럼 여름이 왔지
어린 소녀들이 콘크리트 바닥에서 줄넘기를 하네
가끔은 틀릴 때도 있지만, 그래도 괜찮아
많은 게 변해 보일수록, 그들은 더 그대로야
망설이지 마
친구야, 음악을 틀어, 제일 좋아하는 노래가 뭔지 말해줄래
계속해, 편한 마음으로
사파이어와 바랜 청바지, 네가 꿈을 쫓아가길 바랄게
그냥 가, 편한 마음으로
어디선가 어떻게든, 너 자신을 만나게 될 거야.
파란 하늘처럼 우울하고 외로워
길 가 바에 앉아 차를 마시지
다른 남자들에게 놀림감이 되지 마
너의 곱슬머리도 사랑해야 해
가끔은 두렵지만, 그래도 괜찮아
네가 그대로일수록, 그들은 더 변하는 것 같아
이상하지 않니?
견뎌내기 힘든 날도 있었어
잠 못 이룬 밤들도 있었지, 난 내가 더 강한 줄 알았는데
넌 언제쯤 알게 될까, 너무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걸
그냥 네가 하고 싶은 걸 해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사람들은 내게 잊으라거나 기분을 바꿔보라고 한다. 예전엔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상황이 바뀌지 않는 한, 내 기분은 결코 나아지지 않을 것이며 그런 무능해 보이는 내 모습과 마주 서는 건 더 처참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문제를 풀어보려 했고, 영혼을 갈아 넣어서라도 내 앞에 버티던 묵직한 돌덩이를 치우고 싶었고, 정면돌파만이 신속한 해결책이라고 믿었다. 그러다 보면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된 듯 보였고, 나는 그제야 안도하며 멈췄던 발걸음을 계속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후 깨달았다. 풀린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바뀐 건 아무것도 없었다는 걸. 그저 내 고집에 나 자신이 항복하듯, 달라졌다고 믿었던 것뿐이라는 걸.
그리고 알았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건 상황이 아니라 나 자신의 생각,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라는 걸 말이다. 세상엔 우격다짐으로 되는 일보다, 물이 흐르는 듯한 자연스러움 속에 이루어지는 일이 더 많다는 것도.
내 마음과 음악이 하나가 되던 순간, 가슴에 그리움 한 조각으로 저장했다.
Put Your Records On - Corinne Bailey R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