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을 여행하다 3
서울에서 머물던 숙소 근처 공원을 산책하다가 주변 풍경과 잘 어우러진 도서관을 만났다.
불광동 산자락에 있는 은평구립도서관 ⎯ 일제 강점기의 시인이자 독립운동가 윤동주(1917-1945)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2018년 문을 연 도서관이다.
도서관 이름인 '내를 건너서 숲으로'는 윤동주 시인의 시 '새로운 길'의 첫 구절을 따온 것이라 한다.
그가 다닌 평양 숭실중학교가 바로 은평구 숭실중. 고등학교의 전신이며, 학교 가까운 공원에 이 도서관이 서게 된 것이다.
도서관은 모두 네 개 층으로, 지상층(Ground floor)에는 어린이 자료실, 1층에는 세미나실과 디지털 자료실, 2층에는 시문학 자료실과 공연장, 3층에는 다목적실이 있었다.
지상층인 맨 아래층에 들어서자마자 어린이 자료실이 보였다.
1층에서는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원화전시를 볼 수 있었다.
도서관 곳곳에서 읽게 된 낯익은 윤동주 시인의 시들이 반가웠고, 그의 작품에 담겨있는 독립에의 열망을 생각하니 가슴이 뜨거워지기도 했다.
자연조명으로 실내는 은은하고 아늑했으며, 창 밖으로 보이는 푸른 숲이 아름다운 도서관이었다.
윤동주 시인의 발자취를 담은 사진과 자료들도 전시돼 있었다.
중학교 다닐 때부터 읽던 그의 시집을 아직도 고이 간직하고 있는 나에게 이 도서관은 감동이었고, 여기서 보낸 시간은 잊지 못할 기억이 되었다.
시인의 유고가 보존되었던 정병욱 가옥의 사진도 보았다. 전라남도 광양시 진월면 망덕리 249에 1925년 건립된 이 집은 국문학자 정병욱의 옛 집이다. 정병욱은 윤동주 시인의 연희전문(연세대학교) 후배였으며, 윤동주 시인은 1941년 발간하려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자필원고를 일제의 감시를 피해 정병욱에게 맡기고 유학을 떠난다. 그 후 강제징병을 당한 정병욱은 어머니에게 이 원고를 맡겼고, 그의 어머니가 항아리에 원고를 숨겨 보관했다고 한다.
1948년 정병욱은 마침내 이 유고를 발간했으며, 윤동주 시인의 자필유고는 연세대학교에서 보관하고 있다.
그리움에 가슴이 미어질 때가 있다. 그리운 고향, 그리운 사람들, 그리운 순간들, 그리고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어린 시절.. 그래도 그리면서 살아갈 수 있는 게 나쁘지만은 않다. 그리운 게 아무것도 없다면, 가고 싶은 곳도 보고 싶은 사람도 추억할 그 무엇도 없고, 바라볼 곳도 기다릴 것도 소망하는 것도 없이 살아간다면, 삶에 무슨 감흥이 있을까.
마음속에 그리움을 품고 사는 건, 과거와 미래 그리고 현재를 동시에 살아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조국과 자유를 죽음으로 지키신 형의 숭고한 정신은 겨레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뼈에 깊이 사무쳤삽고, 조국과 자유와 문학의 이름으로 더불어 당신의 이름은 영원히 빛나오리니 바라옵기는 동주 형, 길이 명복하소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948)에 정병욱(1922-1982)이 쓴 후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