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이다 in Jeju
‘다섯 마리 고양이와 행복한 집사’라는 예명을 이름처럼 쓰고 계신 ‘오묘한 집사’님은 강원도에서 특수학교 교사로 30년이 넘게 근무하시고 제주 이주를 선택해 7년째 살아가고 계신 분이다. 교사 시절 학생들의 성장과 사회 정착에 헌신했지만 점차 소실되어가는 자신을 느꼈고, 1년간의 오고감과 고민을 거쳐 제주에 정착, 제주는 자신의 마지막 고향이라 늘 말씀하신다. 하지만 봉사가 천직인 이분은 제주에 와 길고양이들을 구조하고 입양하기 시작했고, 결국은 ‘오묘’를 지나 여섯 마리 고양이를 키우고 계신다. 그뿐이 아니었다. 생명을 거두고 그들의 보금자리를 보살피는 일에 또다시 지쳐가던 자신을 채우고자 주변 풍경을 그림으로 담기 시작했고, 작품집이 여러 권으로 늘어가면서 펜 드로잉 클래스를 열어달라는 주변의 요청이 이어지고 있었다.
초기 동호회 활동
손수 종이를 접고 실로 꿰어 드로잉 북을 만들고, 한 장 한 장 펜으로 밑그림을 그리고 채색한 제주의 풍경들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나름 회화에 관심을 가지고 많은 미술관과 박물관을 찾아다니며 그림을 접했음에도, 다소 거친 수채화 종이에 자연스럽게 스민 다채로운 색들은 내가 바라본 혹은 아직 보지 못했을 제주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담고 있는 듯 느껴졌다. 기다리던 ‘꼬닥꼬닥 드로잉 클래스’가 시작되고, 제주를 사랑하고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이들이 함께하는 모임에 참여하지 않겠냐는 선생님의 제안을 받았다.
화요일마다 모여 각자 원하는 주제로 그림을 그려갔는데, 코로나 단계가 높아짐에 따라 때로는 인원을 나누어 자리하고 작업 후 간단한 목인사만 나누고 헤어져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모두가 성실히 활동을 이어갔다. 나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곳은 다른 회원의 그림으로 접하며 가볍게 지나쳤을 모든 것들이 더욱 세밀한 형태와 다채로운 빛으로 다가왔고, 그렇게 일상의 아름다움을 그림으로 옮기며 우리는 제주를 더욱 사랑하는 이들로 변해갔다.
수채화 종이 위 펜으로 밑 그림을 그리고,
물을 머금은 수채물감으로 채색한다.
고운 색을 입은 물감이 종이로 스미면
종이는 화사하게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