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이다 in Jeju
평소 길고양이 봉사 활동으로 많은 이들을 알고, 다채로운 문화 관련 소식을 접하시던 ‘오묘한 집사’님은 어느 날 서귀포시 문화도시센터에서 후원하는 소모임 활동인 ‘노지문화탐험대’에 서귀포 마을 그림 이야기 ‘제주 엥기리다’로 지원을 해보자는 이야기를 꺼내셨다. ‘엥기리다’는 낙서하듯 ‘끄적거리다’라는 제주어로 제주의 풍경을 자유롭게 그려낸다는 뜻이라는 말씀도 더하셨다.
제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들은 아니었지만 우리의 모임이 제주의 노지문화사업 가운데 하나로 선정되고 인정받을 수 있다면 더한 소속감과 자부심이 생기고, 더불어 그림을 그려나갈수록 감사하고 감탄하게 되는 제주를 지키고 일구어온 제주도민분들에게 작은 보답이 될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나보다 먼저 제주의 삶을 선택하고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지만, 이주 10년이 넘은 지금도 간혹 언제든 제주를 떠날 외지인으로 바라봐짐을 느낀다는 지인들의 말도 있었기에, ‘제주 엥기리다’를 통해 우리의 작은 작업들이 하나하나 쌓이고 괴여진 문화괸당이 되어, 제주가 고향인 이들과 제주를 고향으로 삼은 이들을 잇고 연계하는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랐다.
‘노지문화탐험대’에 지원할 기획안을 마련하기 위해 모인 자리에서 회원들은 각자의 생각을 주고받았다. 그 결과 일곱 마을의 문화재와 자연물 가운데 기록되어야 할 가치가 있는 대상들을 지정하여 그림을 그리고, 이후 작품을 선정하여 엽서 북 제작으로 이어가자는 의견으로 마무리되었다.
기획안을 제출하고 얼마의 시간이 지난 뒤 ‘제주 엥기리다’가 30개 ‘노지문화탐험대’ 가운데 하나로 선정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기뻐하던 회원들의 모습이 지금도 선명하다. 한 주에 한 번 모여 서로가 원한 주제를 그려나가던 이들이 ‘제주 엥기리다’라는 모임명을 짓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는 이처럼 문화도시센터가 진행한 ‘노지문화탐험대’의 역할이 컸다. 단순한 그림동호회를 벗어나 서귀포가 진행하는 문화 프로젝트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로 확대되고, 그림 작업을 통해 제주의 문화유산을 아카이빙하겠다는 목표로 이어진 것이었다.
서귀포 마을 이야기 엽서 북
회원들은 주민센터 홈페이지에 들어가 자료를 찾고, 직접 주민센터를 방문해 마을의 유래와 내용을 살피며 주제를 선정해 나갔다. 장소를 찾아 사진을 찍고, 주민들과 오래된 가게의 주인들을 만나 인터뷰하며 그림을 소개하는 글 작업도 병행했다. 학창 시절을 이미 훌쩍 지난 이들이 한여름 무더위에도 모여 그림을 그리며 서로를 격려하고 원하는 작품이 나올 때까지 다시 그리는 수고로움을 아끼지 않았다.
10주간의 작업을 통해 처음 계획했던 일곱 마을은 중문, 색달, 대포, 예래 네 개 마을로 줄여졌고, 이후 작품을 스캔하고 엽서 북 제작과 전시회를 준비하는 시간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감사하게도 ‘에리두’와 ‘서부도서관’에 이어 ‘소라의 성’에서까지 모두 3번의 전시회를 열 수 있었고, 올레길 축제와 더불어 개최된 ‘대포마을 노지문화 전시회’에 초대되어 지역예술가로 소개되기도 하였다. 그리고 ‘노지문화탐험대’ 활동 ‘우수상’을 받으며 그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