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의 풍선>이 세상에 나오기 전
장기 기증을 소재로 책을 준비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나는 누군가의 삶이 다른 이의 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에 집중하고 있었다.
생명의 고리를 잇는 이 행위가 더 널리 알려지길 바랐고, 그 인식이 조금이나마 나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하면서, 나는 그보다 더 깊고 큰 무언가를 마주하게 되었다.
말하자면, 내 삶에 오래도록 울림을 남길 보석 같은 배움이었다.
한 수증자를 만났을 때의 일이다.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그는 내 이야기를 들은 뒤, 조용히 말했다.
“유가족에게 위로가 되는 책이었으면 좋겠어요.”
그 순간, 나는 말문이 막혔다.
자신의 생명을 구한 이야기만으로도 벅찰 법한데, 그는 자신을 살게 한 누군가의 가족을 먼저 떠올리고 있었다.
그의 말은 조심스러웠지만 단단했다.
살아남은 자로서의 감사와 무게, 남겨진 이들을 향한 존중이 한 문장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리고 유가족들도 말했다.
“우리 아이 덕분에 누군가가 살아가고 있다는 게 그저 고맙고, 그 사람이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슬픔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누군가의 생을 응원하는 마음.
그 마음 앞에서 나는 자주 숙연해졌고, 인간이 지닌 선의에 감동받았다.
그런 마음은 병원에서도 마주할 수 있었다.
기증과 이식을 담당하는 의료진들.
그 바쁜 일상 속에서도, 내가 만난 이들은 한결같이 말했다.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고 싶어요.”
그 말은 단순한 직업적 책임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그들 안에서 나는 ‘책임감’과 ‘사명감’, 그리고 그 이상을 보았다.
생명을 잇는 기술을 넘어 마음으로 누군가의 삶에 닿으려는 사람들.
그들의 손끝에서 전해지는 온기는 환자뿐 아니라, 가족의 마음까지도 감싸고 있었다.
책을 준비하며 들은 이야기들, 마주한 얼굴들, 전해 받은 마음들.
나는 그 안에서 장기기증이라는 단어 너머의 진실을 보았다.
고통 속에서도 타인을 향해 손을 내미는 사람들, 상실의 끝에서 다시 누군가의 삶을 응원하는 사람들.
하루하루 생명을 붙드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삶.
그들이 내게 알려준 건 결국, 사람이 사람을 향할 때 피어나는 따뜻한 연결이었다.
처음 이 책을 구상할 땐, 장기기증의 의미를 세상에 전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다.
이 책이 말해주기를 바라는 건, 사람들 사이의 마음이다.
우리가 얼마나 서로를 생각하며 살아가는 존재인지, 그 마음이 또 다른 삶을 어떻게 일으켜 세우는지를 담고 싶다.
내 짧은 글 솜씨로 다 담기 어려운 크고 깊은 감동을, 나는 그들 안에서 배웠다.
그리고 그 배움은 내 삶에도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책에 사인을 할 때면 항상 이렇게 쓴다.
“세상에 온기 더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말은 단순한 인사말이 아니다.
이 여정을 함께해준 모든 이들에게 전하는, 진심 어린 감사다.
사람들의 선하고 따뜻한 마음은 내가 상상한 것보다 훨씬 더 크고 깊었다.
그 온기를 품은 한 사람 한 사람 덕분에, 이 세상은 여전히 따뜻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 존재들은 내 인생의 한 페이지에,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을 따뜻한 빛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