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전하러 갔다가, 배우고 왔다

<이안의 풍선>으로 만난 사람들

by 김리온

책이 세상에 나가고, 나는 『이안의 풍선』을 들고 사람들 앞에 서게 되었다.
처음엔 책의 소재가 ‘장기 기증’이라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막막했다.
하지만 몇 번의 북토크를 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나는 이야기를 전하러 간 게 아니라,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러 가는 길이었다는 것을.
오히려 내가 듣고, 배우고, 안고 돌아오는 시간들이었다.

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장기 기증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이들부터 생소했던 이들까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서로 다른 배경과 직업, 삶의 결을 지닌 이들이 나에게 전해준 이야기들은 『이안의 풍선』이 담고 있던 이야기보다 훨씬 더 크고 깊었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책을 이야기하러 간 것이 아니라, 사람을 배우러 다니고 있었다.

초등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한 글쓰기 수업에서는 그들의 말 속에서 놀라운 통찰을 만났다.
“이안의 풍선은 용기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크고 튼튼한 풍선을 받은 후에는 용감하게 바다에 뛰어들죠!”
“나는 과연 사랑하는 사람에게 내 소중한 걸 줄 수 있을까요?”
“이안은 다르니까 풍선을 가진 거잖아요. 다르다는 건 혼자라는 게 아니라, 특별하다는 거예요.”

아이들은 우리와 다른 감각으로 세상을 본다.
판단하기보다 받아들이고, 걱정하기보다 이해한다.
어른들이 걱정하던 것보다 훨씬 더 넓고 깊은 품으로 이 이야기를 받아들였다.
그 말들 덕분에 내가 왜 『이안의 풍선』을 썼는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학교 선생님들을 만났을 때는 ‘기다리는 사람’이라는 말이 오래도록 남았다.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아이가 있으면, 선생님은 말하지 않고 기다린다고 했다.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보다, 그 아이가 마음을 열 준비가 될 때까지 조용히 곁에 있어주는 일.
선생님들은 이안이 뿐 아니라 곁에 있는 친구들까지 봐주셨다.
‘달리진 않아도 괜찮아. 골키퍼 하면 되잖아’라고 말해준 아이들.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매일 아이들을 마주하는 선생님들의 마음은, 지식보다 훨씬 더 크고 따뜻했다.

의료진, 장기기증자와 수증자, 그리고 그 가족들을 만나는 자리에서는 가장 깊은 사랑과 세상을 따뜻하게 데우는 온기를 느꼈다.
깊은 슬픔과 상실이 있었지만, 서로를 위로하고 삶을 이어가게 해주는 강한 사랑이 그 안에 있었다.


나는 신발 디자이너이자 글을 쓰는 사람이다.
한 북토크 자리에서 이런 말을 했다.
“신발을 만들 때도, 글을 쓸 때도, 결국은 사람을 상상해요.”

우리가 하는 일은 달라도, 결국은 같은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을 이해하려는 노력, 마음에 닿으려는 손짓.
그래서 『이안의 풍선』은 단지 책 한 권이 아니었다.
그 책은 나를 더 깊은 사람에게, 더 따뜻한 세상으로 이끌어주는 다리가 되어주었다.

나는 책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사람을 통해 또 다른 삶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 모든 이야기가 내 안에 쌓이며, 이제는 내 풍선이 조금 더 단단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누구에게나 작은 풍선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그 풍선이 때로는 작고 약하게 느껴져, 살아가는 일이 벅차게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의 마음 덕분에 우리는 그 풍선으로 조금 더 오래, 조금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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