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차
오늘 아침은 숙소에서 조식이 제공되어서 간단하게 빵이랑 요거트, 커피 한잔 마시고 출발했다.
조그만한 마을의 노부부가 운영하는 사립숙소였는데, 너무 친절하시고 숙소 상태도 너무 깨끗하고 좋은 추억을 쌓은 곳이라 기억해야지! 하고 사진도 하나 찍었다. 노부부께서 나가는 나를 잡고 우리집에서 묵어줘서 고마웠고 나의 남은 순례길을 축복한다고 해주셨다.
요즘 시대에 살면서 사람들을 만났다가 헤어지는게 아쉽다고 크게 느끼지못했다. 왜냐하면 sns도 있고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이 많기 때문에 헤어짐의 아쉬움을 잘 느끼지 못했는데 순례길 걸으면서 만나는 나이 많은 어르신들과 헤어질때는 정말 맘이 뭉클하고 아쉬워서 눈물이 난다. 이제 헤어지면 말그대로 정말 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듯한 마음을 안고 숙소를 떠났다.
오늘도 역시 날씨가 좋았다. 이제 스페인 북부도 점점 쌀쌀해지고 있고 길가에 나무들도 색이 노래지고 있었다.
자연 그 상태로의 길을 걸으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다.
사람이 가꾸지 않고 그냥 하늘에서 내리는 비와 내리쬐는 햇빛만 받음에도 그 어떤 것보다 예쁘게 잘 자라는구나.
하나님이 친히 가꾸시는 정원을 내가 걷는 듯한 기분이었다. 사람이 돈을 쏟아부어 만든 인공 정원에 비할 감동이 아니었다.
그렇게 감동하며 걷는 중에 옆을 보니 큰 돌산이 보였다. 설마 오늘 내가 걸어서 지나가야하는 곳 중에 하나는 아니겠지..?
걱정과는 달리 오늘의 순례길은 큰 경사도 없어서 너무 편하게 날씨와 하늘을 만끽하며 걸었다.
길 위에 돌로 화살표를 만들어서 길을 표시해준 먼저 걸어간 순례자들의 센스도 느낄 수 있었다.
좀 걷다보니 출출해서 아침에 조식으로 있었던 초코 빵하나를 따로 챙겨왔는데 당 충전 겸 아주 맛있게 먹었다.
오늘도 어마어마한 규모의 포도밭, 올리브밭 등 밭이란 밭은 다 지나왔다. 걸으면서 와 이렇게 포도밭이 널렸으니 와인이 싸구나, 올리브도 같이 곁들여서 항상 주는구나~ 생각했다.
정말 오늘은 말이 필요 없는 날씨였다. 사진으로 같이 하늘과 날씨를 느끼며 눈으로 걸으시길.
오늘의 순례길은 한마디로 최고였다.
오늘이 제일 좋았다! 걷는 내내 얼굴에 미소가 지워지지 않았고 행복하다는 말이 입밖으로 나올정도 였다.
이유인 즉슨 나는 하늘을 좋아한다. 특히 구름! 내가 좋아하는 구름은 파란 하늘에 새하얀 뭉게구름이 둥실둥실 떠다니는 그 하늘이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하늘이다.
근데 오늘! 바로 그 하늘이 걷는 내내 펼쳐지고 구름이 자꾸 나를 졸졸 따라다녔다.
하나님 정말 너무 멋져요!
그렇게 내 눈에 그 풍경을 가득 담으며 시간가는 줄 모르고 걷다보니 묵을 숙소에 도착했다.
점심을 싸가지고 다니기보다는 아침에 일찍 든든히 먹고 출발해서 쉬지 않고 걸은 후 묵을 마을에서 폭식하는게 나의 패턴이 되었다.
오늘 마을은 어제보다는 큰 마을이었다. 광장도 나름 크게 있었고 마을사람들도 몇몇 보였다. 내가 마을에 도착하는 시간이 스페인의 시에스타타임(소위 낮잠시간)과 겹쳐서 항상 마을에서는 사람들을 많이 마주치지 못하는거 같다.
그렇게 배고픈 배를 잡고 마을 안쪽 순례자의 표시가 있는 숙소를 찾아 다녔다.
숙소에 제일 먼저 체크인한 자의 특권! 1층 침대를 딱 찜해놓고, 오늘 걷느라 땀범벅이된 나의 옷들도 빨래해서 좋은 볕에 널어놓았다. 샤워까지 개운하게 마치고 이제 정말 먹으러! 광장으로 나왔다.
광장에 있는 큰 레스토랑에 순례자의 메뉴가 있었다. 10유로에 3코스 + 와인까지 나오는 순례자들만 주문 할 수있는 메뉴였다. 빠르게 주문하고 햇볕이 너무 따듯하고 좋아서 야외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후식으로 아이스크림까지 야무지게 먹고, 와인도 두어잔 마시니 몸도 풀리고 너~무 좋았다.
그렇게 먹고 쉬고 놀다 숙소로 들어오니 속속 나와 같은 숙소에서 쉼을 결정한 순례자들이 보였다.
그 중에 한국인 아주머니와 연세가 지긋한 아저씨가 계셨는데 각각 혼자 오신 분들이었다.
이 아주머니도 다리가 너무 아파서 하루 쉬고 오신 분이었고, 아저씨는 순례길을 책으로만 알고 공부하고 오신분이었다. 아저씨가 읽고 들고 오신 그 순례길에 관한 책은 이미 10년도 넘은 아주 오래된 책이어서 정보가 많이 부족하고 내용도 달라진 것들이 많았다.
가령 다음 마을에 대해 정보가 하나도 없으시고 숙소를 구하는 것도 너무 힘들어 하셨다.
우리 엄마나 아빠라고 생각하니 또 마음이 너무 쓰여서 아주머니랑은 말동무도 해드리고 사진도 찍어드리고,
아저씨는 순례길에 관련된 앱을 하나하나 설치해드리고 보는 법 알려드리고, 짐 서비스도 대신 신청해드렸다.
하시는 말씀이 요즘 젊은이들한테 말걸기가 좀 어려워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렇게 도와줘서 고맙다고 하시며 먹을 것도 손수 요리 만들어 주시고, 마트에서 장을 보더라도 내꺼 더 챙겨주시고 하는데 너무 마음이 좋았다.
다들 대단하시다. 정말 존경스럽다.
젊은이들도 걷기까지 고민 많이하고 또 걸으면서도 힘들어하는데... 나이 50,60대인 분들이 이렇게 타지에와서 걸으시는 모습 자체가 너무 멋있고 감동인 것 같다.
무사히 꼭 완주하시길..!
내일도 날씨가 좋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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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해야만 떠오르는 일이 많고 불안한 일 앞에서 어김없이 무너지고
당연한 하루에 감사를 잊은 채 핑계밖에 없는 나인데
한결 같은 마음으로 끝없이 나를 안아주는 하나님의 그 사랑을 어떻게 갚을까요
오늘도 참 감사합니다. 내일도 잊지 말고 깨워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