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핼러윈!

#9일 차

by annamood




로그로뇨에서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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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차이지만 오늘은 걷지 않았다!
로그로뇨에 어제 입성하고 오늘은 다 같이 하루 편하게 쉬었다.

한국 문화를 생각하면 남자 4명과 여자 혼자 투룸에서 이틀 밤을 보낸다는 게 말이 안 되겠지만,

난 지금 스페인이고 우린 순례자들이니까

숙박에서 돈을 아낄 수 있다면 아끼는게 좋잖아요~?


그렇게 아침에 여유롭게 일어났다. 날씨가 너무 좋았다.

오늘 점심은 다 같이 로그로뇨에 중식당이 있다고 해서 그곳으로 정했다.

다들 한국 음식,, 은 바라지도 않고 아시안 음식이 너무 그리웠다.

구글 지도로 어찌어찌 잘 찾아갔고 오픈하자마자 우리가 첫 손님이었다.

이럴 때 맛있는 거 먹자고 순례길에서 빵만 먹으며 버텨온 다른 한국분들과, 나이가 지긋하셔서 경제적으로 좀 더 여유가 있으신 분과 함께하니 든든했다. 한국인의 힘을 보여주겠어~

당당하게 메뉴판을 펼쳤는데,, 영어는 무슨 전부 다 스페인어였다. 당황.

하지만 우리에겐 인재가 있었다. 나보다 한두 살 많은 남자분이 있었는데 우즈베키스탄에서 한국어 교사를 하시던 분이었다. 언어에 아주 뛰어나셔서 스페인어도 곧잘 하셨었다.

덕분에 먹을 수 있을 만한 음식들은 모조리 시켰고, 음식 퀄리티가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아시안푸드에 대한 갈증은 어느 정도 해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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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배부르게 먹고 거리를 구경했다. 숙소 쪽으로 걸어가는 길에 어?? 대형버스가 하나 거리에 있었는데 FC바르셀로나 버스였다. 우와~~~~ 스페인에 사니까 바셀 전용 버스도 이렇게 보는구나 하며 바르셀로나 팬인 내 동생에게 자랑하기 위해 사진을 찍었다. 후훗


핼러윈인 오늘 거리부터 상점들이 너무 귀엽게 꾸며져 있어 거리 구경하느라 오후는 시간이 빨리 갔다.

한분이 핼러윈이니까 우리도 기분을 내보자며 핼러윈 액세서리들을 한 사람당 하나씩 어디서 사 오셨다. 덕분에 나도 머리띠 하나 쓰고 기분 냈다.


저녁엔 드디어 한식! 첫 한식! 삼겹살과 부대찌개를 해 먹기 위해 장을 봤다.

우리 한국인 그룹에 또 요리를 너무 잘하시는 남자분이 계셨다. 차승원 버금가는 실력으로 밥부터 찌개, 고기까지 한상 차려주셨고 덕분에 우리 모두가 만족한 저녁식사를 했다. 다들 하나씩 챙겨 온 고추장까지 있으니 완벽했다.

이 와중에 나만 아무것도 한국에서 안 챙겨 왔더라.. 정말 나 무계획으로 왔구나..

그리고 이렇게 직접 해 먹어 보니까 느낀 건데 사 먹는 게 얼마나 비싼지.. 깨달았다

나도 요리만 잘하면 해 먹을 텐데.. 이래서 엄마가 요리할 때 좀 보고 배우라고 했던 거구나.. 흑 엄마 보고 싶다.


그나저나 역시 삼겹살은 어디서 먹든 그냥 최고다.


(삼겹살은 알베르게 숙소에서 한 거 아니고, 에이 비앤비 잡고 창문 다 열고 오븐에다 요리하고 청소도 싹 하고 나온 거라 논란되지 않게 매너 있게 잘하고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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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과 와인을 배 터지게 먹고 마시며 저녁을 보내고 있었다.

핼러윈이라 밖에서는 파티 소리부터 사람들의 소리가 웅성웅성 계속 울렸다.

우리도 나가볼까?

다 같이 핼러윈 액세서리를 착용하고 거리로 나왔다. 오늘만큼은 난 순례자가 아니야! 하고 나왔는데 옷은 항상 등산복.. 흑 너무 슬프다. 쇼핑하고 싶은 욕구가 샘솟았지만 참았다.. 굿걸


우리 중에 가장 나이가 있으신 아저씨, 큰 형님이 책에서 본 로그로뇨에는 아주 맛있는 버섯 타파스 집이 있다고 하시면서 거기서 하나 먹어보고 싶다고, 먹으러 가자고 하셨다.

구글 지도를 찾아보니 숙소 바로 뒷골목이었다!

신나서 타파스 집에 도착했고 역시나 맛집이었다. 줄이 엄청 길게 서있었고 냄새도 너무 좋았다.

설레는 마음 안고 줄을 서서 한 개씩 주문했다.

지금 봐도 맛있다. 저때 먹고 너무 맛있어서 더 주문해서 먹었는데,,, 로그로뇨에 버섯 타파스 집은 필수로 가야 한다. 필수! (*가게 이름 : 엔젤! ang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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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것도 먹고 와인도 홀짝홀짝 계속 마시니 너무 좋았다.

타파스 앞쪽에 사람들이 많이 있던 바로 가서 와인을 또 시켰다. 내가 좋아하는 문어 타파스도 시키고! 다양한 타파스들을 계속 주문해서 먹어봤다. 그러면서 와인도 끝없이 리필 리필 ^^..

내 맘속에 귀여움 1순위였던 핼러윈 분장을 한 쌍둥이 애기들까지 보면서 다 같이 핼러윈 분위기를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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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 앞에 야외테이블에 앉아 타파스와 와인을 마시며 밤을 이어갔다.

유럽에 있으니 배경이 이래서 그런가,, 인문학, 철학적인 이야기들로 말을 이어졌다.

한국에서는 전혀 이런 주제가 나온 적도 없고 이런 얘기 나눌 상상도 못하지 않나? 여기 유럽, 스페인에 있으니 이런 이야기로 연령과 성별을 뛰어넘고 편견 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구나 생각하며 로그로뇨에서의 마지막 밤, 핼러윈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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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다시 일찍 일어나서 침낭 접고 짐을 싸고 걸어야 한다.

아쉽지만 오늘 이 밤은 이렇게 끝.


오늘도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