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쌍한 비둘기

#10일 차

by annamood






평화로운 아침 사진들로 시작하지만.. 현실 도시는 진짜 난장판이었다. 개판 개판.

어제가 핼러윈이고 오늘이 스페인 휴일이라 그런지 거리에는 아침 7시인데도 길거리에서 술에 취해있는 남녀들부터 거리엔 온통 쓰레기로 가득했다.

하필 지나가야 하는 거리가 클럽, 바들이 가득한 거리였다. 다들 핼러윈 분장하고 혹은 예쁘게 차려입은 만취한 사람들 사이로 등산복에 등산가방 메고 지나가는 나.. 몇몇 애들이 취해서 스페인어로 뭐라고 하는데 억양은 욕인 거 같은 이 느낌적인 느낌.. 솔직히 좀 무서웠다. 흑


겨우 시내 중심을 빠져나와서 순례길 표시를 따라 걸었다. 살짝 벗어나니 예쁜 호수가 있었다.

조깅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나처럼 아침 일찍 로그로뇨를 떠나는 순례자들이 몇몇 보였다.


한창 호수를 구경하고 있는데 하나 느낀 점이 있었다.

처음으로 비둘기가 불쌍하다고 느꼈다.

아니 왜냐하면 호수에 백조랑 오리 이런 애들은 막 수영하고 나왔다가 들어가고 아주 자유롭게 물과 땅을 오가며 놀고 있는데 비둘기들은 전혀 어울리지도 못하고 호수 바로 앞만 총총 걸어 다녔다.

뭔가... 지금 나와 비슷하달까..........

나도 핼러윈에 예쁘게 입고 구두 신고 스페인에서 놀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이 현실..

쓸데없는 생각 말고 걷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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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포도밭이 널렸다.

포도가 가득가득 열려있는데 왜 수확을 안 하지..?

심지어 바닥에 우수수 포도가 다 떨어져 있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하나 주어서 대충 닦고 먹어봤다.

!!!!!!!!!!!!!!! 와

내가 이 짧은 인생 살면서 먹어본 포도 중에 제일 달았다.

샤인 머스캣 저리 가라의 당도였다.

와인 만드는 포도들이라 진짜 정말 달고 씨도 하나도 안 텁텁했다.

그래서 가는 길에 계속 좀... 더 먹었다 ㅎ_ㅎ;;


그리고 석류나무도 봤다. 난 석류가 나무에서 열매처럼 열리는지 몰랐는데 내 두 눈으로 석류가 나무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걸 봤다. 얼마나 잘 익었으면 석류가 나무에 매달린 채로 벌어졌다.

너무 신기해~!~!


아 그리고 또 하나 새로 안 사실!

포도나무도 단풍이 든다!! 나만 몰랐나? 신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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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찍진 못했지만 오늘 걷는 길에 대단한 걸 봤다.

산길을 걷고 있었는데 부자지간처럼 보이는 아저씨와 꼬맹이가 길에 숯불을 피고 있었다.

그래서 반갑게 인사하면서 뭘 구워 먹으려고 그러나~ 봤더니

.......................

토끼, 이름 모를 큰 새 2마리, 참새 2마리... 총으로 사냥한 애들이 쪼르륵 일렬종대 하고 누워있었다!!!... 충격

진실된 나의 마음은 헐.. 하며 충격이었는데 꼬맹이 남자애가 너무 뿌듯해하는 표정으로 사냥한 아이들을 가리키며 날 보고 있어서,, WOW 대단하다. 하고 말았다.

말로만 들었었는데 사냥... 내 두 눈으로 야생동물이 총을 맞고 누워있는 걸 목격했다. 저거 다 손질해서 구워 먹으려고 지금 숯불을 피는 거겠지..? 손질...? 상상불가.

빨리 자리를 떴다.



오늘 도착한 마을은 어제 로그로뇨에 있다 오니까 더더욱이나 작아 보였다.

난 이런 작은 마을이 좋더라~!
숙소에 도착했는데 너무 놀랐다. 내 숙소 방 정원이 8명인데 다 한국사람이었다.

또 오늘 길에서 만난 사람 중에 80%는 한국사람이었다.

비수기에 왔는데도 이 정도인데 성수기에 오면.... 정말 한국사람 천지일 것 같았다.

비수기에 오길 잘했어...!!


근데 다행인 건 스페인 숙소나 레스토랑 가면 한국인이냐면서 엄청 좋아해 주신다.

나는 서비스로 감자칩까지 받아봤다~!

먼저 오신 한국분들이 다 매너 있게 잘 있다 가셨나 보다.


점심 겸 저녁을 먹으러 온 이 레스토랑도 마찬가지였다.

혼자 앉아서 메인 메뉴 2개를 주문했다.

주인아저씨가 맥주를 마시며 나오더니 2개를 시켰냐며, 다 못 먹는다고 1개만 먹으라고 했다.

네?ㅜㅜ 저 배고파요. 2개 가능해요.라고 해도 절대 안 된다며 강제로.. 한 개만 먹었다.

아쉽지만 메뉴 1개라도 맛있게 먹고 있으니 내 앞에 맥주를 하나 더 가지고와 앉아 한국인이냐면서 물어봤다. 한국인이라고 하니까 한국인 너무 좋다며, 한국인들이 많이 방문한다고 하시며 다른 순례자분들에게 배운 한국어 "캄솨합니다"라고 하셨다.


나도 내 뒤에 올 다른 한국분들에게 누가 되지 않기 위해 매너 있고, 친절하게 좋은 모습을 보이고 가야겠다고 더더욱 생각했다.

najera라는 마을에 오면 Naxara Bar에 가보세요~! 주인장 아저씨가 항상 만취에.. 주문도 맘대로 바꾸시지만~ 마음은 착한 아저씨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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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 방에 전부 다 한국인이라.. 그것도 다 20대 초반 어린 친구들.. 난 일찍 잠들었다 ^^

오늘 일기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