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빌런

#17일 차

by annamood





드디어 부르고스를 떠난다!


처음만난 친구네 집에서 푹 쉬고 재밌게 놀고~! 순례길 중 최고로 늦게 아침 10시에 출발한 역사적인날!


이 곳에서 만난 친구들과는 SNS교환해서 헤어지는데 크게 아쉽지 않았다. 참 좋은 세상이야!

부르고스 떠나기전 작은 브런치카페같은 곳에서 아침까지 든든히 챙겨먹고 나왔다.

아주 작은 바였는데 아침에 출근하기 전 사람들이 와서 커피한잔 씩마시며 신문을 읽는 그런 정말 도시적인 모습을 볼 수 있던 곳이었다.

큰 도시의 매력은 바로 이건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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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 쉬고 걸어서 그런가 발걸음도 가볍고 공기도 차가운게 좋고 기분이 좋았다.

걷는 길에 부르고스 대학교도 지나가고 도시구경도 야무지게 하면서 빠져나왔다.


길걷다가 카톡을 한번 확인했는데, 웅비 언니가 (회사 전 동료) 순산을 했다는 내용이 있었다.

너무 기뻐서 또 함박웃음! 이 멀리 스페인 순례길에서도 축하한다는 메세지를 나의 리얼한 사진과 함께 보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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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또 길 위를 걸었다.

오늘 길 위에서는 프랑스 아저씨 하나를 새로 만났는데,

길을 잘 걷고 있는데 갑자기 한잔 할래? 라고 하길래 봤더니 위스키 한병을 손에 들고 마시면서 걷고 계셨다....

얼떨결에 한 모금 얻어 마셨다가 15km만 겨우 걷고 지금 작은 마을 하나에 멈춰서 알베르게 체크인하고 다같이 술먹으러 나왔다..^^ 리얼 술례길..



난 정말 작은 마을이 너무 좋다! 이 작은 마을의 바에서 맥주를 좀 늦게 천천히 마시고 있었는데, 내 잔을 주인장 할아버지가 무심하게 쓱 채워주셨다... 사람의 정을 스페인 사람들에게 느낄 줄이야.

할아버지는 나의 맥주 잔을 채워주셨지만, 난 그때 내 마음도 따뜻하게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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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기분좋게 한잔하고 숙소에 들어왔다.

이 곳도 노부부가 운영하시는 작은 알베르게였는데, 저녁 시간에 가정식으로 음식을 준비해주셨다.

따뜻한 국물이 너무 간절하던 참이었는데 마침 딱 메뉴에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

오늘 숙소에는 나와 그 프랑스 아저씨빼고 다 스페인 아재들이었다.

다들 이 수프는 잘 안먹는 것 같던데 나는 두 그릇이나 먹었다. 비주얼은 좀 그렇지만 정말 맛있었다구요!





아................ 무엇부터 잘못된 걸까.. 오늘 아침 부르고스에서 늦게 떠난게 잘못일까.. 이 프랑스 파리 아저씨를 만난거 부터 잘못일까..

잘못걸렸다.


저녁을 맛있게 먹고 있었는데, 스페인 아저씨들 두명이 절친이셨다. 이 분들도 천천히 걸으면서 추억을 쌓는 중인거 같았다. 프랑스아저씨가 위스키를 마시며 걸어왔다고 이야기를 시작하니 갑자기 판이 커지면서 집주인까지 합류하여 자기네들이 쏜다며 다같이 나가서 한잔 하자는 대화로 결론이 났다.

알베르게는 통금?이있다. 저녁 10시에는 소등 후 취침 등 이런 규칙들이 다 있는데... 이 스페인 아저씨들이 집주인까지 끌여들여 그 룰을 오늘만! 우리끼리니까! 없앴다.............



스페인에서는 밥을 먹고 마시는 술이 있다며, 그걸 먹어봤냐고 하시길래

먹어본적 없다고 하니, 그걸 그럼 마시러가자고 그렇게 나도 제대로 묶였다...

사실 난 일찍 침대에 누워서 쉬고싶었는데 분위기가 절대 그렇게 빠질수 없는 분위기였다.


얼떨결에 식사를 마치고 다 같이 나왔다.

인심 좋은 맥주집 할아버지네로 다시 들어왔다. 올라^^;;;


이름도 기억안난다. 스페인에서는 이걸 밥먹고 마시는 술이라고 마셔봐야한다길래 도전했는데

으악 탈락

내가 제일 싫어하는 술의 맛이었다

형용하자면 예거마스터와 레드불을 섞은 맛!!!!!!! 난 정말 불호!

한입먹고 다 남겼다. 윽


스페인아저씨중 한명은 마드리드에서 오셨다. 나에게 한국인이냐고 물으시며 자기는 한국, 중국, 일본 제품을 수입하는 회사를 운영한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난 내일 아침 조식을 신청하지 않았는데, 자기가 나 대신 돈을 냈으니 아침을 꼭 먹고 출발하라고 하셨다. 이건 또 무슨 감동?ㅠㅠㅠ 감사합니다. 아침 공짜 럭키걸!


그렇게 이야기 꽃을 피우다 겨우 숙소에 왔는데, 숙소 거실에서 문닫고 또 먹자고 다들 신이 났다.

난 정말 더 이상은 피곤해서.. 도망 나와 방으로 들어왔다.


프랑스 아저씨는 취해가지고 자꾸 나에게 위스키 한 모금 하라고 방까지 가지고 올라왔다.............위스키 지옥.

순례길 걸으면서 이렇게 속 안좋은 적 처음.................

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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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저녁을 맛있게 먹고 있었는데, 스페인 아저씨들 두 명이 절친이셨다. 이 분들도 천천히 걸으면서 추억을 쌓는 중인 거 같았다. 프랑스 아저씨가 위스키를 마시며 걸어왔다고 이야기를 시작하니 갑자기 판이 커지면서 집주인까지 합류하여 자기네들이 쏜다며 다 같이 나가서 한잔 하자는 대화로 결론이 났다.

알베르게는 통금? 이 있다. 저녁 10시에는 소등 후 취침 등 이런 규칙들이 다 있는데... 이 스페인 아저씨들이 집주인까지 끌어들여 그 룰을 오늘만! 우리끼리니까! 없앴다...........


스페인에서는 밥을 먹고 마시는 술이 있다며, 그걸 먹어봤냐고 하시길래

먹어본 적 없다고 하니, 그걸 그럼 마시러 가자고 그렇게 나도 제대로 묶였다...

사실 난 일찍 침대에 누워서 쉬고 싶었는데 분위기가 절대 그렇게 빠질 수 없는 분위기였다.


얼떨결에 식사를 마치고 다 같이 나왔다.

인심 좋은 맥주집 할아버지네로 다시 들어왔다. 올라^^;;;


이름도 기억 안 난다. 스페인에서는 이걸 밥 먹고 마시는 술이라고 마셔봐야 한다길래 도전했는데

으악 탈락

내가 제일 싫어하는 술의 맛이었다

형용하자면 예거 마스터와 레드불을 섞은 맛!!!!!!! 난 정말 불호!

한입 먹고 다 남겼다. 윽


스페인 아저씨 중 한 명은 마드리드에서 오셨다. 나에게 한국인이냐고 물으시며 자기는 한국, 중국, 일본 제품을 수입하는 회사를 운영한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난 내일 아침 조식을 신청하지 않았는데, 자기가 나 대신 돈을 냈으니 아침을 꼭 먹고 출발하라고 하셨다. 이건 또 무슨 감동?ㅠㅠㅠ 감사합니다. 아침 공짜 오예!


그렇게 이야기 꽃을 피우다 겨우 숙소에 왔는데, 숙소 거실에서 문 닫고 또 먹자고 다들 신이 났다.

전 정말 더 이상은 피곤해서.. 도망 나와 방으로 들어왔다.


프랑스 아저씨는 취해가지고 자꾸 나에게 위스키 한 모금하라고 방까지 가지고 올라왔다............. 위스키 지옥.

순례길 걸으면서 이렇게 속 안 좋은 적 처음.................

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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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가서 묵으려고 하는 마을에는 비빔밥을 저녁으로 주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숙소가 있다고 해서 너무 신난다!

근데 이걸 이 스페인 아저씨가 말씀해주셨는데... 내일 거기 갈거냐며 자기네들도 거기서 묵을 거라고 하셨다.

내일 같이 출발해도 위스키 한병 다 마시면서 만취되어 걸을 것 같고... 그 숙소에서 만나도 오늘처럼 술판 날 거 같은데............... 이렇게 같이 걷는 동료들이 중요합니다..




아 그리고 이제 이곳은 한국보다 춥다.

11월 초인데 첫날에 넘은 피레네와 내가 지나온 론세스바이레스라는 마을에는 눈이 왔다고 한다......

부르고스에서 다들 방한용품들 준비할 때 난 무엇을 했는가.. 반성






번외.

스페인 현지 마을마다 바에서 만난 할아버지나 스페인 사람들이 나를 보고 한국인들 참 많이 오지만 이런 한국인 처음 봤다고 하셨다.

다른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한참 검색하고, 순례자들끼리 공유하며 정보를 얻는 반면에 나는 몸으로 부딪혀 생활하고 있었다.

나는 걷다가 마을에 열려있는 레스토랑 있으면 한잔이라도 마시다가 그곳이 좋으면 그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근처 알베르게 추천해달라고 해서 묵는다. 감사하게도 다들 너무 좋은 사람들만 만나서 나에게 솔직하게 이 마을에 알베르게는 별로라고, 다음 마을이 더 싸고 좋다고 말해주시고.. 너무 감사하다!

다들 빨리 걸으려고, 산티아고에 가야 된다는 것에 꽂혀서 걷는데 이 분들이 보기엔 내가 진짜 스페인을 즐기고 마을 하나하나를 지나며 제대로 걷는 거라며 좋은 말들을 해주셨다.

내가 너무 여유롭나, 계획을 안 세워와서 붕 뜬 느낌도 있었고 다른 순례자들한테 시간 낭비, 생고생한다는 말까지 들었는데 스페인 현지 사람들에게서 이런 말을 들으니 너무 감사하고 맘 속에 내가 틀리지 않았다, 나는 나대로 의미 있게 걷고 있다고 확신이 들었다.


내가 봐도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은 그냥 무작정 걷는다. 물론 시간 여유가 안될 수도 있지만, 마치 산티아고까지 딱 걸으면 보물을 찾는 것처럼. 오늘은 어디까지 걸어야지, 스탬프 다 받아야지 이런 생각에 빠져서 지나가는 마을들과 좋은 사람들을 다 지나치고 정말 걷기만 한다.

물론 어디까지나 각자 목표나 가치관에 따라 다르겠지만 말이다.

나는 어느 날 알다시피 현타가 와서 이 걷는 모든 것들이 시간낭비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던 거 기억날까?

차 타면 20~30분 안에 가는 데 걸으면 하루 종일 걸려 도착하니까. 나도 엄청 유혹됬었다.

근데 정말 신기한 건 하나님께서 내가 이런 타이밍에 딱 잡아줄 사람들을 제 때에 보내주시고, 같이 있게 해 주시고 위로받을 수 있게 해주셨다.

이 걷는 과정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만드신다. 만약 내가 이렇게 너무 여유롭게 걷다가 비행기 날짜에 맞춰 중간에 버스를 타고 산티아고까지 갈 수 도 있다. 하지만 지금 걸으며 만나고 이야기하고 지나는 모든 마을들에서 커피 한잔이라도 마시며 추억을 쌓는 이 모든 것이 산티아고에 그냥 무작정 도착하는 것보다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난 지금 많은 사람들을 편견 없이 만나고 친구가 되었다.

다들 산티아고에 가야 된다는 계획에 사로잡히지 말고 이 모든 길을 여유 있게 즐겼으면 좋겠다.

무리하게 걸어서 물집 잡히고 아킬레스건염부터 발톱 빠지고.. 이러면 너무 속상하잖아요.


근데 나는 너무............. 즐겨서 문제인 듯..






오늘 또 다른 기분 좋은 소식은 프랑스 파리에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친구 은별이에게 보낸 나의 캐리어를 친구가 무사히 찾아와 줬다는 소식이다. 캐리어도 크고 친구는 회사를 다녀서 자기 일도 바쁠 텐데 택배 찾으러 다녀와줘서 너무 고맙다! 난 정말 내 주위 좋은 사람들 덕에 사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