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 여행객이자 순례자

#15~16일 차

by annamood




며칠 차 인지도 모를 정도로... 부르고스에서 3일째 놀았다!!!


기억을 더듬어 생각해보면

일단 부르고스 공립 알베르게는 아침 8시면 무조건 모든 사람이 다 나가야 한다.

그래서 짐을 싸고 알베르게 바로 앞에 있는 바에 앉아서 아침 겸 먹고 있었다.

어제 받은 꽃을 또 보니까 기분이 좋아서 사진도 찍으면서 놀았다.

나처럼 하루를 더 여유롭게 쉴 순례자들이 어느새 한두 명 테라스 쪽으로 모이게 됐고 그렇게 같이 먹고 이야기하다 보니 저녁이 됐다.


어제 피자님이 소개해준 그 여자 친구!
숙소 앞에서 마주쳐서 어제 얼굴 보고 인사 나누고 헤어졌는데, 감사하게도 이 언니가 날 너무 좋게 봐 줘서 자기네 집으로 와서 하루 이틀이든 자고, 쉬고 가라고 초대해주고

직접 차로 도시 구경도 시켜주고 또 다른 자기 친구도 소개해주면서 girl's night을 보냈다.


진짜 나는 유럽여행 겸 술례길 겸 순례길 중이다.



현지인들이랑 다니니까 서비스도 다양하게 받고! 먹을 것도 풍족하게 맛있는 거 많이 먹어서 정말 너무 좋다!!

내가 부르고스에 친구가 생길 줄이야~! 젊은 친구들이라 역시 SNS도 서로 교환했고, 헤어짐에도 아쉽지 않았다.

내일은 친구가 일찍 출근한다고 하여 아침에 내가 나갈 때 문을 잠그고 나가야 했다.

나를 이렇게 믿어주다니.. 스페인 인심 무엇.

부르고스에서 이틀 재밌게 잘 놀았습니다!

순례길을 걷는 거에 너무 집중하지 말고 이렇게 도시 하나하나 재밌게 즐기는 것도 좋은 여행인 것 같다.


부르고스 여행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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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순례길 약 2주일 된 기념으로 느낀 점들을 적어보자면,


1. 일단 눈썹 문신 필수다. 하고 올걸 나도 엄청 후회 중이다


2. 화장실 때문에 남자들이 이렇게 부럽긴 또 처음이다. 남자들은 중간에 걷다가 자연에 들어가서 그냥 볼일 보고 나온다. 나는 처음엔 다음 마을까지 무조건 참고 화장실에서 볼일을 봤었는데, 그러다 보니 정말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나도 이제 그냥 생리적인 현상에 몸을 맡겼다. 순례길에 적응하고 그냥 숲길 들어가서 볼일 보고 나왔다. 화장실에 예민한 분들은 아주 힘들 거라고 생각한다.


3. 스페인어 쓰는 사람들은 일단 좀 흥이 다 대단한 것 같다. 남미부터해서 스페인 사람들 다 위아 더 아미고. 흥이 넘친다. 그래서 재밌다.


4. 서양애들 체력은 다시 한번 느끼지만 미쳤다. 상상 이상이다. 스위스에서부터 출발했다는 애부터 독일, 등등 그냥 자기네 집부터 걷기 시작했단다. 난 지금 15일 차인데 애네는 기본이 1 달이었다. 그냥 정말 다른 종족.


5. 근데 신기한 건 한국 남자들도 대단하다. 서양 애들이랑 다리 길이부터 피지컬 차이 때문에 같은 시간에 출발해서 속도로는 절대 못 따라잡는다. 근데 한국 남자들은 대신 부지런하다. 그래서 그 속도 차이를 이겨내고 비등비등하다. 새벽부터 출발하고 쉬지 않고 열심히 걷고.. 무거운 거 매고도 죽기 살기로 가는 한국 남자들. 괴로워하면서도 무조건 점찍은 곳까지 꼭 가는 그런 고집? 끈기? 참 멋있고 대단한 거 같다. 이게 군대의 힘인가..?


6. 아직 15일밖에 안된 게 충격이다.







내일은 걸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