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부의 가정집

#20일 차

by annamood







날씨 진짜......ㅋ.. 이제 익숙함...ㅋ... 포기....


그래도 길이 너무 예뻐서 좋았다. 계속 상상하면서 걸었다. 이 길에 날씨가 파란 하늘이었으면 얼마나 더 예쁠까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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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또 역대급 에피소드가 생겼습니다.


일단 산 하나 넘고 있는 마을에 앉아서 잠깐 맥주한잔 마시며 쉬다보니 2시간이 훌쩍 흘렀다.

아 그냥 여기서 자고 내일 걸을까 하다가 와 리얼 술례길은 좀 아닌거 같아서 다시 정신 차리고 걸었다.

다음에 나오는 마을에서 자야지 하며 걷다 도착했는데

음.. 마을 분위기가 진짜 좀 너무 이제까지와 달랐다.

뭔가 무섭고,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마을 사람들도 불친절하고..


이제 좀 많은 마을들을 다니니까 마을 분위기가 딱 보이는데, 순례길 중에서 정말 최악이었다.

뭔가 돈 다 털릴거같은..? 소지품 다 뺏길거같은...?

순례자도 심지어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아 안되겠다 하며 결국 또 그 마을을 지나서 다음 마을로 걸었다.

근데 그 전 마을에 도착했을 때 만해도 이미 시간이 좀 늦은 시간이라 그 다음 마을로 가니 이미 해가 지고 있었다.



Fromista라는 마을에 도착했다.

정말 다리가 뻣뻣하게 또 굳는거 같은 기분이었다.

무조건 오늘 이 마을에서 잔다. 생각하고 공립 알베르게를 먼저 갔는데 만실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사립 알베르게들을 다 찾아 나섰는데, 다들 만실이라는거야.

정말 안에 순례자들로 꽉 꽉 차있었다.

이런적 처음이다ㅜㅜ 숙소가 없어서 못자는 적은......

이 상태로 다음 마을 까지 가는 건 정말 무리이고, 아 진짜 망했다.

이번엔 리얼 노숙인가..........하며 눈물이 맺힐랑 말랑 했다. 흑.

하늘은 왜 이렇게 이쁜거야..

걸어서 여기까지 오느라고 수고했다며 하나님이 하늘에 수채화를 그려주신거 같기도 하고..

그렇게 멍때리며 하늘을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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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각이구나 하며 좌절하고 있는 와중에 갑자기 마지막으로 내가 물어봤던 사립 숙소 주인 아저씨가 나에게 기다려보라며, 자기가 찾아주겠다고 하셨다.


내가 정말 안쓰러웠나보다 흑.


전화를 여러군데 돌리셨다. 그러다 나를 보고 환하게 웃으시더니 "찾았다!".

나를 데리고 나와서 찾은 숙소까지 친절히 데려다주셨다.

"자기가 다 말해놨다고, 너가 참 좋아할거야"

ㅠㅠ정말 진짜 감사하다고 몇 번이나 허리 숙여 인사드리고 찾아주신 집 앞에서 초인종을 눌렀다.


이제껏 내가 자던 숙소와는 전혀 달랐다.

외관만봐도 이건 그냥 가정집이었다.



주인부부가 나오셨다. 노부부였는데 정말 내 예상과 같이 개인 집이었다. 심지어 아파트..

집주인분 너무 인생이 좋고 ㅠㅠ 정말 너무 감사해서 숙소 값이 문제가 아니었다.

근데 심지어 무료라는거야! ㅠㅠㅠㅠㅠㅠㅠ

자기네는 영리목적이 아니라 크리스천을 맞이하는 곳이자 자신들이 살고있는 가정집이라고.

기부하는 상자가 있어서 내일 가기전에 작지만 돈을 꼭 넣고 나와야지 생각했다 ㅠㅠㅠ



정말 너무 감동이다. 집도 너무 좋고, 아늑하고.

이제까지 잔 곳중에 최고!!!!



그리고 오늘은 마트에서 장을 보고 처음으로 밥을!!! 해먹었다. 진짜 밥이 최고다ㅠㅠ

한국인 밥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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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지금 생리도하고 매일 막 최소 20명씩 혼숙은 기본, 소매치기도 걱정하며 신경쓰여서 잠도 깊게 못자고 자꾸 깨고..

길을 걸을때는 화장실도 없으니 물도 잘 안마시게되고, 매일 비맞으면서 춥고 다리아프고 컨디션도 너무 안좋았는데 오늘은 아파트 가정집이라.. 정말 푹 잘 잘 수 있을거같다 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제일 행복한날이면서 하나님의 이끄심에 감탄이 절로 나오는 날이다.

항상 나의 생각을 뛰어넘어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날 이끄시는 하나님, 감사합니다!



방명록을 보니까 나 말고도 다른 한국인 분들의 글을 볼 수 있었다. 왠지모르게 너무 감동..

나도 방명록 하나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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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1_203229.jpg 내가 남긴 방명록, 빼빼로데이였구나,,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