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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amood Feb 06. 2022

한국으로 여행은 처음이에요

2021년 12월




2021년 12월,

벌써 3개월 전이다.


한국의 방역 수칙이 너무 자주 변해서 간 보다가 결정한 한국 방문!


남편이랑 같이 한국은 처음이다.

오빠랑 한국에서 한 번도 만난 적도, 데이트한 적도 없어서 사실 엄청 기대도 많이 됐다.


그러나 내 기대와 다르게 10일 격리는 물론이고 9시 영업제한 및 4인 인원 제한까지 최악이었다.

허락된 3주 간의 기간 동안, 격리도 해야 하고 상견례도 해야 하고 친구들도 봐야 하고, 또 덴마크 커피 및 브런치 팝업 행사도 진행하게 되어서 우리 둘이 함께할 시간이 별로 없었다.


특히 성수동에서 팝업을 진행할 때에는 오빠랑 서로 너무 예민해서 분위기도 냉랭했다.

지켜보던 스태프분이 나에게 "남편이랑 같이 일하기 힘드시죠?" 라며 말을 걸었다.

"네, 이번이 마지막일 거예요."라고 대답했다.

"저도 제 와이프랑 같이 일하다가 결국 나왔어요. 부부는 감정적인 부분도 공유하는 사이라서 같이 일하면 서로 너무 힘들더라고요"


정말 공감했다. 가족 사업하시는 분들 너무 존경!.


한국에서 만난 친구 지인들이 다들 물어봤다.

덴마크는 어때? 살기 좋아?


처음에는 그냥 덴마크라는 나라에 대해 말을 해줬는데,

한국에서 오빠와 한번 지내본 이후엔 이 질문에 대한 생각이 더 깊어졌다.


덴마크에서는 오빠랑 나랑 둘 뿐이고 시간을 다른 곳에 할애하거나 신경 써야 할 것도 많이 없다.

그냥 서로가 생활의 가장 큰 관심의 대상이라 부부생활이 행복하고 만족스럽다.

그러다 보니 전체적인 생활이 별다른 스트레스 없이 편안해서 좋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서로 이외에 신경 써야 할 것이 많다.

또 그걸로 인해 다른 불필요한 감정싸움이 많아 진다.  

서로 이해해야할 일들이 몇 배로 더 많아져서 예민해지고 괴로워 진다.

물론 그 밖에 대외관계로나 사회적으로는 더 좋아질 수 있다.

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내 가족 구성원에게 소홀해지기 때문에 나는 소중한 것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덴마크가 더 좋은 것 같다.


남편도 인정했다.

한국에 가면 짜증이 많아지고 괜히 예민해지고 조급해진다고.

생각해야 될 것도 많고 신경 써야 할 것도 많다고.


다녀와 보니, 한국에서 오빠랑 단 둘이 데이트한 적이 정말 하루도 없었다. 

둘다 인싸 아닌 인싸라 그런가,, 만날 사람이 너무나 많았다. 

덴마크 다시 돌아올 때 라면 하나도 못사왔을 만큼 그렇게 다 내 시간 없이 다 쪼개서 사람들 만나고 와도 

서운해하고 아쉬워하고 못 만난 사람들에게 미안하다는 연락을 돌리고 있었다. 이 자체로 너무 피곤해졌다.

모르겠다. 그냥 한국에 있다는 것 자체가 피곤하고 스트레스였다. 

우리의 성격 탓도 있겠지, 우리 성격과 한국 사회는 너무 잘 맞아서 내 정신과 몸만 피곤했다. 


한국 가기 전엔 너무 기대됐었고, 갔다가 덴마크 다시 오기 싫어지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도 사실했었다.

그런데 이번 한국 여행에서는 문득문득 덴마크 생각이 많이 났다.

코로나 때문에 더 힘들었던 것도 있지만, 한국을 다시 떠나오는데 큰 미련이 없어서 스스로도 놀랐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10년 이상 살고 있는 친한 고등학교 때 친구가 있다.

내가 이번 한국 방문 담을 털어놓으니 나에게 "너도 외국 살기 제격이구나"라고 했다.

왜 그 친구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유럽에 살고 있는지 알 것만 같았다.




이번 여행으로 느낀 한가지 확실한 점은,

우리가 한국에서 시작하고 살았더라면, 

지금 우리가 덴마크에서 살고 있는 것 처럼 이 같은 행복을 느끼며 살진 못했을거야. 


어느 때보다 좋을 신혼을 서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완벽한 환경에서 보내고 있음에 만족하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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