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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amood Feb 06. 2022

코로나, 드디어 걸리고 말았다

덴마크에서 코로나에 걸리면?



지난 2년 동안 코로나 때문에 전 세계가 혼란스러웠다.

그동안 나도 여러 번 코와 입을 찔리고 격리를 하고 마스크를 꿋꿋이 쓰고 다니며

여러모로 나름 조심하며 살았다.


2022년 2월 설날,

지난 2년 동안의 피, 땀, 눈물이 무색하게 새해 복과 함께 코로나를 얻었다.


그 전주 주말, 같이 근무를 했던 주방에 셰프들과 수다도 떨고 만들어준 저녁도 함께 나눠먹었다.

난 식사 때는 제외하고 물론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셰프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의무는 아니었으니.


며칠 후 출근을 하니까

주방에 셰프들이 전부 코로나 양성이라, 주방 영업을 못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

너무 불안했다.

왜냐면 주말에 그 셰프들이랑 하루 종일 있었고 또 나도 목감기 기운이 있어서 단순히 감기 이겠구나 했는데, 코로나일 수 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퇴근해서 코로나 검사를 받고 집에 왔다.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는데도 뭔가 짐작이 됐다.

이건 코로나다.


다음 날 검사 결과가 나왔고 역시나 양성이었다.


2년 동안 그렇게 조심하고 무서워하고 별짓 다했는데 이제 와서.. 이렇게 허무하게 걸리다니?


다행히 3차까지 다 맞은 상태라 그런지 증상은 많이 나쁘지 않았다.

독감보다 약한 것 같다. 일단 고열이 없어서 정신이 살만했고,

한국에서 챙겨 온 감기약을 꼬박꼬박 챙겨 먹었다.

직접 생강과 레몬, 꿀을 넣고 차를 만들어 계속 마셨다.


덴마크에서는 양성 판정을 받으면 현재 4일 격리 의무이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이상 집에서 4일 동안 푹~쉬면 된다. 약은 없다.

따뜻한 차와 신선한 과일을 많이 먹으라고만 되어있다.

4일 이후엔 증상이 심하지만 않으면 격리 해제 및 출근 가능하다.


같이 지내는 남편을 위해 집안에서 잘 때도 나는 마스크를 하고 지냈다. 그런데 오빠도 역시나 양성.


이렇게 설날에 우리 부부는 잊지 못할 선물을 받았다.


사실 덴마크는 eu최초로 백신 규제를 폐지해서,

어딜 가나 마스크를 아무도 안 쓰고 이제 백신 패스도 다 필요 없다. 그래서 위험도가 매우 매우 올라갔다.

안 그래도 불안하던 차에 차라리 이번 기회에 이렇게 감기처럼 크게 아프지 않고 지나가서 다행인 것 같기도 하다.


하나 좀 놀라운 건,

그전에 많은 유럽계 친구들이 주변에서 걸려서 밀접접촉자로 내가 검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들이 있었는데 그 누구도 나에게 미안함을 표현하지 않았다. 아니 그냥 이 사람들은 전혀 미안해하지 않았고 그럴 필요성도 못 느낀다. 그때마다 참 어이가 없으면서 개인주의자들 역시나~ 하고 말았었다.

내가 이번에 양성이어서 직장 매니저에게 연락을 했다.

내가 4일 격리를 해야 하므로 업무 스케줄에 지장이 있으니 미안하다고 말했다.

매니저가 하는 말이 이게 왜 미안한 일이냐며, 미안하다고 할 필요 없다고.

코로나는 누구에게나 어쩔 수 없이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네가 미안해할 일이 아니야라고 했다.


어.. 그래 그럼 안 미안해.


근데 나에게 코로나를 전파한 친한 셰프 친구는 아시아계다. 유일하게 그 친구가 연락이 왔다.

자기 때문에 네가 코로나에 걸린 것 같아 미안하다는 문자였다.





역시 아시아계 사람들이 정이 있다.

사람이 이래야지!




나는 내일이면 4일 격리가 풀리고 내일 바로 출근을 한다.

아직 콧물이 줄줄 나고 목소리도 잠겼지만 이 정도의 증상은 더 이상 격리할 필요 없고 출근을 해도 상관없다고 한다.

많이 아프지 않아서 감사하지만, 2년 동안 쩔쩔맸던 이 코로나가 이렇게 4일 만에 끝난다고 생각하니

화도 나고? 괜히 분하다.

우리 부부 몸에 이제 슈퍼항체가 생겼길..!





코로나 양성 뜬 기념...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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