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 아디오스...

#4일 차

by annamood







아.......... 오늘 너무 고돼서 힘이 없다........ 하지만 일기는 바로바로 당일에 써줘야 감정이 느껴지니까!
오늘도 새벽부터 일어나 귀여운 오리들과 인사하며 출발했다.

내가 어제 에콰도르 아저씨랑 같이 잤다고 했었던 것을 기억하시나요? 그 아저씨가 나보다 먼저 일찍 출발하셨는데 어느 정도 길을 가다 만났다. 이 아저씨는 말했듯이 에콰도르에서 오셨고 따라서 스페인어는 하시지만, 영어는 정말 단 마디도 못하셨다. 그래서 계속 스페인어로 나에게 말을 걸으셨고, 난 스페인어를 1도 못한다. 그래서 둘이 각각 스페인어, 한국어를 쓰며 대화하는데 어이없게 대화가 돼서 더 웃기는 그런 상황이 계속 됐다 (ㅋㅋㅋㅋㅋ)


이 아저씨가 날 정말 좋아하셨다. 왜냐하면 내가 사진, 인증샷을 아주 잘 찍어주기 때문. 사진은 역시 한국인이죠.

내가 사진을 찍어드리면 매우 흡족해하셨다. 자꾸 나한테 핸드폰을 주시며 "포토포토" 이러셨다.

그렇게 전용 사진사가 되어 드리며 걷다가 숲길로 들어섰다. 조금 걸으니 노점상이 있었다. 에콰도르 아재는 조금만 쉬어가자며 먼저 가려는 나에게 콜라를 사주겠다고 같이 쉬자고 하셨다. 전용 사진사를 놓치기 싫으셨던 거 같다. 그렇게 덕분에 콜라 한잔 마시는데 너무~ 맛있었다. 노점상 아저씨가 한국에서 왔냐고 하며 한국 사람들이 참 많이 온다며 다들 친절하다고 하셨다. 먼저 오셨던 많은 한국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했다. 한국인 뿌듯.

그렇게 앉아서 땀도 식히고 목도 축이고 나니 흥 많은 남미, 에콰도르 아재가 흥이 나셨다. 노래를 들더니 춤을 추셨다. ㅋㅋㅋㅋㅋㅋ너무 즐거웠다. 그 모습을 찍어 드리니 또 보내 달라며.. 귀여우셔.

그렇게 여유롭게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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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유키라는 순례자를 만나게 되었다. 겉모습만 보고 동안 페이스인 아시안인 거 감안해서 40대인 줄 알았는데 나보다 고작.. 1살 오빠여서 매우 충격.

아니 어떻게 이 비주얼이 28살이냐고요..........?

스토리를 들어보니 한국이랑 별반 다를 거 없이 밤낮 일개미로 살다가, 이건 아니다! 나 스스로에게 휴가를 주자라는 생각으로 회사를 때려치우고 배낭 하나 매고 지금 1년째 세계 여행을 하고 있고, 이 순례길이 마지막 코스라고 했다. 어쩐지 배낭이 다른 순례자들에 비해 어마어마했다. 지금 1년째 이런 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정~말 놀라웠고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단순하게 세상엔 정말 다양한 사람과 삶의 모양이 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순례길을 걸으며 만나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 말을 피부로 매일 와 닿게 느끼고 있다.

역시 인생에 정답이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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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는 천천히 가겠다고 하여 에콰도르 아재와 다시 단둘이 걸었다. 갑자기 어디론가 전화를 걸으셨다. 와이프 분과 영상통화를 하셨고 갑자기 나를 바꿔주셨다. "올라~!" 여전히 말은 1도 안 통했지만 진심은 통했다. 무슨 얘기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언어가 다가 아니었다. 진심으로 서로 대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렇게 정신없이 영상 통화를 번갈아가며 하다 보니, 엥? 순례자의 길 표시인 화살표가 안보였다. 한참을 걷다가 우리가 길을 잘 못 들어왔구나, 길을 잃었구나를 깨닫고 서로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졌다.

"토킹 노노" 합의하고 다시 왔던 길을 다 돌아가서 겨우 길을 찾았다. 돌아오는 길부터 발이 굳는 게 느껴지면서 정~말 힘들었다. 3일 치 누적된 대미지 때문에 다리가 감각이 없었다. 아저씨는 묵을 숙소들을 이미 다 예약을 하고 순례길을 오셨다고 하며 예약하신 숙소로 가셨다. 빠빠이.



오늘 묵을 마을은 팜플로나라는 큰 도시였다. 확실히 거리 모습들이 큰 도시의 느낌이 났다. 오늘도 점심을 못 먹고 걸어서 숙소 오자마자 근처 바로 가서 허기를 채웠다. 아 행복해~!~! 맥주가 물보다 싼 스페인이기 때문에, 맥주도 한잔! 받고 한병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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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쉬다, 낯익은 한국분들과 저녁을 해 먹었다. 마트에 신라면이 있어서 바로 구입!!!!!! 라면이 진짜 최고다. 고생한 만큼 든든히 먹었다. 나는 요리를 못하고, 애초에 양념들을 챙기지 않았다. 근데 한국분 중에 한 분이 요리를 너무 잘하셨다. 라면 수프부터 간단한 양념들도 다 싸오셔서 덕분에 찜닭을 해 먹었다! 순례길에서 첫 한국음식이었다. 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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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준비를 하고 숙소 침대에 누웠는데 옆에 서양의 건장한 청년들도 다 앓아누웠다. 샤워하러 가는데 다들 계단을 못 올라가고 끙끙 앓는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났다.

이 곳은 숙소가 아니라 환자 병동 같았다. (ㅎㅎㅎㅎ) 물론 나 포함....

심지어 이곳은.. 한 공간에 한 100명 이상이 함께 자는 거 같았다. 옆 침대랑은 붙어있음 ^^..

팜플로나까지 안 오고 조금만 걷고 싶어도 다른 작은 마을들은 비수기라 숙소들이 다 영업을 안 했다. 그래서 다들 어쩔 수 없이 강제로 걷는 모양새이다. 순례길 비수기에 오면 더 고생합니다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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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근육통 때문에 걷지 않고, 큰 도시에 왔으니 여행도 할 겸 하루 쉴 까 고민 중이다.

만약 하루 쉰다면 이제 까지 같이 걷던 사람들이랑 다음 마을에서 못 만날 확률이 많아, 헤어지는 게 아쉽긴 해서 고민이 된다.

근데 이 와중에 에콰도르 아재는 자꾸 내일도 같이 걷자며.... 7시에 나오라고...........

하하하.. 아디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