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차
내 몸아 미안해
쉬려고 고민 했지만 결국 걸었다...
이제는 침낭도 빨리 잘 갠다. 역시 뭐든 꾸준히 하면 늘어~!
병동 같은 숙소를 빠져 나와서 팜플로냐를 떠났다.
역시 큰 도시는 큰도시였다. 높은 건물들도 많고 전 날 거리에 사람이 많더라니.. 길거리에 쓰레기도 한 다발..
뭔가 확실히 큰 도시보다는 작은 도시가 좋다. 안쉬고 걷길 잘한거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10월 말, 가을이라 이 곳도 단풍나무가 너무 예쁘게 나의 길을 안내해줬다. 단풍나무부터 단풍 길을 찍어서 한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보내주니 단풍여행 간거냐며.....ㅎㅎㅎㅎ 여하튼 이 곳, 스페인 북부도 가을 가을하다.
오늘 아침에 나올 때부터 날씨가 너무 좋았다. 거기다가 내가 좋아하는 하늘을 실컷 봐서 너무 좋았던 하루였다. 높은 건물이 없으니 하늘이 넓게 한 눈에 보이고, 그 하늘에 비행기 길들이 붓으로 그은 것 처럼 그려져 있었다. 걸으면서 "아 진짜 너무 좋다" "아 너무 예쁘다" 감탄하며 걸었다.
애매하게 11시쯤 도착한 마을이 있었다. 점심을 해결하고 가야겠다 생각해서, 가게로 들어가 바게트 샌드위치를 하나 사서 길에 앉아 먹었다. 이렇게 조그만한 마을에 사람들이 다 살고 있는 것도 새삼 신기했다. 그나저나 바게트도.. 평생 먹을 거 여기서 다 먹는 것 같다.
다시 출발 했고, 오늘 용사의 언덕이라는 언덕을 넘었다. 인증샷을 많이 남기는 곳이라 마침 도착했을 때, 매일 마주치는 한국분이 계셔서 한장씩 인증샷을 남겼다. 오래 앉아서 쉬어봤자 다시 걸을 때 힘드니, 숨만 고르고 난 다시 출발했다.
어제 에콰도르 아재가 7시에 나오라고 했는데, 시간을 맞추지 못해 만나지 못했다. 조금 시원 섭섭하던 찰나에
어쩜 딱! 중간 마을쯤에서 만났다. 순례길도 참 좁다. 그래도 아는 사람이라도 만나니까 너무 반가웠다. 익숙한 얼굴들이 조그만한 바에 앉아서 맥주 한잔씩하며 쉬고 있었고 귀여운 고양이도 있어서 나도 조금 여유를 부렸다. 그렇게 한번 앉아서 술판을 시작하다보니 오늘 그냥 여기까지만 걸을까? 이 마을에서 잘까? 라는 생각을 하던 와중에 같이 시간을 보내던 순례자들 중 몇몇이 다음 마을로 넘어가자고 하길래 술김에....? 또 더 걸었다.
오늘도 역시나 돌길이라 내 발이 제일 고생이지뭐..
오늘 묵는 마을은 팜플로냐에서 27km정도 걸어서 온 Puente La Reina라는 마을 이었다. 정말 조용한 마을이었다. 마을 사람을 하나도 못본듯...?
몇일 됬다고 이제 나의 루틴이 생겼다. 도착하자마자 샤워를 하고 세탁물을 빨래방에가서 돌려 놓는다. 빨래가 될 동안 마트에가서 장을 본다. 그렇게 오늘도 마트에가서 와인 한병과 하몽을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해가 너무 따듯해서 숙소 정원 쪽에서 먹으려고 가보니, 일본인 유키와 한국분들이 이미 한병씩 드시고 계셨다.
다같이 앉아서 서로 오늘의 순례길 썰도 풀고, 여유롭게 오후를 보냈다. 사실 오늘 하루는 그냥 계속 취해있었던거 같기도하고...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래서 그런지 이 시간 이후로 이날의 기억은 딱히 없다. 저녁을 뭘먹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돌길을 걸어서 발목이 너무 아픈 거 말고는 더이상 소스가 없음. 오늘의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