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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스코에서 1박은 너무 짧아요

쿠스코 스타벅스에서 나랑 커피 마실 사람?

by 문간방 박씨

해발 3300m에 위치한 쿠스코에서 난생처음 겪는 고산병이 신기했다.


호텔방은 2층에 있었는데 계단을 뛰어 올라가니 중간에 몇 계단 못 올라가서 멈춰야만 할 정도로 숨이 안 쉬어지고 머리가 아팠다. 시차도 적응 안되고 피로도도 높아서 다들 방에서 쉬자고 했지만 나는 쉴 수가 없었다. 쿠스코에서의 1박은 나에게 매우 소중했다.


쿠스코는 관광으로 먹고살아서인지 호텔값이 리마보다 비쌌다. 아르마스 광장에서 가깝고 깔끔한 곳으로 숙소는 예약이 돼 있었다.

IMG_20140830_114821.jpg 화장실은 별로였다. 커튼을 다 치고 샤워를 해도 바닥이 물바다가 됐다. 내가 샤워를 좀 오래 하긴 했다... 물줄기가 너무 약했어


IMG_20140830_114402.jpg 로비에 있던 코카차다. 고산병에 좋다고 해서 마셨는데 정말 맛은 없었다. 그래도 이걸 언제 마셔보나 싶어서 수시로 오고 가며 마셨다


IMG_20140830_114238.jpg 호텔 문을 나서면 바로 아르마스 광장이었다. 맨질맨질한 돌바닥 촉감이 좋았다


IMG_20140830_114223.jpg 스페인 지배 당시의 건축양식 위에 현지식으로 고쳐서 지은 상점이다. 대로변에 위치한 상점답게 가격이 무지하게 비싸서 하나도 안 샀다


IMG_20140830_220222.jpg 저녁 먹고 혼자 나가서 사온 라마 인형이다. 인형 옆구리에 옥수수는 진짜 옥수수다. 지금도 내 방에 있는데 만지면 옥수수가루가 우수수 떨어진다


고산병에 좋다는 *****약을 나 빼고 다 챙겨 먹고서도 다들 너무 힘들어했다. 두 사람은 숨 쉬기가 너무 힘들고 평소에 없던 건강이상설을 호소하며 산소통까지 끼고 누워있었다. 산소통을 빌리는 것도 재미있었다. 10분은 무료체험이다. 10분 이후부터 가격이 올라가더라.


나에게는 쿠스코에 고작 하루 머무는 1분 1초가 아쉬웠다. 라마 인형을 사러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얘기를 하는 나를 보며 사장님은 혼자 갈 수 있겠냐며 몇 번을 다시 물어보셨다.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전화하라고 하시며 쇼핑지원금 100불을 주셨다. 나는 호텔에 물어서 가장 환율이 좋다는 환전소로 100불을 들고 가서 페루 돈으로 전부 환전했다. 내 것 라마 인형하고 사장님 따님을 위해 똑같은 라마 인형을 샀다.

IMG_20140830_224748.jpg 코카차인데 색깔이 녹차 같다. 호텔방 안에 생수가 없어서 코카차만 마셨다


IMG_20140830_230243.jpg 잠을 자려고 해도 밖이 시끌시끌해서 몇 번을 깼다. 호텔 현관은 저녁 7시가 되자 문이 폐쇄가 되고 총을 든 사람이 경비를 서더라. 총을 제대로 쏠 줄은 아는 걸까?


IMG_20140831_213637.jpg 12개의 꼭짓점을 가진 돌이다. 실제로 보면 엄청 크다

이 돌을 찾기 위해서 페루 골목길을 다 뒤졌다. 이 12각 돌은 잉카 문명 석조 기술의 절정을 엿볼 수 있는 돌이니 꼭 가보라고 책에서 봤다. 12각 돌과 인접해 있는 돌과 모양을 맞춰 끼어넣으려고 깎아 낸 근성이 대단했다. 이 정도 근성인데 스페인에 왜 정복당했는지 안타까울 정도다. 하지만 정작 현지인들은 이 돌에 관심도 없어서 물어봐도 잘 몰랐다. 이런 돌담이 수십 개의 골목에 끝도 없이 이어지기 때문에 생각보다 쉽게 찾지를 못했다. 내가 인쇄해 온 지도를 가지고 이 돌을 찾아서 30분을 헤맸다. 그러다가 길거리에 유난히 기념품을 파는 할머니들이 많은 곳을 발견했고, 역시나 그곳에 이 돌이 있었다. 이 돌 하나 보겠다고 한밤중에 이렇게 돌아다닐 필요가 있냐고 허탈해하시던 사장님이 이 돌 앞에서 인증샷을 제일 많이 찍으셨다.


각 여행지에서 스타벅스 컵을 수집하는 나는 아르마스 광장에 있는 스타벅스에도 갔다. 그곳에서 마추픽추가 그려진 스타벅스 컵을 2개나 샀다. 그리고 나머지 직원들도 전부 불러서 다 같이 커피를 마시며 쿠스코의 밤을 즐겼다. 스타벅스 창 밖에는 달동네가 있었다. 수백 개의 빽빽한 집에서 환한 빛을 뿜어내는 풍경이 마치 작품 같았다. 달동네 위로 쏟아지던 별을 본 기억도 생생하다. 두통과 피로함 그리고 시차 적응 실패로 몽롱한 상태에서 쏟아지는 별을 계속 바라보고 있자니 이게 꿈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달동네에서 나오는 빛이 꼭 별 같아요. 예쁘죠 사장님?

그런 소리 하지 마... 난 저런 달동네 보면 어렸을 적 살던 달동네가 생각이 나서 가슴이 아파...

그래도 지금은 ***동 만수르잖아요~ 존경합니다 사장님!


낮에는 구름이 손에 잡힐 듯, 밤에는 얼굴 위로 별이 쏟아질 것 같았던 하늘과 가까운 곳, 쿠스코가 너무 그립다.


언제 또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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