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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에서의 뒤죽박죽 여행기

잉카 콜라는 내 입맛에는 안 맞다

by 문간방 박씨
여행기 순서가 뒤죽박죽이네.


브라질에서 3시간 정도의 비행 후 페루의 수도 리마에 도착했다.

비행기 안에 동양인은 우리뿐이었다. 착륙 직전에 본 리마의 모습은 의외였다. 빽빽한 건물에서 늦은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화려한 불빛이 인천보다 더 많은 것 같았다.


어딜 가나 수도는 비슷하구나 싶었다.


DSCN9226.jpg 리마에 도착했다. 사장님은 어딘가에서 찰칵찰칵 소리가 들려서 쳐다보면 전부 내가 사진 찍는 소리였다고 하셨다. 남는 게 사진입니다 사장님


DSCN9227.jpg 브라질에서 페루까지 작은 비행기로 오느라고 고생했다. 엄청 흔들려서 물 마시다가 다 흘렸다


새벽 1시에도 잠 못 이루는 수십 마리의 마약탐지견을 통과해서 페루 땅을 밟았다. 온화한 인상을 가진 회사 전용 운전기사는 굉장히 내성적인 사람이었다. 아주 점잖은 기사분이었고 내 짧은 스페인어도 잘 알아들으시며 발음도 교정해 주셨다. 여기서 1달만 살아도 한국에서 1년 공부하는 것보다 빨리 배울 것 같다.

DSCN9229.jpg 페루 표 코카콜라 간판이다. 잉카 콜라인데 색깔이 소변 색깔이라서 별로 마시고 싶지는 않았다. 참고로 난 코카콜라도 안 마신다. 마시면 딸꾹질이 계속 나온다


3시간만 자고 나오기 아까웠던 5성급 호텔 조식이다. 이게 첫 접시였고 그 이후로 7 접시인가 더 먹었다.

DSCN9230.jpg 맨 오른쪽 과일을 한국에서도 이제 살 수 있더라. 신 것을 잘 먹는 나인데도 이 과일은 무지하게 시더라. 비타민이 많을 것 같아서 참고 1개는 먹었다

오전에 리마 시내를 한 바퀴 둘러봤다. 페루 사람들은 아침을 전부 밖에서 먹는지 길거리 음식점이 많았다.

DSCN9231.jpg 중남미는 길거리에서 이런 빵을 많이 판다. 한번 먹어볼까 싶기도 한데 타지에서 배탈 날까 봐 한 번도 안 먹었다.


페루 거래처와 미팅 후 그다음 날 바로 쿠스코로 향했다. 비행기 안에서부터 마추픽추에 대한 기대감에 한숨도 못 잤다.

DSCN9233.jpg 혹시라도 나스카 평원 지상화 같은 유적지를 내가 발견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창밖을 구경했다. 평소 복도 좌석을 선호하지만 이때만큼은 창가 자리에 앉았다


DSCN9234.jpg 구름이 한참 밑에 있다. 어느 순간부터 가슴이 답답하고 숨 쉬기가 힘들어졌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회사분들 모두 상남자인 양 말도 못 하고 참고 있었다고 한다


DSCN9235.jpg 여기서 어떻게 살까? 싶은데도 군데군데 마을이 보였다. 이 사람들은 평생 저기서만 살까? 코로나로부터 안전한 곳이겠지?


쿠스코에 도착하니 얼굴과 온몸이 띵띵 부어서 신발이 터질 것 같았다. 신발에 엄청나게 불은 발을 구겨 넣고 차를 타고 호텔로 이동했다.

DSCN9238.jpg 일본인들이 많이 왔는지 상점에 일본어가 많이 보였다


DSCN9239.jpg 내가 도착한 날 종교적인 행사가 있었다. 페루 경찰인가? 일반적인 페루 시민들보다 비주얼이 좋았다


DSCN9240.jpg 페루 사람들의 90% 이상이 가톨릭을 믿는다. 나도 세례는 받았지만 내 의지는 아니었다. 그래도 힘들 땐 신에게 도와달라고 부탁드린다


DSCN9241.jpg 종교 행사도 신기했지만 내 관심사는 이 행렬이 끝나면 바로 앞에 있는 상점 willy market에 가는 것에 있었다.


DSCN9244.jpg 페루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한다는 기니피그다. 통째로 튀긴 거라서 자세히 보면 손과 발톱 그리고 꼬리까지 그대로 있다.

거대한 쥐를 절대 못 먹을 것 같았는데 여기서 안 먹으면 후회할 것 같아서 조금 맛을 봤다. 맛은 닭고기 맛 같았다. 식성 좋은 사장님을 위해 내가 포크 2개를 가지고 다리와 팔을 분리해서 드리니 질색을 하시면서도 잘 드셨다. 맛있고 즐거운 식사를 위해 기니피그 얼굴을 비위 약하신 몇몇 분들을 위해 옥수수 잎으로 덮었다.

DSCN9253.jpg 점심 먹고 쿠스코 박물관에 들렀다. 보수공사를 하는데 너무 신식으로 바뀌는 것 같아서 아쉬웠다


DSCN9254.jpg 자유여행이었다면 여기서 3시간 이상 둘러보며 천천히 감상했을 텐데 1시간도 안돼서 금방 나왔다. 나 빼고 다들 관심이 없더라

쿠스코 시내를 볼 수 있는 언덕으로 올라가 봤다. 언덕으로 올라갈수록 고산병이 더 심해지는 것 같았다. 나랑 사장님 빼고는 전부 차 안에서 누워있었다.

DSCN9270.jpg 하늘과 가까운 이 곳, 쿠스코. "디아나, 널 사랑해"라고 누가 담벼락에 낙서해놨구나. 아직도 디아나를 사랑하고 있을까?


DSCN9271.jpg 과거 잉카인들이 살았던 터를 볼 수 있는 곳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 곳이 가장 좋았다. 딱 일주일만 여기서 느긋하게 지내보고 싶다


DSCN9296.jpg 술은 중남미도 엄청 먹는다. 근데 왜 술 먹고 사고 치는 건 한국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지?


DSCN9297.jpg 한국 시골 풍경과 비슷해 보인다. 우리나라 60년 대 풍경쯤 되려나?

코로나로 재택근무 중인 페루에서 나에게 개인적으로 연락이 왔다. 나는 단번에 마스크가 필요해서 연락이 왔음을 알았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해외로 KF94 마스크를 보내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최대한 오해 없도록 현재 상황을 잘 설명을 했다.


10장도 안 되는 면 마스크라도 당장 비행 편이 없어서 보낼 수 있는 국가가 한정적이다. 그리고 당장 보낸다고 해도 최소 1달이 걸리고 공항에서 분실되는 경우도 많다고 하니 마음이 씁쓸하다.


앞으로의 세상은 코로나 전과 후로 나눠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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