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는 푸쉬킨이 인기 1등
러시아에서는 도스토예프스키가 가장 인기가 좋을 줄 알았다. 하지만 내가 느끼기로는 푸쉬킨의 인기를 도스토예프스키가 따라갈 수가 없다. 모스크바에는 아예 "푸쉬킨 미술관"의 이름으로 엄청나게 큰 미술관이 있다. 그 미술관 안에는 내로라하는 유명한 작품들이 그득그득 전시돼있다.
중학교 때 푸쉬킨의 시를 처음 접했다. 그때 친구랑 다이어리 나눠 쓰면서 푸쉬킨의 시를 내가 적어서 공유했었다. 그때는 뭣도 모르고 외웠었는데 나이가 드니 이 시가 마음으로 와 닿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우울한 날들을 견디면
믿으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지나가는 것이니
그리고 지나가는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리니
중학교 때는 다이어리 꾸미고 뭔가 있어 보이려고 무작정 외우고 다녔다. 그런데 지금 다시 이 시를 보니 마음에 와 닿는 부분이 많다.
우울한 날들을 견디면 기쁨의 날이 언젠가는 오겠지?
초가을인데도 쌀쌀했던 모스크바의 날씨에 푸쉬킨 박물관에 들어가니 따뜻한 실내 온도에 잠이 쏟아졌다. 그래도 입장료까지 냈는데 정신 차리고 하나하나 눈에 담으려고 노력했다. 표지판이나 설명에 영어는 단 한 글자도 없었다. 그냥 감으로 보면서 그 시대에는 어떤 물건을 사용했고, 푸쉬킨의 글씨체를 내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었다.
아내인 나탈리아는 사치벽과 바람기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내가 직접 보고 들은 게 아니기 때문에 정말 그 아내분이 그랬다고는 장담하고 싶지 않다. 실제 푸쉬킨의 죽음에 대해서도 러시아 궁정의 음모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푸쉬킨 박물관은 볼거리가 많았다. 푸쉬킨을 추억하고 기리는 전시물들이 생각 이상으로 많았다. 또한 어린이들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어린이 박물관은 따로 있었다.
러시아의 국민 시인이자 중학교 때 내가 유일하게 좋아했던 시인 푸쉬킨을 직접 가서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중학교 때는 내 인생에 있어서 최고로 학교 다니기 싫었던 시절이었는데 그 우울했던 시절도 지나니 기쁨까지는 아니어도 과거보다는 나은 삶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때 내가 이랬는데...라는 식으로 사는 것보다는 앞으로 뭐가 펼쳐질지 모르는 내 인생이 더 기대가 되는 것 같다. 지금도 별 볼 일 없긴 하지만 과거보다는 지금이 나아서 다행이다.
미래에는 더 나아져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