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은 유용해
인스타그램을 보면서 핸드폰 화면을 쭉쭉 내리다가 낯익은 장소에 손가락이 멈췄다.
누군가가 찍어서 올린 사진 속에 낯익은 집, 바로 우리 집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인스타그램에 몇몇 동네책방을 팔로우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방도 내 인스타그램에 떴나 보다. 삭막하고 오래된 음식점만 가득한 우리 동네에 조그마한 책방이 생겼다니 매우 반가운 일이다.
나는 우리 동네를 좋아하지 않는다.
내 방으로부터 동쪽엔 재개발로 2달 전에 주택단지가 전부 헐렸다. (아직 주변정돈이 되려면 4년은 더 있어야 할 듯하다) 그리고 내 방과 마주 보고 있는 10년 넘은 아파트 앞 편의점에서 일어나는 잦은 다툼과 고성방가 그리고 주취자들의 소음은 장마철을 빼고는 없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정확히 밤 11시면 마주 보는 이웃 아파트에서 작업하는 음식물쓰레기와 분리수거 처리에 대한 소음만큼은 어떻게든 줄여보고 싶다.
나 포함해서 사람들이 잠자리에 드는 시간인 밤 11시 말고 저녁 시간이나 낮에 처리를 하면 안 될까?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당 건 관련하여 구청에 전화를 했다. 하지만 나와 통화한 담당자의 반응은 내 기대와는 너무 달랐다. 나는 '1) 아줌마가 참으라'라는 소리에 한번 상처를 받고 '2) 밤 11시가 어떻냐. 너무 예민한 거 아니냐. 전화하신 분이 누군지 내가 다 안다'라는 말에 또 한 번 소름이 돋았다.
쫄보인 내가 참다 참다 용기를 내서 처음으로 구청에 전화를 해 봤는데 이 직원이 나를 어떻게 안다는 건가? 예상치도 못한 기괴한 답변에 나는 별다른 소득 없이 전화를 끊었다. 결국, 지금까지도 밤 10시 59분~11시 5분 사이에 우당탕탕하며 쓰레기를 수거해가는 이웃 아파트의 소음에 한여름에도 창문을 닫고 자고 있다.
이렇게 내 마음의 빗장을 단단히 걸게 만든 이 동네에 어울리지도 않는 동네책방이 생겼다는 인스타그램을 보고 나는 처음으로 댓글을 달았다. 그리고 몇 분 뒤 바로 답장을 받았다.
와!! 저 사진 속 아파트에 살아요! 조만간 놀러 갈게요!
와! 반가워요! 저 팔로해도 되나요? 비공개이신 분들 맞팔하면 제가 눈치 없는 걸까 봐 고민돼요. 불편하시면 수락하지 말아 주세요. 상처 받지 않아요 ㅋㅋㅋㅋ
인스타그램 속 책방을 보니 기존의 오래된 마트를 리모델링해서 아기자기한 공간을 만들었다.
우리 집 근처에는 그 흔한 책방과 마트 그리고 스타벅스 하나 없다. 그런데 이렇게 예쁜 책방이 생길 줄이야 상상도 못 했다. 우중충한 동네 골목에 노란빛을 쏘아대는 환한 가로등이 생긴 것 같은 기분이다. 앞으로 퇴근할 때도 그쪽 길로 와야겠다.
깔끔하고 트렌디해 보이는 동네 책방은 매주 일요일에는 휴무라서 토요일에 가 볼 생각이다.
김소영 아나운서가 운영하는 책방도 가야지 하면서도 아직 한 번도 못 갔네.
얼마 남지 않은 8월 주말엔 동네 책방 투어로 일정을 다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