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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간방 박씨 Aug 10. 2020

집 근처에 친구가 생겼다

인스타그램은 유용해

인스타그램을 보면서 핸드폰 화면을 쭉쭉 내리다가 낯익은 장소에 손가락이 멈췄다.

누군가가 찍어서 올린 사진 속에 낯익은 집, 바로 우리 집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인스타그램에 몇몇 동네책방을 팔로우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방도 내 인스타그램에 떴나 보다. 삭막하고 오래된 음식점만 가득한 우리 동네에 조그마한 책방이 생겼다니 매우 반가운 일이다.


나는 우리 동네를 좋아하지 않는다.

내 방으로부터 동쪽엔 재개발로 2달 전에 주택단지가 전부 헐렸다. (아직 주변정돈이 되려면 4년은 더 있어야 할 듯하다) 그리고 내 방과 마주 보고 있는 10년 넘은 아파트 앞 편의점에서 일어나는 잦은 다툼과 고성방가 그리고 주취자들의 소음은 장마철을 빼고는 없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정확히 밤 11시면 마주 보는 이웃 아파트에서 작업하는 음식물쓰레기와 분리수거 처리에 대한 소음만큼은 어떻게든 줄여보고 싶다.


나 포함해서 사람들이 잠자리에 드는 시간인 밤 11시 말고 저녁 시간이나 낮에 처리를 하면 안 될까?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당 건 관련하여 구청에 전화를 했다. 하지만 나와 통화한 담당자의 반응은 내 기대와는 너무 달랐다. 나는 '1) 아줌마가 참으라'라는 소리에 한번 상처를 받고 '2) 밤 11시가 어떻냐. 너무 예민한 거 아니냐. 전화하신 분이 누군지 내가 다 안다'라는 말에 또 한 번 소름이 돋았다.


쫄보인 내가 참다 참다 용기를 내서 처음으로 구청에 전화를 해 봤는데 이 직원이 나를 어떻게 안다는 건가? 예상치도 못한 기괴한 답변에 나는 별다른 소득 없이 전화를 끊었다. 결국, 지금까지도 밤 10시 59분~11시 5분 사이에 우당탕탕하며 쓰레기를 수거해가는 이웃 아파트의 소음에 한여름에도 창문을 닫고 자고 있다.


이렇게 내 마음의 빗장을 단단히 걸게 만든 이 동네에 어울리지도 않는 동네책방이 생겼다는 인스타그램을 보고 나는 처음으로 댓글을 달았다. 그리고 몇 분 뒤 바로 답장을 받았다.


와!! 저 사진 속 아파트에 살아요! 조만간 놀러 갈게요!

와! 반가워요! 저 팔로해도 되나요? 비공개이신 분들 맞팔하면 제가 눈치 없는 걸까 봐 고민돼요. 불편하시면 수락하지 말아 주세요. 상처 받지 않아요 ㅋㅋㅋㅋ


인스타그램 속 책방을 보니 기존의 오래된 마트를 리모델링해서 아기자기한 공간을 만들었다.

우리 집 근처에는 그 흔한 책방과 마트 그리고 스타벅스 하나 없다. 그런데 이렇게 예쁜 책방이 생길 줄이야 상상도 못 했다. 우중충한 동네 골목에 노란빛을 쏘아대는 환한 가로등이 생긴 것 같은 기분이다. 앞으로 퇴근할 때도 그쪽 길로 와야겠다.


깔끔하고 트렌디해 보이는 동네 책방은 매주 일요일에는 휴무라서 토요일에 가 볼 생각이다.

김소영 아나운서가 운영하는 책방도 가야지 하면서도 아직 한 번도 못 갔네.


얼마 남지 않은 8월 주말엔 동네 책방 투어로 일정을 다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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