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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간방 박씨 Aug 12. 2020

해 본 것과 안 해본 것의 차이

나도 '좋은'차 가지고 싶다

일을 마치고 퇴근하는데 가방 안에서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누구지?


내가 꼬꼬마 소사원일 때부터 같이 일해왔던 거래처 사장님이었다.

이 사장님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에피소드가 몇 가지 있다. 각자 업무에 서툴렀던 우리는 세월이 흘러서 한 사람은 소과장이 됐고, 또 한 사람은 강남의 한 건물을 매입해서 회사를 운영할 정도로 돈을 벌었다.


3년 전인가?

들리는 소문에는 벤츠를 타고 우리 회사에 방문했다고 들었다. 벤츠는 나한테 거리가 먼 차지만 서울에서는 흔하게 보는 차니까 그냥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어느 회사의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사장님이 사업을 해서 돈을 많이 벌고 벤츠까지 뽑았다는 소문을 듣고 그 모습을 질투하는 사람들이 몇몇 있었다.


사장님은 지나는 길에 서둘러서 집으로 향하는 나를 보시고는 본인 차를 타라고 전화를 하셨던 거다.


와! 사장님!! 오랜만이에요! 어떻게 저를 보셨대요? 근데 사장님 차 정말 좋네요!

좋긴 뭐...... 3년이나 된 차예요. 벤츠 자주 타지 않나요?

자주 타긴요! 벤츠를 언제 마지막으로 탔는지 기억도 안 나요. 사장님


립서비스가 아니라 사장님 차는 정말 좋았다.

제네시스 G90이 좋아서 외부로 이동할 땐 항상 상무님 차만 탔는데 이제와서보니 제네시스랑 벤츠는 비교가 안되는구나 싶었다.


사장님은 편하게 가라고 뒷좌석 문을 열어주셨고 나는 좌석에 앉자마자 1월에 비즈니스석을 탔던 그 기분을 8개월 만에 다시 떠올릴 수 있었다.


사장님, 이 차 얼마예요?


차 가격은 딱 보이는 그대로였다.


지금까지 나는 내 집 마련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차는 가족의 안전과 직결되는 거니까 돈을 좀 더 주고서라도 튼튼한 것을 사야 해! 그런 점에서 아파트보다 중요한 것이 차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고 어느새 내 머릿속에는 차 구입 시 기회비용과 여러 숫자들의 더하기 빼기가 마구 왔다 갔다 했다.

 

사장님은 내가 본인 차에 대해서 이것저것 묻고, 차에 대한 칭찬을 하니 기분이 좋으신 것 같았다. 함박미소를 지으시며 다른 사장님들은 올해 어떤 차로 바꿨는지까지 나한테 쭉 소개를 해주셨다. 요즘 대세는 제네시스 G90인 것 같았지만 다 필요 없고 나는 이 차가 좋았다.


더운데 1인 1 빙수 하자며 지나가다가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차를 세우셨다. 각자 먹고 싶은 음료를 시키고 깨알같이 CJ 포인트도 핸드폰 번호로 적립하시던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포인트도 한 몇 만점 있으실 줄 알았는데 가용 포인트 1,188점에 빵 터졌다.


살아가면서 꼭 한 번은 좋은 좌석에 앉아보고 그 기분을 느껴보는 것이 참 중요하다. 매일 최고급을 경험할 수는 없지만 아주 가끔이라도 경험해 볼 수 있으면 나의 성장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단순히 책을 읽고 공부만 하는 것이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느낀다.

 

사장님은 요즘 해외 출장도 없어서 사무실에 있자니 직원들 눈치가 보인다고 한다. 그래서 오후 4시에 퇴근을 하 몇 개월째 집에 일찍 들어가니 와이프가 반겨주지도 않아서 밖에서 혼자 산책을 많이 하신다고 하셨다. 정말 시간이 많으셨는지 사장님은 우리 집까지 데려다주셨다. 좋은 차를 타고 집에 오니 그렇게 막히던 길도 뻥뻥 뚫리는 것 같았다. 퇴근시간인데도 평소보다 20분이나 일찍 집에 도착했다.


내일은 평소처럼 대중교통으로 퇴근해야 한다.

마스크 미착용자는 없는지, 코를 내놓거나 턱에 마스크를 걸친 사람을 피해서 꾸벅꾸벅 졸면서 매일 퇴근을 한다. 그래도 나는 나름대로 내 생활과 환경에 불만족 없이 살고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나도 내가 가지고 싶은 차를 타고 다니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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