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숙제를 안고 과달라하라를 떠나요
과달라하라에서 1박을 한 후 멕시코 시티로 넘어가서 주말에는 관광을 한 후에 월요일에 콜롬비아로 넘어갈 계획을 하고 있었다.
원래는 Omar와 함께 콜롬비아에 있는 나의 거래처에 가서 함께 미팅을 할 예정이었다. Omar가 콜롬비아로 이동하면서 드는 항공비나 숙박비 등 모든 것을 나의 회사에서 비용을 부담하면서 미팅이나 통역의 도움을 받기 위해 윗선에까지 전부 이야기를 마쳤다. 하지만 나는 중남미로의 출발 3주 전에 모든 계획을 틀었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Omar는 본인을 믿지 못하는 거냐고 카톡으로 하소연을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자살당한 채 한강에 던져져서 한 달 뒤 서해안에서 발견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까지 했었던 나는 모든 정보에 귀를 기울이고 사소한 것에도 예민할 수밖에 없었다.
Omar는 멕시코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식당으로 예약했다고 자신만만하게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입구에서부터 귀청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큰 음악이 들리면서 대기줄은 어마어마한 펍이었는데 이곳이야말로 코로나 천국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
저녁을 안 먹고 밤 9시까지 버티다 보니 굉장히 허기가 졌는데, 도저히 이곳에서 마스크를 벗고 밥을 먹을 수가 없었다. 여기서 코로나 걸렸다가는 콜롬비아에서의 일정이 전부 틀어지기 때문에 나는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마리아치 아저씨들 6명이 나를 빙 둘러싸서 마스크도 없이 노래하는 것도 굉장히 거슬렸다.
온갖 비말이 퍼져나가고 있을 텐데 이 펍에 있던 100명이 넘는 사람들 중 나를 제외하고 아무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멕시코는 코로나 확산세가 줄어들고 있다고 하지만 나는 이 국가가 제대로 코로나를 관리하고 있을 거라고 절대 믿지 않는다.
나는 평소 술을 먹지 않는다.
무슨 맛으로 술을 먹는지 모르는 사람이라 지금까지 살면서 단 한 번도 술에 취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이날 밤만큼은 맥주를 정말 맛있게 먹었다. 복잡한 이야기들과 하소연이 오가는 속에서 (전부 돈 이야기이다) 답답한 점도 많았기 때문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돈 문제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는 것일까? 나는 회사에서 월급을 받지만, 또 회사에 돈을 벌어다 줘야 하는 임무를 가진 사람이기 때문에 이 정도는 각오를 하고 멕시코에 왔다. 하지만 이런저런 많은 상황이 나를 너무나도 불편하게 했고, '차라리 몰랐더라면 한국에서 마음은 편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마저 들던 밤이었다.
새벽에 호텔로 돌아와서 나는 그날의 일들을 간략하게 기록한 후에 잠이 들었다. 빨리 아침이 되어서 멕시코 시티로 떠나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8년 전 과달라하라에 처음 왔을 땐, 과달라하라를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창피한 줄 모르고 펑펑 울었다.
그땐 소사원이었던 내가 다시 이곳으로 출장을 오게 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의 소차장은 이곳을 떠나는 게 마음이 홀가분했다. 여러 가지 숙제를 가지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내가 지금까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나의 친구에 대해서도 생각이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5년 만에 멕시코 시티에 가려니 살짝 긴장되고 떨렸다.
멕시코 시티에서 주말 동안 관광할 거라는 이야기를 들은 나의 거래처 사람들은 모두 나의 안전을 기원했다. 현지인들도 위험하다고 느끼는 멕시코 시티에서 이번에도 내가 무사히 관광을 마칠 수 있을까 겁이 났다. 하지만, 죽을 사람은 집 안에서도 죽고, 살 사람은 어떻게는 살지 않겠나 싶은 단순한 생각을 가지고 나는 멕시코 시티 제2 터미널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