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sta luego_과달라하라

많은 숙제를 안고 과달라하라를 떠나요

by 문간방 박씨

멕시코에서의 모든 임무를 마치고 나는 다시 과달라하라로 돌아왔다.

과달라하라에서 1박을 한 후 멕시코 시티로 넘어가서 주말에는 관광을 한 후에 월요일에 콜롬비아로 넘어갈 계획을 하고 있었다.


원래는 Omar와 함께 콜롬비아에 있는 나의 거래처에 가서 함께 미팅을 할 예정이었다. Omar가 콜롬비아로 이동하면서 드는 항공비나 숙박비 등 모든 것을 나의 회사에서 비용을 부담하면서 미팅이나 통역의 도움을 받기 위해 윗선에까지 전부 이야기를 마쳤다. 하지만 나는 중남미로의 출발 3주 전에 모든 계획을 틀었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Omar는 본인을 믿지 못하는 거냐고 카톡으로 하소연을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자살당한 채 한강에 던져져서 한 달 뒤 서해안에서 발견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까지 했었던 나는 모든 정보에 귀를 기울이고 사소한 것에도 예민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콜롬비아 미팅은 생각 이상으로 진행이 잘 되었고, Omar가 본인과 절친이라고 이야기했던 콜롬비아 거래처 Camilo는 정작 본인과 Omar는 잘 아는 사이가 아니라고 나에게 대답했다. 나의 본부장은 갑자기 왜 Omar와 동행하지 않았는지 물었지만, 나는 그가 콜롬비아 거래처와 우리 회사와의 일에 대해 조금이라도 개입되는 것이 싫었다. 그리고 스페인어가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영어와 스페인어를 섞어서라도 의사소통은 충분한 친구들이기 때문에 부족한 만큼 내가 더 준비를 단단히 해서 콜롬비아로 향할 준비를 마쳤다.

과달라하라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이 날 나의 중요한 거래처 두 분을 만나기로 했다. 이 날도 Omar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약속시간보다 40분 늦었다


Omar는 멕시코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식당으로 예약했다고 자신만만하게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입구에서부터 귀청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큰 음악이 들리면서 대기줄은 어마어마한 펍이었는데 이곳이야말로 코로나 천국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


거래처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호텔로 돌아오고 싶었다. 환기도 잘 안되고 거리두기도 없는 이곳이야말로 코로나 천국이지 않을까 싶다
Omar는 나를 위해 마리아치를 불렀다. 이 사람들이 노래하는 것을 보면 낭만적으로 보일 지 모르겠지만 전부 다 돈에 따라 움직인다. 돈을 주는 만큼만 노래를 부르고 자리를 뜬다


저녁을 안 먹고 밤 9시까지 버티다 보니 굉장히 허기가 졌는데, 도저히 이곳에서 마스크를 벗고 밥을 먹을 수가 없었다. 여기서 코로나 걸렸다가는 콜롬비아에서의 일정이 전부 틀어지기 때문에 나는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마리아치 아저씨들 6명이 나를 빙 둘러싸서 마스크도 없이 노래하는 것도 굉장히 거슬렸다.

온갖 비말이 퍼져나가고 있을 텐데 이 펍에 있던 100명이 넘는 사람들 중 나를 제외하고 아무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멕시코는 코로나 확산세가 줄어들고 있다고 하지만 나는 이 국가가 제대로 코로나를 관리하고 있을 거라고 절대 믿지 않는다.


멕시코 전통 춤을 추는 여자들인데 다들 덩치가 한국 남자들보다 크다
Omar가 앞에 나가서 사진 찍고 오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나갔다 왔다. 차라리 민속촌에서 하회탈 공연 보는게 훨씬 재밌더라


나는 평소 술을 먹지 않는다.

무슨 맛으로 술을 먹는지 모르는 사람이라 지금까지 살면서 단 한 번도 술에 취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이날 밤만큼은 맥주를 정말 맛있게 먹었다. 복잡한 이야기들과 하소연이 오가는 속에서 (전부 돈 이야기이다) 답답한 점도 많았기 때문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돈 문제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는 것일까? 나는 회사에서 월급을 받지만, 또 회사에 돈을 벌어다 줘야 하는 임무를 가진 사람이기 때문에 이 정도는 각오를 하고 멕시코에 왔다. 하지만 이런저런 많은 상황이 나를 너무나도 불편하게 했고, '차라리 몰랐더라면 한국에서 마음은 편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마저 들던 밤이었다.


새벽에 호텔로 돌아와서 나는 그날의 일들을 간략하게 기록한 후에 잠이 들었다. 빨리 아침이 되어서 멕시코 시티로 떠나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호텔 조식은 항상 옳다. 파파야랑 무화과랑 이름 모를 과일들이 정말 맛있었다
크림브릴레랑 각종 디저트까지 하나씩 다 먹어본 후 과달라하라 공항으로 떠났다. 공항으로 향하는 Omar의 차 안에서 나는 또 몇가지의 불편한 이야기를 들었다


과달라하라 공항에서 께레따로랑 과달라하라 컵을 하나씩 사니까 무료 음료를 두 잔 줬다. 덕분에 멕시코에서 플랫화이트랑 요거트 음료 두 가지를 전부 맛봤다


8년 전 과달라하라에 처음 왔을 땐, 과달라하라를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창피한 줄 모르고 펑펑 울었다.

그땐 소사원이었던 내가 다시 이곳으로 출장을 오게 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의 소차장은 이곳을 떠나는 게 마음이 홀가분했다. 여러 가지 숙제를 가지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내가 지금까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나의 친구에 대해서도 생각이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과달라하라는 멕시코 제2의 도시이지만 딱히 관광할 곳은 없다. 멕시코에 짧은 일정으로 온다면 그냥 멕시코시티에만 머물러도 충분하다
누구나 보면 가슴이 뛸 항공샷이다. 이제는 해외여행을 떠날 시기가 됐다. 떠나자 어디로라도!!
과달라하라가 눈앞에서 사라지면서 나도 조금은 이곳에서의 머리 아픈 일들을 내려놓으려고 했다. 힘든 건 나보다 월급 더 많이 받는 사람들한테 넘기자


과달라하라에서 멕시코시티는 1시간이면 갈 수 있다. 짧은 거리라서 기내에서는 음료 서비스만 제공이 된다
내가 3일간 머물렀던 께레따로도 보인다. 다음번엔 께레따로에서 멕시코시티로 향하면 훨씬 더 이동이 쉬우려나?


5년 만에 멕시코 시티에 가려니 살짝 긴장되고 떨렸다.

멕시코 시티에서 주말 동안 관광할 거라는 이야기를 들은 나의 거래처 사람들은 모두 나의 안전을 기원했다. 현지인들도 위험하다고 느끼는 멕시코 시티에서 이번에도 내가 무사히 관광을 마칠 수 있을까 겁이 났다. 하지만, 죽을 사람은 집 안에서도 죽고, 살 사람은 어떻게는 살지 않겠나 싶은 단순한 생각을 가지고 나는 멕시코 시티 제2 터미널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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