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싫지만 돈은 벌어야 해서_콜롬비아 보고타

맑은 하늘이 그리울 때면

by 문간방 박씨

콜롬비아에서 1박을 보냈다.

간밤에 숙면을 취한 후 눈을 떠 보니 창틀 사이로 햇빛이 들어왔다. 새벽 6시인데 벌써 날이 훤하다. 나는 외국 드라마 여주인공처럼 창문을 양쪽으로 열어봤다.


세수도 안 한 얼굴로 맑은 하늘을 마주하기가 부끄러울 정도였다. 새벽 6시인데도 보고타 사람들은 부지런히 직장으로 이동하는 듯했다


아침 7시부터 조식 시작이라서 나는 서둘러 준비를 하고 식당으로 내려갔다.

호텔은 5성급이었지만 조식은 손이 가는 것이 없었다.


이제부터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과일은 피타야가 됐다. 이렇게 맛있는 과일을 한국에서는 못 먹는다는 게 억울할 정도다


거래처 사람인 Camilo가 9시에 호텔로 픽업을 온다고 약속했지만, 이 인간 역시 약속 시간보다 45분 늦었다. 내 주변에 Omar랑 Camilo만 이런 건지 아니면 중남미 사람들 대부분이 시간관념이 없는 건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화가 나지도 않는다. 기다리는 동안 나는 호텔 주변을 산책하기로 했다. 날이 좋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것이 좋았다. 차라리 오늘 미팅도 안 하고 하루 그냥 이렇게 놀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콜롬비아 골목길도 걷는 재미가 있다.

밤에는 절대 걷지 말아야 할 곳이라지만 5년 전 보고타에 놀러 왔을 때 대낮인데도 한 노숙인에 쫓겨서 아래 성당으로 도망친 기억이 난다.


그냥 일 안하고 걱정없이 놀아도 월급이 꼬박꼬박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요즘은 거의 매일 한다


5년 전 미친 노숙인에 쫓겨서 도망치듯 들어간 성당이다. 이번에 다시 만나면 그때 일 혼내주려고 했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더라. 코로나 걸렸나?
이 성당의 이름은 카르멘 성당으로 나에게는 줄무늬 성당으로 불리우는 곳이다. 이번에는 아침 일찍 가서 그런지 성당 문이 닫혀 있었다
자기 집 벽에다가 낙서를 할 것이지 꼭 남의 담벼락에 낙서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중남미는 특히 벽에 낙서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교육의 문제일까? 문화의 차이일까?
돌아다니다보니 코로나 검사소도 있더라. 한국 가기 전에 여기서 PCR 할 까도 생각했는데 다음 날 되니까 어디론가 이동을 했다. 아무튼 이런 날씨에 회의하러 가야한다니 정말 싫었다
한라산보다 고도가 높은 곳이 보고타라서 조금만 빨리 걸어도 고산병 증세가 나타난다. 두통, 숨이 참 그리고 피로함이 느껴진다면 그게 바로 고산병이다
40분 동안 호텔 주변을 구경했더니 Camilo로부터 호텔 근처에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막상 만나고 보니 영어를 거의 못해서 당황스러웠다
Camilo의 차를 타고 회사로 이동 중이다. 회사는 보고타 공항 근처에 있어서 내 호텔로부터 50분 거리에 있었다. 멀리서 왔으니 늦은 것은 용서해 주기로 했다
저 멀리 몬세라테 언덕도 보인다. 보고타는 신기하게 하루에 한번씩 꼭 비가 온다. 다행히 내가 보고타에 있는 5일간은 비가 한번도 안왔다. 나는 날씨운은 좋은 편이다


미팅은 단순하게 끝날 줄 알았는데 사장님 미팅이 상당히 길었다.

빨리 이야기하고 남는 시간에 얼른 놀러 가고 싶었는데 사장님이 본인 카드를 주셔서 밥까지 먹고 가라고 하셨다. 밥을 사준다면 절대 사양하지 않는 성격이라 Camilo의 차를 타고 다시 식당으로 이동했다.


돼지고기 비계까지 튀긴 음식인데 이게 콜롬비아 전통 음식 중 하나다. 이름은 까먹었는데 의외로 느끼하지 않으니 옆에 감자와 함께 먹으면 좋다


회의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온 나는 아침부터 봐 둔 호텔 근처에서 오렌지 주스를 팔던 아저씨한테 갔다.


나름 오렌지를 하나하나 마른 수건으로 닦은 후 기계로 열심히 짜서 한잔 내려준다. 오렌지 9개에 주스 한잔이 완성된다
100% 오렌지 주스가 700원밖에 안 한다. 아저씨는 새벽 6시부터 오후 3시까지 장사를 하셨는데 본인이 가지고 온 오렌지가 다 떨어지면 퇴근하는 모양새였다. 하루에 얼마 벌까?


콜롬비아에서의 미팅은 회사나 나 스스로에게 굉장히 중요한 시간이었다.

과거 범죄자들과의 연결고리를 끊어내고 새롭게 다시 시작한다는 점에서 가장 큰 의미가 있었다. 아직도 몇몇 거래처에 이런 사연을 미화시켜서 불안하지 않게 설명을 해야 한다는 점이 곤욕스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것이 나의 임무인 만큼 최선을 다해서 잘하고 왔다. 이제는 지금까지 고생한 만큼 비즈니스 좌석만 타고 꽃길만 걸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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