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와 콜롬비아에 있다가 한국에 와보니 길에 경찰이 너무 없어서 놀랐다.
특히 멕시코에는 곳곳에 방탄조끼를 입은 경찰들이 서 있고, 보고타에는 거의 모든 경찰들이 한 손에는 경찰견을 데리고 근무를 서고 있다. 그만큼 한국은 치안이 아주 좋은 나라라는 걸까, 아니면 경찰 인력이 부족한 걸까? 특히 보고타 공항에 가면 경찰 인력이 낮보다 2배 이상 늘어난다. 체크인할 때 거의 모든 승객을 대상으로 여권과 얼굴을 대조해보고 어디로 왜 가는지를 묻는다. 영화에서처럼 비행기 안에 범죄자라도 탔을 까 봐 심장이 쫄깃해지는 순간이다.
나는 보고타에 있는 경찰박물관에 두 번이나 가봤다.
한국에서도 경찰박물관에 가보려고 했는데 과거 서울역사박물관 앞에 위치했던 곳은 왠지 아이들 대상으로 꾸며놓은 곳 같아서 가지 않았다. 그러다가 한 번은 가 볼만 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주말에 갔는데 위치 이전을 위해 입장 불가라고 쓰여 있는 것을 봤다.
그리고 작년에 인왕산을 내려오다가 새로 이전한 경찰박물관을 봤는데 새 건물에 큰 현수막으로 광고를 하고 있어서 가려고 했으나, 코로나 때문에 예약을 해야 입장 가능하다는 말을 들었다. 이번에는 꼭 가서 경찰 제복 입고 인증샷을 찍어오려고 했으나, 코로나 때문에 옷도 입을 수 없다는 문구를 보고 또다시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경찰박물관 가면 옷을 꼭 입어 보고 싶었기 때문에 옷을 못 입는다면 별로 가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5년 전 보고타에 있는 경찰박물관에 갔을 땐, 현지인들은 거의 없고, 나 같은 외국인들만 있었다. 수줍은 미소를 띠며 혼자 설명하고 혼자 빵빵 터지던 귀여운 소년을 따라다니면서 박물관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경찰박물관을 떠나기 전 그 소년이 콜롬비아 커피 한 잔을 타 줘서 같이 마시면서 이야기를 한 기억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 소년을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방문했다.
엄마 경찰인가? 아니면 여경의 친근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조각일까? 경찰박물관 안에 예배당도 있다. 이 건물 역시 과거 귀족의 집이었으나 그가 죽은 후 경찰박물관으로 만들어졌다
경찰박물관 안에 예배당이 참 뜬금없긴 하지만, 그때 그 장소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모습이 난 더 좋았다 왼쪽이 1912~19년에 범죄자들을 태우고 다니던 경찰 마차다. 가운데는 콜롬비아 유물인데 곳곳에 이런 유물이 전시되어 있었다. 오른쪽은 마약왕 에소코바르의 오토바이다
인터폴에서 잡은 콜롬비아의 범죄자들이다. 맨 위 가운데에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사진도 있다 인터폴과 콜롬비아 경찰이 파블로 에스코바르를 사살했는데 그 사진도 적나라하게 잡지 앞에 있다. 그가 가지고 있던 시계와 책까지 전시되어 있다
중남미를 다니면 범죄자를 찾는 단어 'SE BUSCA'를 가끔 볼 수 있다. 한국과 달리 범죄자의 얼굴에 모자이크 처리는 전혀 없다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현상금은 20년 전 당시 지금의 가치로 50억이었다.
그래서 인터폴과 경찰이 50억을 받았냐고 질문을 했더니 경찰이 잡으면 현상금을 받을 수 없다고 한다. 이 어마어마한 현상금 때문에 콜롬비아 사람들은 에스코바르를 잡으려고 노력했지만, 에스코바르는 본인을 도와주면 50억 이상을 주겠다고 선전을 했기 때문에 오랜 시간 그가 잡힐 수 없었던 이유 중 하나라고 한다.
콜롬비아를 대표하는 범죄자라 그런지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전용 전시관이 경찰박물관에 있다. 그의 소지품과 돈 세던 기계 그리고 그가 소지하던 총이다
경찰박물관에 아이들도 올 텐데 이런 사진들이 그대로 전시되어 있다. 그는 아들과 통화하다가 통화시간이 길어져서 위치가 발각되었고 사살당했다고 한다
파블로 에스코바르는 지붕에서 사살되었다.
경찰 박물관에는 그가 사살된 지붕에서 가지고 온 기왓장까지 전시되어 있다. 이 정도면 너무 영웅 아닌가? 실제 보고타의 길거리에서 에스코바르의 사진이 들어 있는 마그넷도 살 수 있다. 아빠가 싫어하실까 봐 그 마그넷은 안 사 왔는데 지금은 살짝 후회가 된다. 숙소에라도 하나 둘 걸 그랬나?
평화를 뜻하는 총과 기타를 합쳐서 만든 모형이다. 처음엔 이것도 기타를 위장한 총인가 싶었다. 길에서도 총 사용 금지라는 표지판을 자주 보니 이제는 헷갈린다. 무전기도 있다
이 박물관에도 영어 설명은 거의 없으니 기본적인 단어는 숙지해서 오면 이해하기 편하다. 경찰이 영어로 설명해 주기도 하지만 난 직접 둘러보는 게 더 편했다 경찰박물관치고는 건물이 정말 예쁘다. 얼마나 고위직이었길래 과거 이런 집에서 살았을까? 종로 수송동 집하고 스케일이 다르다
총총총총총 어딜 가도 전부 총이다. 작은 총은 몸에 가까이 대고 쏴야 상대방이 죽는다고 한다. 여기서 별 걸 다 배우고 왔다 한국 경찰박물관도 이렇게 총이 전시되어 있나? 모든 총이 나를 겨누고 있는 것 같아서 상당히 불편했다
수갑의 변천사인 거 같은데 맨 위 수갑은 어떻게 채웠을지 궁금하다. 콜롬비아는 수갑보다는 총이 먼저 나갈 것 같은데 말이다
한국 경찰 계급장도 있다! 진열을 왜 이따위로 해놨는지 물어보고 싶을 정도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우리나라 것인지 모르겠더라.
근무를 하던 여경이 한국 계급장 중 어떤 것이 제일 높은 거냐고 물어봤는데 대답을 못했다.
한국 경찰 계급장이 이것밖에 없나 싶기도 하고, 진열을 너무 엉망으로 해 둔 것 같아서 한마디 하고 싶은 것을 꾹 참았다. 그리고 스페인어로 쓸 거면 전부 스페인어로 쓰지 왜 Korea는 영어로 썼을까?
계급장 뒤로 세계 각국의 경찰 인형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북한 경찰 인형'도 있는데 우리나라 인형만 없었다. 5년 전에도 한국 인형이 없어서 직원이 나에게 다음번에 올 때 한국 경찰 인형을 가지고 오라고 했었는데 이번 여경도 또 나에게 한국 경찰 인형 기증을 좀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북한 경찰 인형을 구할 정도의 수집력인데 한국 경찰 인형을 못 구한다는 게 말이 될까?
5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른 직원인데 똑같은 말을 하는 걸 보고 실망스러웠다. 그때 기분이 상했는지 인형들 사진을 안 찍어왔네. 한국에서 비슷한 거라도 있으면 경찰옷 입혀서 갖다 줘야겠다.
경찰박물관 앞에서 말을 탄 경찰을 봤다. 범인을 잡을 때도 말을 타고 뛰어갈까? 내가 사진을 찍으니까 포즈를 취해 주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