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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간방 박씨 Jun 12. 2022

올드 두바이를 찾아서

종로 3가 금은방 거리가 생각나는 것은 덤

중학교 때 어린 왕자를 정말 인상 깊게 읽었다.

어린 왕자를 읽고 나는 사하라 사막이 크게 그려져 있는 세계지도를 오려서 내 다이어리에 넣고 다녔다. 어른이 되면 꼭 사하라 사막에 가서 어린 왕자를 읽었던 그 기분을 느껴보고 싶었다.


두바이는 사막 위에 세워진 도시다.

주변을 걷다 보면 도로가 아닌 곳은 사막 모래가 깔려 있다. 호기심에 사막 모래도 밟아봤다. 외관상 서울과 비슷한 대도시인 두바이지만 더위는 엄청나다. 호텔에서 나서기 전에 물을 충분히 마시고, 한낮에 돌아다니면서 물을 아무리 마셔도 화장실 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한낮에 돌아다니는 사람은 나밖에 없는 거 같고, 평소 땀이 많지 않은 내 얼굴은 흥건히 젖어서 콧등에 걸쳐진 선글라스가 귀찮게 계속 흘러내린다. 쇄골에도 땀이 흥건히 고여있다. 굳이 사하라 사막에 가지 않아도 두바이에서 30분만 걷다 보면 어린 왕자처럼 생긴 헛것이 보이고, 머릿속에는 시원한 곳에 얼른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그래도 나는 일을 하고 남는 시간에는 한낮이라도 밖에 나가서 두바이를 구경하기로 했다. (참고로 이런 생각은 상당히 무모하다. 두바이에서 나처럼 밖에 돌아다니려면 돈이 좀 들더라도 성수기 (겨울)에 와야 한다)

 

오늘은 지하철을 타고 헤리티지 빌리지에 도착했다.

두바이에 왔으니 박물관은 가봐야 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한낮에는 무조건 실내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13개의 박물관이 한꺼번에 모여있는 헤리티지 빌리지를 선택했다.


마치 골목길에서 알라딘이 뛰어 나올 것만 같다. 한낮에는 돌아다니는 사람이 나 말고 없다


밑바닥이 훤히 보이는 이 바닷길은 과거 유럽과 아시아를 잇던 두바이 크릭이다. 크릭 주변으로 여러 시장이 있어서 배를 타고 건너서 구경하면 된다


30분 정도 걸었는데 속치마가 허벅지를 휘감을 정도로 땀에 흠뻑 젖었다.

얼른 박물관 입장권을 구입해서 13개 박물관 중에 첫 번째 박물관으로 입장했다.


과거 차를 담았던 주전자와 양가죽으로 만들어진 물병 그리고 전통 의상이다. 박물관이 매우 시원해서 좋았다. 직원들도 전부 친절하게 안내해 주셨다


두바이는 과거부터 마스크를 썼다. 히잡 외에 얼굴을 가리는 용도인 바툴라는 사막의 먼지를 막고 얼굴이 햇빛에 타는 걸 방지하기 위해 썼다고 한다. 마치 콧수염 같기도 하다


사막에서 생활하던 사람들의 옷차림이다. 박물관 내부에서 밖을 쳐다봤다. 최대한 몸에 냉기를 가득 채운 후 밖에 나가기로 결심했다


박물관 벽에는 과거 크릭에서 떠내려온 산호 화석으로 장식되어 있는 부분이 여럿 눈에 띄었다.


두바이는 금도 풍부해서 금으로 된 장식품도 정말 많았다. 짝퉁 금모자가 있길래 나도 써봤다. 의외로 머리에 착 달라붙더라. 여전히 박물관 밖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아무도 없는 줄 알았는데 두바이 고양이를 만났다. 너도 더위 때문에 살찔 틈이 없었구나! 진짜 중동 고양이처럼 생겼다


13번째 박물관 중 5번째 박물관으로 이동하는데 얘가 자꾸 따라왔다. 심지어 박물관을 돌아본 후 2층으로 올라왔는데 문 앞에 떡 버티고 서 있어서 깜짝 놀랐다. 왜 따라오지?


고양이가 심심한지 계속 따라다녔다. 덕분에 나도 외롭진 않았네. 건물 위에 보이는 삐죽이 나온 나무는 과거 에어컨 역할을 했다고 한다.


13개 중 문을 닫은 3개의 박물관을 제외하고 10개의 박물관을 전부 둘러보니 오후 5시가 됐다.

그제야 밖에 바람이 불고 걸어 다닐 정도로 기온이 38도 이하로 떨어졌다. 나는 아브라를 타고 바다를 건너 전통 시장에 갔다.


아브라는 통통배인데 요금은 340원이다. 만보 넘게 걸은 내 발이 새까맣게 탔다. 배 타고 바다를 10분 정도 건너는 이 시간도 재밌었다. 첫 번째로 방문한 곳은 향신료 시장이었다


시장은 어딜 가나 분위기가 비슷하다.

딱히 살 만한 것은 없었지만 호객 행위는 대단했다. 침 튀는데 마스크는 나 빼고 아무도 안 썼다.


천장이 옛날 그 모습 같다. 아무리 더운 날씨라도 해만 가려지면 그나마 시원해서 다닐 만하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 바로 금시장이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최대 규모의 금시장이라고 하는데 나는 종로 3가 금은방 거리가 자꾸 연상되더라. 종로 3가랑 다를 게 있나?


금으로 별의별 모양을 다 만들었다. 그런데 금은방 앞에 흔한 경비원 하나 없었다. 두바이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안전한 국가라고 하더니 어느 곳에서도 경찰을 찾을 수가 없었다


혹시 가짜 금일까 싶지만 이곳의 금과 보석들은 정부에서 관리하니 걱정 말고 구입해도 좋다고 하더라. 한국보다 금값이 싸다는 말이 있지만 금 투자도 가볍게 생각하면 절대 안 된다


이곳은 올드 타운이라 그런지 해가 떨어지자 분위기가 조금 이상해졌다.

더 돌아보지 말고 빨리 호텔로 돌아가야 할 것 같은데 떼거리로 이민자들이 돌아다니니까 조금 무섭더라. 그 와중에 지하철 역 안에도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식겁했다.


지하철 역으로 들어가는 길 양옆이 전부 사막 모래다. 지하철 역사 안은 정말 시원하다. 숙소로 돌아가는 지하철 안에서 특이한 건물을 봤다. 반지 모양의 건축물인데 창의적이고 멋지다


두바이에서는 각종 향신료를 쉽게 구할 수 있다. 하지만, 집에서 요리를 전혀 하지 않는 나는 후추, 사프란 그리고 시나몬 같은 재료를 전혀 구입하지 않았다. 게다가 날이 너무 더워서 식재료도 별로 신선할 것 같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한참 전에 스페인에서 사 온 사프란이 냉장고 안에 그대로 있는데 한국 가면 이것부터 빨리 치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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