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3가 금은방 거리가 생각나는 것은 덤
중학교 때 어린 왕자를 정말 인상 깊게 읽었다.
어린 왕자를 읽고 나는 사하라 사막이 크게 그려져 있는 세계지도를 오려서 내 다이어리에 넣고 다녔다. 어른이 되면 꼭 사하라 사막에 가서 어린 왕자를 읽었던 그 기분을 느껴보고 싶었다.
두바이는 사막 위에 세워진 도시다.
주변을 걷다 보면 도로가 아닌 곳은 사막 모래가 깔려 있다. 호기심에 사막 모래도 밟아봤다. 외관상 서울과 비슷한 대도시인 두바이지만 더위는 엄청나다. 호텔에서 나서기 전에 물을 충분히 마시고, 한낮에 돌아다니면서 물을 아무리 마셔도 화장실 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한낮에 돌아다니는 사람은 나밖에 없는 거 같고, 평소 땀이 많지 않은 내 얼굴은 흥건히 젖어서 콧등에 걸쳐진 선글라스가 귀찮게 계속 흘러내린다. 쇄골에도 땀이 흥건히 고여있다. 굳이 사하라 사막에 가지 않아도 두바이에서 30분만 걷다 보면 어린 왕자처럼 생긴 헛것이 보이고, 머릿속에는 시원한 곳에 얼른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그래도 나는 일을 하고 남는 시간에는 한낮이라도 밖에 나가서 두바이를 구경하기로 했다. (참고로 이런 생각은 상당히 무모하다. 두바이에서 나처럼 밖에 돌아다니려면 돈이 좀 들더라도 성수기 (겨울)에 와야 한다)
오늘은 지하철을 타고 헤리티지 빌리지에 도착했다.
두바이에 왔으니 박물관은 가봐야 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한낮에는 무조건 실내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13개의 박물관이 한꺼번에 모여있는 헤리티지 빌리지를 선택했다.
30분 정도 걸었는데 속치마가 허벅지를 휘감을 정도로 땀에 흠뻑 젖었다.
얼른 박물관 입장권을 구입해서 13개 박물관 중에 첫 번째 박물관으로 입장했다.
13개 중 문을 닫은 3개의 박물관을 제외하고 10개의 박물관을 전부 둘러보니 오후 5시가 됐다.
그제야 밖에 바람이 불고 걸어 다닐 정도로 기온이 38도 이하로 떨어졌다. 나는 아브라를 타고 바다를 건너 전통 시장에 갔다.
시장은 어딜 가나 분위기가 비슷하다.
딱히 살 만한 것은 없었지만 호객 행위는 대단했다. 침 튀는데 마스크는 나 빼고 아무도 안 썼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 바로 금시장이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최대 규모의 금시장이라고 하는데 나는 종로 3가 금은방 거리가 자꾸 연상되더라. 종로 3가랑 다를 게 있나?
이곳은 올드 타운이라 그런지 해가 떨어지자 분위기가 조금 이상해졌다.
더 돌아보지 말고 빨리 호텔로 돌아가야 할 것 같은데 떼거리로 이민자들이 돌아다니니까 조금 무섭더라. 그 와중에 지하철 역 안에도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식겁했다.
두바이에서는 각종 향신료를 쉽게 구할 수 있다. 하지만, 집에서 요리를 전혀 하지 않는 나는 후추, 사프란 그리고 시나몬 같은 재료를 전혀 구입하지 않았다. 게다가 날이 너무 더워서 식재료도 별로 신선할 것 같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한참 전에 스페인에서 사 온 사프란이 냉장고 안에 그대로 있는데 한국 가면 이것부터 빨리 치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