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간방 박씨 Jun 16. 2022

곳간에서 인심 난다_두바이 마지막 날

두바이 떠나기 너무 아쉽다

만약 중남미 출장과 두바이 일정의 순서가 바뀌었다면 어땠을까?


호텔에서 밥을 먹고 일어나면 여기저기에서 팁을 달라고 뛰어 오던 종업원들이 두바이에는 없다.

내가 스페인어 숫자도 못 세는 줄 알고 잔돈으로 장난치던 상인들도 두바이에는 없다.


두바이는 거스름돈을 줄 때 지폐와 동전을 하나씩 나에게 확인시켜주면서 계산을 하고 영수증도 함께 내 손에 쥐어 주었다. 잔돈으로 장난치거나 WIFI나 화장실 비번이 적힌 영수증을 주지 않던 다른 국가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물론 두바이는 뚜렷한 특색이 없다.

두바이는 역사가 없고, 정체성도 없는 도시라고 거래처 사장은 말했다. 하지만 방글라데시나 파키스탄은 절대 따라올 수 없는 질서와 신뢰 그리고 기술이 두바이에는 있다. 만약 기회만 된다면 두바이에서 중동 거래처 관리를 하면서 사는 것도 엄청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방글라데시와 파키스탄 미팅은 성공적으로 잘 끝났다.

파키스탄 사장은 나를 보기 위해 미팅 하루 전 밤 10시 비행기를 타고 두바이에 도착해서 나와 미팅을 하고 그날 저녁 파키스탄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방글라데시 사장 역시 나와의 미팅을 위해 두바이까지 와 주셨다. 미팅이 끝나기 몇 분 전 그들은 전 회사에서 나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물었고, 나와 두 사장은 그때의 고비를 넘어서 앞으로 더 돈독히 함께 일할 것을 약속했다.


이제 두바이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가 새벽 3시 20분이라 나는 호텔을 1박 더 추가해서 묵었다. Late checkout을 하는 비용이나 1일 더 묵는 비용이 큰 차이가 없어서 나는 마음 편히 호텔에서 업무를 보고 쉬다가 밤 10시에 공항으로 가는 계획을 세웠다.


두바이 지하철에도 계급이 있다. 돈을 좀 더 내면 gold class칸에 탈 수 있는데 이곳은 에미레이트 항공 비즈니스 class 같은 곳이다. 그동안 업무를 했던 내 공간이다


아침을 먹으러 가면서 방을 청소해 달라고 연락을 했다.

식사를 마치고 조용히 업무를 본 다음, 남는 시간에 쇼핑하러 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호텔 문에서 침실까지 공간이 넓은 것도 좋았고, 옷장과 큰 전신 거울이 있었던 점도 훌륭했다. 이곳이 마지막이라니 믿기지가 않는다


매일 저녁 반신욕을 했던 욕조다. 그 어느 호텔보다 물이 잘 나왔고, 매일 욕조까지 청소를 잘해주셔서 서비스가 최고였다. 침대 옆에 전체 스위치가 있고 빛 밝기를 조절할 수도 있다


호텔 비품은 전부 발망이다.

두바이몰에 가니 발망이 70% 할인하던데 나는 하나도 사지 않았다. 대신 호텔에서 발망은 질리게 사용했다. 호텔 안 화장실에도 손 세정제와 핸드크림이 전부 발망이다.


청소해주시는 분이 내가 발망 비누를 좋아하니까 비누를 한 움큼 쥐어서 매일 나에게 주셨다. 하루에도 수시로 방문을 두드리며 더 필요한 건 없는지 확인해 주셨다


반신욕 하면서 물을 많이 마시는 내가 처음으로 슈퍼에서 한 번도 생수를 구입하지 않았다. 이 호텔은 생수를 하루에 10개 이상 준다. 두바이 지하철은 지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일을 마치고 이븐 바투타 몰로 쇼핑을 또 갔다.

두바이 지하철은 무인으로 지하철 맨 앞과 뒤에 서면 두바이 시내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서 두 눈으로 두바이 풍경을 가득 담았다.


큰 도로에 비하면 차가 많지 않다. 교통신호도 정말 잘 지키고, 사람이 있으면 차가 무조건 서더라. 기회만 된다면 두바이에서 몇 년만 돈 벌고 싶다


지하철을 한번 환승해야 이븐 바투타 몰에 도착하는데 두바이 지하철 노선 표시도 정말 잘 되어 있어서 누구나 쉽게 환승할 수 있다. 이븐 바투타 몰에 들어가니 인도 섹션이 나왔다


이븐 바투타 몰은 중국-인도-페르시아-이집트-튀니지-안달루시아 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른 몰과 다르게 돌아다니면서 각 국가별로 특색 있는 섹션을 구경할 수 있으니 이 몰에 와서 구경하다가 까르푸에서 저렴하게 쇼핑하면 된다.


지난번에 못 갔던 인도 섹션을 크게 한 바퀴 돌면서 구경했다. 이븐 바투타 몰은 탐험가 이름을 따서 만든 쇼핑몰인데 그가 탐험한 6개 테마로 구성되어 있다


다음은 중국관이다. 스타벅스도 중국스럽게 꾸며놨다. 중국관 안에는 엄청나게 큰 배가 있고 영화관도 있다. 까르푸에서 쇼핑한 후 안달루시아 관을 지나서 호텔로 돌아왔다


까르푸에서 낙타 비누, 아로마 오일 그리고 엄마가 부탁하신 프랑스 샴푸와 컨디셔너 그리고 헤어 에센스를 샀다. 프랑스보다 훨씬 저렴하다고 한다


대강 짐을 정리한 후 떠나기 전 반신욕을 하고 업무를 본 다음에 냉장고에 남아 있던 납작 복숭아를 전부 먹은 후 체크아웃 준비를 했다. 호텔 침대가 너무 좋아서 매트리스 브랜드를 보려고 침대보를 들추니 매트리스 위에 오리털이 깔려 있었다. 지금까지 오리털은 입거나 덮고 자 본 적은 있어도 깔고 자 본 적은 없었다. 오리털이 이렇게 푹신하고 편안한지 처음 알았다. 숙면을 위해서는 침대도 정말 중요하구나 싶다. 이런 침대를 놔두고 에미레이트 이코노미에서 8시간 30분을 어떻게 90도로 또 버티나 생각하니 너무 아찔했다.


2022년 6월 기준, 아직도 한국은 신속항원검사를 해야 입국이 가능하다.

두바이 공항 안에 24시간 운영하는 신속항원검사를 할 수 있지만, (PCR은 안 한다) 공항으로 향하는 막차  시간이 요일마다 다르게 운행하니 여유 있게 공항으로 이동해야 한다.


코로나 검사하는 직원들도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 안 한다. 두꺼운 면봉으로 양쪽 코 앞부분만 휘휘 젓는 것을 보니 그냥 빨리 한국으로 돌아가라는 뜻인가 싶기도 하다


신속항원검사는 5만 5천 원이다. 결과는 15분도 안돼서 나온다. 다음번 출장 때는 코로나 검사 없이 입국했으면 좋겠다


두바이 공항에서 신속항원검사를 마치면 여권에 이 스티커를 붙여준다


두바이는 출국 심사도 RAPID 했다.

SMART 시스템이라고 하더니 대한민국의 자동출입국 심사를 외국인들에게도 도입해서 출국 심사가 10분도 채 안 걸렸다. 두고 봐라. 두바이는 앞으로도 더 잘 살 일만 남았다. 우리 한국이 뒤처지지 않게 내가 조금이라도 더 두바이에 물건 팔아야겠다.


두바이 공항 안 엘리베이터는 이렇게 운행된다. 정말 미래 세계에 온 것만 같다. 엘베 뒤로 엄청난 인공폭포가 있다. 사막에서 물을 대놓고 쏟아내면서 돈 많다는 걸 자랑하는 것 같다


에미레이트를 타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간다. 두바이도 새벽이고 한국은 아침을 향해 가는 시간이라 잠이 쏟아졌다. 두바이 면세점은 24시간 운영했는데 면세도 비싸서 아무것도 안 샀다


두바이에서 중국까지 오니 온몸이 쑤시고 아팠다. 나중에 돈 더 벌면 비행기를 비즈니스 타고 다녀야겠다는 결심을 한번 더 하게 된다


에미레이트 항공 식사는 꽤 잘 나온다. 신김치는 누구 작품인지 입에 넣자마자 이가 시려서 뱉었다. 이제 인천에 거의 다 왔다는 소식에 한국 하늘도 한번 봤다


2022년 6월 기준으로 아직도 한국은 입국해서 3일 이내에 보건소에 가서 PCR 검사를 해야 한다.

한국에 도착한 당일은 오후 6시가 넘어서 그다음 날 휴가를 내고 보건소에 가서 PCR 검사를 받았다. 해외 입국자의 경우 여권은 필요 없고 항공권만 들고 가면 무료로 검사를 해준다.


씨젠도 매출 많이 떨어졌겠구나 싶다. 그래도 2년 넘게 돈을 그 정도로 긁어모았으면 성공한 거다. 사람은 물 들어올 때 노를 부지런히 저을 줄 알아야 한다


코로나 검사 후 12시간 뒤 음성 판정을 받고 나는 다시 출근을 했다.

출장 후 훨씬 더 많은 과제를 가지고 복귀했지만, 차근차근 하나씩 풀어가 보려고 한다. 3분기에는 또 어떤 일이 있을지 아직은 모른다. 아마도 이제는 해외 거래처에서 한국을 방문하지 않을까 싶다. 그들이 대한민국에 오면 이곳이 얼마나 안전하고 멋진 곳인지 보여주려고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두바이의 민속촌을 찾아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