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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간방 박씨 Sep 09. 2022

서울로 향하던 태풍을 모시고 방콕에 왔다_2일 차

하루 종일 비만 오네

태국으로 떠나기 직전까지 하루 종일 태풍 상황만 중계방송하고 비행기까지 늦게 이륙하더니 정작 지금 서울은 날씨가 매우 좋은가 보다.


방콕은 현재 우기고, 하루 종일 심각할 정도로 비바람만 분다.

천둥번개 치고 난리 난 것을 보니 내가 서울로 향하던 태풍을 모시고 방콕에 온 것이 틀림없다. 그나마 위안이 된다. 일만 하고 있는데 날씨가 좋으면 너무 억울하니까 본업에 좀 더 충실하기로 한다.


이번 호텔에서의 내 책상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13인치짜리의 노트북 안에서 정말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날씨가 습하고 더운데 사람들을 많이 만나다 보니 온몸이 마를 정도로 갈증이 난다.

태국에 왔으니 코코넛을 사 먹으려고 했다. 그런데 마트에 갔더니 10개 중에 9개가 썩어 있다. (밑부분이 하얗게 전부 상해있다) 큰 마트라는 곳이 재고 관리도 안되어 있고, 상한 음식 골라내지도 않은 것을 보니 정말 한심하다. 마트나 편의점에 들어가서 가장 숨 막힐 때가 정리가 안된 진열장을 보는 거랑, 물건이 제때 공급이 안되어 있을 때다.


코로나 때문에 점심을 식당에서 먹지 않았다. 대신 스타벅스에서 한국에서 볼 수 없는 음료를 샀고, 마트에서 1500원짜리 용과도 사왔다


참고로 왼쪽 사진에 코코넛워터는 정말 시원하고 맛있다.

태국은 큰 얼음컵을 달라고 하면 벤티 사이즈에 얼음을 넘치게 담아서 준다. 태국 스타벅스는 직원 교육이 잘 되어 있다. 아무리 손님이 많아도 빵 하나를 집을 때 집게를 사용하더라. (3년 전에 경기도의 한 스타벅스에서 위생장갑을 착용한 채 체온계를 만진 후, 장갑을 낀 그 손으로 내 빵을 집어서 포장한 것을 보고 스벅 본사에 신고했던 적이 있었다.)


오늘의 쇼핑 목록은 단순하다.


도이캄이라는 브랜드가 태국에서 유명하다. 그런데 맛은 어떤지 모른다. 먹을 시간이 없어서 아직 못 먹어봤다. 왼쪽은 말린 과일, 오른쪽은 꿀이다


그리고 대마가 합법화된 태국은 편의점에서 대마 음료수도 판다.


단풍잎처럼 생긴 식물이 대마다. Cannabis가 '대마초'라는 뜻인데 대마에 과일 주스를 섞은 음료수다


호기심에 대마를 '딱 한번' 해 봤다던 그 가이드는 대마 원액을 마셨다고 한다. (원래 대마를 커피나 과일 주스 같은 것에 타서 먹는다고 했다) 대마가 합법화된 국가에 와서 가이드한테 대마 체험기도 듣고 실제 음료를 보니 신기했다. 한국에서 음료에 마약이 들어간 것을 마셔서 정신을 잃고 일을 당했다는 사건들이 왜 뉴스에 나오는지 이제야 이해가 간다. (정말 마약을 탔는지 본인이 몰랐던 것은 확실하지 않지만)


참고로 스타벅스를 4군데 다녀보니 그곳에도 대마 음료는 없었다. 그러니 한국에서 금지하는 대마 대신 이왕 돈 주고 사 먹을 거면 몸에 독소를 배출해 주는 스타벅스 코코넛 워터를 사서 마시자.


일이 다 끝난 후 호텔 라운지에 가서 저녁 식사를 했다.

 

치토스같이 생긴 과자는 패스하고 맨 위에 아몬드 쿠키를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이건 태국 향신료 냄새가 엄청 나는 닭고기였는데 한 번 먹고 식욕이 떨어졌다


크래커 위에 참치가 듬뿍 올라간 카나페랑 멜론에 하몽이 올라간 요리인 프로슈토 그리고 탄산수도 마셨다


이 돼지고기 요리 역시 향신료 냄새가 많이 났다. 그래도 고기가 좀 들어가니까 기운이 나더라. 거래처 사람들 30명을 동시에 만나니 정신도 없고, 아저씨들한테 기를 다 뺏긴 듯하다


그나마 먹을만했던 돼지고기랑 닭고기 튀김이다. 안주 느낌이 났지만 가장 한국스러운 음식이었다


한국에 계신 그분은 내가 보낸 명절 선물이 꽤나 마음에 안 들었던 모양이다.

그가 몇 달 전에 협박조로 이야기하던 그 카드를 드디어 꺼내서 내게 보내주셨다. 이 정도야 나도 충분히 생각했었던 부분이지만 그래도 막상 접하게 되니 나라는 인간도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더라.


방콕 시내에서 호텔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은 비가 내리긴 했어도 평화로웠다.


나의 모든 계획과 결정은 변함이 없다.

이미 예상했었던 것이라서 이제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다만 그분이 꺼내 든 그 카드를 뒤늦게 후회하고 회수하려고 해도 절대 번복할 수 없을 것이다. 그 정도 나이를 먹었으면 본인이 지른 것에 대한 책임을 또 감수하셔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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