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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간방 박씨 Sep 07. 2022

여기는 방콕, 여기는 방콕

태국에 대마가 합법화된 거 나만 몰랐나?

기상 악화로 탑승시간이 지연되었다.

태풍 경로를 피해서 항공기들이 운항하다 보니 교통체증은 없을 줄만 알았던 하늘길이 꽉 막혔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상황 중에 하나가 탑승 후 비행기가 지연이 되어 언제 이륙하게 될지도 모른 채 앉아있는 답답한 시간이다. 왜냐하면 비행기 안에서는 회사에서처럼 똑같이 앉아있는데도 이륙 전부터 다리가 붓기 시작한다. 내 기분 탓인지 아니면 어떤 환경 탓이 있긴 한 건지 모르겠다. 아무튼 이름부터 희한한 태풍 때문에 나는 비행기 이륙 전 40분을 더 앉아있어야 했다.


그리고 40여 분 뒤 드디어 비행기가 지상에서 멀어지기 시작했고, 나는 생소한 중국 땅 위로 향했다


태풍 때문에 출발 전부터 엄마는 걱정이 참 많으셨다. 내 비행경로까지 집에서 검색해보시며, 안전하게 잘 가고 있는지 5시간 동안 지켜보고 계셨다


엄마가 집에서 걱정하시는 줄도 모르고, 나는 비행기 안에서 영화 두 편을 정말 재밌게 봤다.

인기가 좋았던 탑건 2는 유치할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봤는데 의외로 기대 이상이었다. 탑건 1도 영화 목록에 있었다면 봤을 텐데 조금 아쉽다. 두 번째 영화는 '컬러 퍼플'이라는 영화였다. 초등학교 때는 생각 없이 봤었는데 지금 다시 보니 탑건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훌륭한 영화였다.


이렇게 영화를 보다 보니 미리 주문한 기내식이 나왔다.

 

일반식을 먹으면 다들 노 마스크 상황에 노출되기 때문에 미리 특별 기내식을 예약해서 제일 먼저 밥을 먹고 마스크를 썼다. 음료는 따뜻한 녹차에 저지방 우유까지 마셨다


이렇게 5시간의 비행 끝에 방콕에 도착했고, 나는 가이드를 만나서 호텔로 이동했다.

이번 출장은 다른 일정과 조금 달라서 첫날과 마지막에 가이드와 함께 움직인다. 밤 11시 40분이 조금 넘은 현지 시각에 (한국은 새벽 1시 40분) 작은 벤을 타고 호텔로 가이드와 함께 40분을 이동했다.


가이드는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보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던졌다.

는 본인 직업답게 말을 조리 있게 잘했다. 말끝을 흐리지 않고 분명하게 말을 하는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가이드는 내가 태국 음식과 문화에 관심이 있는 것을 알고, 최근 태국이 대마가 합법화된 것에 대해 이야기도 해줬다.


J 가이드 : 여기서 가장 주의하셔야 할 점이 대마가 들어간 음식은 절대 드시지 마세요

Sorita : 대마요? 음식에 대마를 넣나요?

J 가이드 : 최근에 태국이 대마가 합법화된 거 아시죠?

Sorita : 아뇨? 몰랐어요

J 가이드 : 음식에도 대마가 들어가니 조심하셔야 합니다


그 순간 태국에 가기 며칠 전에 지인으로부터 '녹색으로 된 음식은 조심하라'라는 말을 들은 것이 문득 떠올랐다. 외국에서 길거리 음식은 피하고, 식당에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나랑은 전혀 상관없는 일인 줄 알았는데 당황스러웠다.


Sorita : 그래서...... 대마 먹으면 어때요?
(나도 모르게 단도직입으로 물었다)

J 가이드 : 아 그게요... 이런 이야기 해도 될지 모르겠는데요...... 제가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 합법이 된 후로 호기심에 딱 한번 먹었는데요......


뉴스를 보면 대부분의 범죄자들은 그들의 잘못된 행동의 시작이 '호기심'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한다. 나는 지금 내 눈앞에 있는 40대 초반 한국 남성의 입에서 대마를 어떻게 마셨고, 몸에 어떤 반응이 나타났는지에 대해 상세히 듣고 있었다. 어찌 되었건 음식에도 대마가 들어갈 수 있다고 하니 호텔 조식까지 걱정이 됐다.


대마 이야기를 흥미롭게 듣다 보니 어느새 호텔에 도착했다. 이번에도 역시 나는 혼자인데 침대는 두 개다. 침실 옆에 샤워실이 있는데 벽을 투명과 불투명으로 내 맘대로 바꿀 수 있다


새벽 3시에 잠이 들어서 태국 시간 새벽 6시 30분에 눈이 떠졌다.

3시간 30분밖에 잠을 자지 않았는데도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조식이 6시부터 시작이라서 사람들이 붐비기 전에 얼른 내려가서 식사를 했다.


태국 날씨는 매우 맑음이다. 사람이 없는 가장 구석자리에 자리를 잡아서 그리웠던 파파야부터 두 접시 먹었다


대마에 대한 충격 탓인지 이 녹색 음식도 상당히 의심스러웠다. 참고로 내가 묵는 호텔급에서는 식사에 대마 따위를 넣는 일은 없다


모양은 별로지만 현지 팟타이는 정말 맛있었다. 녹색 식물도 대마가 아니라 한국에서 내가 먹던 시금치와 모닝글로리였다. 단백질 섭취를 위해 계란도 먹고 커피도 마셨다


트레이너가 태국에서도 식단 신경 쓰고 오트밀도 꼭 먹으라고 권해서 처음으로 가져왔는데 생각 이상으로 맛있었다. 한국에서 가끔 먹던 것보다 훨씬 훌륭하더라


조식을 먹고 일을 시작하기 전에 호텔 바로 앞에 있는 슈퍼마켓으로 향했다.

자칫했다가 방콕에서 쇼핑 하나도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대참사가 일어날 수 있다. 그래서 집에서 가지고 온 장바구니 큰 거 하나만 챙겨서 서둘러 나갔다.


너무 서두르다가 개를 밟을 뻔했다. 습하고 더운 태국 날씨에 개도 많이 지친 듯하네


워낙 큰 마트라서 내가 원하는 것 전부 다 있었다. 푸드코트도 둘러보고 싶었는데 일단 슈퍼마켓으로 직진했다


대형 몰 안에 과일부터 향신료, 약 그리고 꿀까지 다양한 물건을 팔고 있었다. 여기서 일만 하기에는 날이 너무 좋았다


이렇게 태국 1일 차 자유 시간은 아쉽게 끝이 났다.

시간이 없어서 별로 산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정리해보니 정신없는 와중에도 사고 싶은 건 잘 골라서 산 것 같다.


이제는 한국에서 찾아볼 수 없는 빈티지 스타벅스 텀블러다. 사실 플라스틱 텀블러는 사용하지 않는다. 이건 그냥 수집용이다


출장 가기 직전에 아빠가 말씀하신 꿀하고 화분 그리고 태국에서 유명하다는 달리 치약과 땅콩, 바나나 말린 것 그리고 비누도 샀다


쇼핑리스트에 적어둔 거 못 산 것이 아직 여러 가지 남아 있다. 그것들은 다음 날 또 기회를 봐서 꼭 사야지. 이렇게  태국에서의 하루도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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