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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간방 박씨 Oct 17. 2022

콕스 바자르에서의 마지막 날

이제 방글라데시 음식에 적응됐어요

사실 나는 방글라데시에 오기 전에 나의 거래처한테 미팅을 까였다.

10월은 바쁘니 12월에 만나자고 답이 왔다. 이 때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사장도 바쁘고 스케줄이 있으니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분명히 나와 같은 항공기를 타고 왔던 그 사람들을 만났을 거다.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서 들은 것도 아니고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 처음 비만 방글라데시 항공 게이트 앞에서는 지금 이 모든 상황을 저주하고 두려워했지만, 앞으로 무서워해야 할 사람은 그들이다.


오늘 낮에도 방글라데시 거래처는 내 핸드폰에 불이 나게 연락했다.

답이 조금이라도 늦으면 "Are you there???"이라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안 그래도 다카에다가 핸드폰 충전기를 놓고 와서 배터리를 아끼느라 음악도 못 듣고 있는데, 이런 스팸 같은 메시지가 계속 오니 짜증이 났다. 나는 잡은 물고기에는 밥을 더 주고 예뻐해 주는 성격인데 현재 이 거래처는 나에게 이미 신용을 잃었다. 물론 옛정을 생각해서 사장이 그 두 사람을 만날 수는 있다.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별로 알고 싶지도 않지만 (너무 뻔한 내용이라서) 내가 직접 이 상황을 마주하게 된 이상 앞으로 나는 이 거래처와 이번에 새로 계약한 업체를 경쟁시킬 생각이다.


만약 현 거래처가 나의 전 상사와 손을 잡는다면 (이미 그들의 계약서에 사인을 했을 수도 있다) 나는 그날로 현 거래처에 전 제품을 공급 중단할 것이다.

지금 현 거래처에 납품되는 제품들은 이번에 계약한 업체에서도 탐을 내고 있다. 현 거래처와 몇 년 계약된 거냐고까지 몇 번이나 물었다. 그래서 지금 업체는 눈에 불을 켜고 나의 거래처를 주시하고 있다. 내가 조건을 걸었기 때문이다. 방글라데시는 그리 큰 국가가 아니고, 업계는 더 좁다. 이번에 새로운 업체와 계약을 하게 된 것이 이제는 없을 줄 알았던 올해의 또 다른 큰 운이었다. 새로운 업체에는 신제품도 개발되는 대로 공급을 해 줄 생각이다.


"Believe"라는 단어를 너무 쉽게 쓰는 나의 현 거래처와 대화를 나누면서 실망도 많이 했다.

말은 많이 할수록 무조건 손해라는 것을 나는 타국에서 또 한 번 깨닫게 되었다. 믿고 안 믿고는 내가 판단해서 결정 내리는 것이지 사정한다고 없던 믿음이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그건 믿음이 아니라 그냥 눈감아주는 것일 뿐이다. 솔직히 현 거래처도 방글라데시에서 나에게 엄청난 매출액을 안겨 주고 있지만, 나는 찜찜함을 안고 100% 이상의 매출을 가지고 싶지 않다. 만약 나의 판단이 틀렸다면 이 또한 겸허히 받아들이고 내 팔자려니 생각할 거다.


앞으로 다른 업체와 더 잘하면 되니까.


콕스 바자르에서의 이틀 째 날이다.

사장과 콕스 바자르 담당 마케팅 직원 그리고 사장 딸과 손잡고 밥을 먹으러 갔다.

 

방글라데시는 공용 스푼으로 음식을 덜어서 손으로 먹는다. 랍스타가 얼음 밑에 깔려있구나


콕스 바자르에서 게 튀김도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지금 보니 다시 먹고 싶네


내 호텔 방에서 본 해변 뷰와 해변에서 본 콕스 바자르이다. 왠지 천국보다 이곳이 더 아름다울 듯 하다


무슬림들은 옷을 입고 바다에 들어가기 때문에 나도 거리낌 없이 바닷물 속에 들어갔다. 살다 보니 방글라데시에서 해 지는 모습도 보는구나


이 날 저녁에는 마케팅 팀 25명과 회의가 있었다.


사장이랑 둘이 해변을 걸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하늘에 별이 쏟아질 듯 박혀 있었다. 걷다가 길을 못찾아서 릭샤를 탔다


90kg 나가는 사장과 55kg인 나를 태우고 달리는 릭샤 아저씨다. 자전거로 달리는 것이 릭샤인데 나랑 체중이 비슷해 보이는 아저씨가 140kg 넘는 우리를 태우고 달리는 거다


마음 불편하게 도착한 회의실에서 나는 마케팅 팀과 인사를 나누고 우리 제품에 대해 소개를 했다.

인도나 중국산같이 싸다고 효과가 제대로 검증 안된 제품들 쓰면서 마음 졸이지 말고 made in Korea를 믿고 사용하라고 강조했다. (환율이 높을 때 빨리 더 팔아서 한국에 달러를 많이 끌어와야지)


밤 10시가 넘어서야 미팅은 끝났고 (한국 시간으로 새벽 1시가 넘었다) 우리는 저녁을 먹으러 갔다.


환영한다고 받은 엄청나게 큰 꽃다발이다. 엄마가 아깝다고 버리지 말라고 했는데 한국에 들고 올 수도 없다 저녁은 생선 바베큐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망고 아이스크림도 시켰는데 맛이 오묘했다. 음식을 남기면 사장이 왜 못 먹냐고 부담스럽게 신경을 쓰기 때문에 어떻게든 다 먹으려고 했지만 맛이 이상한 걸 다 먹을 수는 없었다


다음 날 콕스 바자르에서의 마지막 아침이 밝았다.


현지 시간으로 새벽 6시다. 해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침대에서도 이 뷰가 다 보였다


내가 묵은 방이 바다 뷰라 엄청 비싼 방이었다. 일찍 일어나서 침대에서 바다를 실컷 구경했다. 시간이 다 돈이다


오후에는 마케팅 팀 전원과 사파리 구경에 나섰다.

어렸을 때 엄마가 오빠만 사파리 구경시켜줘서 나는 이번이 첫 사파리 체험이었다. 엄마는 카톡으로 그때 일을 미안하다고 하셨지만 지금 나는 실제 정글에서 더 생생한 사파리 체험을 하고 있기 때문에 괜찮다고 답했다.


내가 좋아하는 코코넛이다. 코코넛도 크기마다 가격이 다르더라. 사장이 가장 큰 코코넛을 내 손에 쥐어줬다. 사파리 첫 시작은 하마였다. 하마는 태어나서 처음 봤네


진짜 정글 안에 사파리 체험을 할 수 있다. 현지인들은 이 길을 쭉 따라 걸어 다니던데 우리는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저 멀리 얼룩말도 보인다. 얼룩말도 이번에 처음 봤다


예쁜 사슴하고 눈도 마주쳐 보네


생고기를 뜯어먹는 호랑이와 낮잠을 늘어지게 자는 사자다


다카로 돌아가기 전 콕스 바자르에서 마지막 점심을 먹었다.


방글라데시에서 생선을 정말 맛있게 먹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나는 생선을 시켰다. 엄마 말씀으로는 병어라고 하는데 머리만 남기고 다 뜯어먹었다


밥을 먹고 공항으로 향하는 길에 시위대도 봤다.


안 그래도 길 막히는데 시위까지 하니 도로가 더 난리다. 얘네도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더라


공항에 무사히 도착해서 체크인을 했다.


이게 체크인하는 줄이다.


1시간 짜리 비행이라 간단한 간식을 받았다. 비만 방글라데시 항공을 타고 다시 다카에 도착했다


이렇게 나는 다시 다카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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