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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간방 박씨 Nov 01. 2022

인도네시아 4일 차_배신자를 처형하라

한국에 무사히 돌아왔어요

배신자에 대한 응징은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

오늘로부터 정확히 3주 전에 *** 국가에서 한 세미나가 흥미진진하게 진행되었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그 세미나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나의 거래처를 추궁할 직접적인 증거가 없었다. 결국 나는 사람을 풀었고, 2주일 뒤 현지어와 영어로 된 기사 그리고 사진 수십 장을 받았다. 2022년 영화 한 편을 제작해도 좋을 정도의 누아르를 이미 겪은 나는 더 이상 놀라지 않을 줄 알았다. 하지만, 나는 거래처의 끊임없는 거짓말에 또 한 번 충격을 받았다.


증거를 잡았으니 이제는 쳐내는 일만 남았다.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배신자에 대한 응징은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 다행히 지난 10개월 동안 거래처들을 꼼꼼하게 관리하면서 아니다 싶은 거래처 두 곳은 특히 집중 관리 대상이었다. 그리고, 둘 중에 한 거래처가 드디어 걸려들었다.


나는 가슴속에 품고 있었던 칼을 더 날카롭게 갈았다.

몇몇 사람들은 나에게 충고를 했다. '숨 쉴 구멍을 어느 정도는 열어줘라', '오죽하면 그들이 그랬겠나!' 그리고 영화 암살에서 이정재가 했던 대사인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그들이 그랬겠나'라는 말까지 들었다.


참 재밌다.

나는 내 인생을 걸고 베팅을 하고 있다.

지금 매출을 잘하고 있다고 1년에 30억의 매출을 가져다주는 거래처를 '배신자'라는 이유로 자른다는 것을 우려하는 사람들 역시 많다. 하지만 나는 '한번 배신한 놈은 또 배신한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지금까지 살았다. 그래서 오늘 뒤를 돌아볼 것도 없이 그들을 쳐냈다.


인도네시아에서의 평화로운 4일째 날이 밝았다.

오늘 날짜로 처참하게 잘린 나의 거래처 (지금은 내가 인연을 끊어버림)에게 '해명하겠다는' 부재중 전화 79통이 와 있었다. 휴대폰을 무음으로 해놓고 나는 호텔 스카이가든으로 올라왔다.


출장 일정이 여유가 있다 보니 이렇게 호텔 옥상에서 구경하는 여유도 있었다. 그지같은 것들 잠시 잊고 아침 공기를 듬뿍 마셨다


방글라데시를 몇 주 전 다녀와서 그런지 인도네시아가 유독 깔끔하고 잘 사는 곳 같아 보였다


호텔 옥상에 신기한 나무들도 많았다. 인도네시아에는 특이하게 자란 나무들이 정말 많다


호텔 3층에는 수영장도 있다.


지금까지 출장 와서 수영장에 들어가 본 적이 없다. 수영할 시간에 반신욕을 아침저녁으로 1시간씩 하고 있었다


라벤더 오일을 듬뿍 넣어서 반신욕 1시간 후 호텔 방에서 에스프레소도 마셨다. 커피는 정말 맛이 없었다


호텔 조식도 4일째 먹으니까 조금 질리더라.


그나마 입맛에 맞는 것이 초밥 하고 생연어다. 고추냉이도 달달하니 맛있더라


클렌징 주스도 두 잔 마시고 오리 다리도 2개 집어왔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엔 반드시 코로나 검사를 해 본다.


다행히 음성이다. 부모님한테 바로 돌아가도 되겠어


거래처랑 마지막 날은 맛있는 거 먹고 마사지하고 쇼핑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아침을 잔뜩 먹어서 점심은 조금만 시켰다. 인도네시아 음식은 정말 맛있다. 쇼핑몰에는 한국어가 여기저기 쓰여 있다


'얼큰한 국물 맛'이라고 얼른 띄어쓰기를 좀 해주고 싶다. 이 라면이 인도네시아에서 굉장히 유명하다고 한다


공항으로 이동하기 전, 마지막으로 스타벅스에 들러서 혹시 자카르타 머그컵이 있는지 확인해 봤지만 없었다. 예상치 않게 눈에 확 띄던 보온병을 구입하고 공항으로 향했다.


그립감도 좋고 색감이 예뻐서 산 스벅 보온병이다. 대한항공 비상구 좌석을 운 좋게 골라서 탔지만 누워서 잠을 못 자는 게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는 식사를 딱 한번 주더라.

간식도 안 줘서 배고파 아사하는 줄 알았다. 인도네시아 갈 때는 피자랑 과자를 잔뜩 주더니 왜 한국 가는 비행기에는 간식도 없나요? 처음으로 대한항공에 실망을 크게 했다. 하지만 그래도 대한항공이 최고다. 방글라데시 갈 때도 대한항공 직항이 생겼으면 좋겠다! (내년 3월 방글라데시 출장 예정임)


너무 배고파서 비빔밥을 남김없이 싹싹 긁어먹었다. 진짜 왜 한국 갈 때는 간식을 안 주는 걸까?


짧은 출장 일정이었지만 인도네시아에서 나보다 훨씬 똑똑한 사람들을 만나서 좋은 공부도 많이 했다.


앞으로 인도네시아 시장에 대해 회장이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지는 나도 모르겠다. 일단 나는 해야 할 보고는 전부 했으니 나머지는 회장이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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