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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간방 박씨 Nov 11. 2022

올해 첫 휴가 갑니다_터키

휴가 중입니다만 일은 하고 있습니다

나는 남들이 휴가를 갈 때 놀러 가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대신 사람들이 비행기 티켓을 사서 발리나 하와이로 떠날 때 나는 11월 일정으로 터키 항공권 2개를 끊었다. 항공권 한 장은 나를 위한 것 그리고 나머지 한 장은 여행의 파트너를 위한 것이다.


이번 여행은 내가 세상에서 가장 믿고 의지하는 엄마와 함께 한다.


내가 이 정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의 배경에는 몇 가지가 있다.

그중에 가장 큰 스펙이 바로 '부모님'이다. 그런데 누군가가 굳이 '아빠 엄마 중에 누가 더 낫냐?'라고 묻는다면 나는 '엄마'를 고를 것이다. 엄마는 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나를 지켜준 분이고, Sorita라는 나무가 쭉쭉 성장할 수 있게 기름진 땅이 되어주신 분이다.


올해는 정신없는 일들이 많았던지라 엄마께 감사하다는 말도 제대로 못 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이 적었다. 엄마와 함께 마산 가기로 했던 일정도 갑작스럽게 내가 인도네시아로 출장이 잡히는 바람에 부모님 두 분이서만 할아버지 산소에 다녀오시게 되었다. 그런데 사실 지금도 휴가를 떠날 상황은 아니다. 11월은 덜 바쁠 줄 알고 6개월 전에 엄마와 터키로 휴가를 계획했던 것이다. 만약 터키만 아니었다면 바로 출장을 떠났을 것이다.


터키는 2014년 2월에 명절 연휴를 껴서 한번 다녀온 적이 있다.

그때도 엄마 손을 꼭 잡고 휴가를 다녀왔다. 당시 사진을 찾아보니 엄마는 젊었고, 나도 이제 막 사원 딱지를 땐 소대리였다. 엄마와 나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그래서 우리는 여행 코드가 잘 맞는다. 엄마는 아침에 일어나는 순간부터 저녁까지 계획을 빈틈없이 짜는 분이시고, 나는 출장을 제외하고는 해외 나가는 것에 큰 관심이 없다. 그래서 해외여행을 떠나는 순간부터 엄마한테 많은 것을 의지한다. 지금도 엄마는 내 옆에서 이스탄불에 도착하자마자 무엇을 할 것인지의 계획과 쇼핑 목록까지 다시 읽어보고 계신다. 나는 그냥 지갑만 가지고 따라다니면서 카드만 긁고, 통역만 하면 된다. 엄마가 짜 놓은 계획대로 이동하면 되니 얼마나 편한가?


호텔도 엄마가 원하는 곳으로 예약했다.

9년 전 이스탄불 거리를 걷다가 이 호텔 앞을 지나친 적이 있다고 엄마는 말씀하시지만, 나는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올해 엄마와 함께 보내지 못한 시간을 전부 보상할 수 있도록 터키에서 엄마 드시고 싶은 거 전부  먹고, 캐리어 안에 엄마가 사고 싶은 것도 꽉꽉 채워서 돌아오려고 한다.


떠나기 전 얼큰한 순두부를 좋아하시는 엄마를 위한 식사


인천에서 아부다비를 경유하여 이스탄불에 도착하는 어마어마한 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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