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수진 Jun 30. 2023

이유가 있어서 쉽게 지쳤다.

일시 정지가 필요한 지금


삶의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균형 잡힌 삶을 살기 위해서 몸과 마음 상태를 파악한 후 일, 가정, 사회와 조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 중이다. 노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순간도 있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순간이 더 많았다.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이 인생의 매력인 것을 아는 나이다. 매력을 느끼며 다시 노력했고 지금도 노력 중이다. 인생은 다양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좁아진다. 그러나 다행인 것이 있다. 나에게 '그림'이 있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그림에 대한 예술적인 열정 덕분에 개인전 준비, 출간 준비, 아이 셋 육아와 교육, 집안 대소사 등의 일과 휴식의 관계를 적당히 유지하고 있다.



몇 년 전에 일과 휴식의 관계가 삐끗했다. <깊은 밤은 건너온 너에게> 출간 이전에 <볼빨간 삐딱이> 책을 출간했을 때였다.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그림을 다시 그리게 되었고 그림에 담긴 이야기를 글로 쓰고 싶었다. 그림에 담긴 이야기는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 결혼, 아이 셋 육아, 우울증, 부부 상담, 아버지의 죽음. 지나온 삶을 그림과 글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모호한 듯한 그림의 매력, 직관적인 글의 매력. 다른 두 장르를 한꺼번에 진행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해야만 했다.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을 견디느라 힘들었던 자신을 위로하고 힘을 주고 싶었다. 그래야 아버지가 원하셨던 그림 안에서 행복한 나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글쓰기라고는 일기 쓰기밖에 몰랐지만 글을 썼고 손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고 그림 재료에는 곰팡이가 가득했지만 그림을 그렸다. 24시간 중 그림과 글에 집중하는 시간은 잠자고, 밥 먹고, 아이들 숙제와 밥과 간식을 챙겨주는 시간 빼고 다였다. 쉼이 필요했지만 쉴 수 없었다. 부족한 실력이 계속 보였고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시간도 부족했다. 결국 몸에서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지루성 피부염이 올라온다. 얼굴이 가렵고 또 가려웠다. 피부과 약을 처방받아먹었고 연고를 얼굴에 발랐다. 항히스타민 때문에 잠이 왔고 정신이 멍했다. 그림은 그릴 수 있겠는데 글은 쓰기 힘들었다. 몸과 마음이 지쳐갔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휴식을 선택했다. 산책하고, 좋아하는 친구들을 만나고, 다른 동네 탐방 다니고, 쇼핑도 했다. 일주일 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쉬었다. 물컵에 물이 가득 채워져 있어서 흔들면 쏟아질 것 같았던 몸과 마음의 상태가 달라졌다. 물컵이 비워졌다. 비워지니 다시 일이 하고 싶어졌다. 예술적인 열정이 막 솟아오르고 집중력이 올라갔다. 휴식이란 녀석은 참 신기하다. 이런 경험 후 휴식에 관한 규칙을 만들었다.



첫 번째, 하루 중 휴식 계획 세우기. 하루를 기준으로 일과 휴식을 균형 있게 조절하기 위해 계획을 세웠다. 먼저 중요하고 급한 일에 대한 일정을 작성했다. 그 일을 하기 위한 시간 배분 후 휴식 시간을 넣었다. 예를 들어 2시간 일하고 30분 쉬기. 일의 흐름이 끊기기 싫을 경우, 일을 4시간 했다면 무조건 1시간 쉬기. 하루에 해야 하는 일을 빨리 마쳤다고 하더라도 더 이상 일하지 말고 쉬기. 그리고 빨리 마쳤다는 것은 실력이 향상되었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으니 다음 날에는 난이도를 조금 높여서 계획 세우기.



두 번째, 다양한 휴식 활동 즐기기. 휴식 시간에 다양한 활동을 했다. 그림 그리기, 글쓰기 외에 명상, 책 읽기, 걷기, 달리기, 음악 감상, 다른 동네 커피숍 탐방, 도자기 만들기, 초등 수학 문제 풀기, 중국어 배우기 등. 다른 취미와 관심사에 시간을 할애했다. 8월 출간과 개인전을 마치면 피아노를 다시 배우려고 한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체르니 30번까지 쳤다. 지금의 나는 악보를 보고 피아노를 칠 수 없는 실력이다. 오른손과 왼손이 따로 논다. 그나마 어린 시절에 외웠던 곡만 칠 수 있는 수준이다. 2023년 가을에는 악보를 보고 피아노를 칠 수 있는 어른이 되어보려 한다.



세 번째,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시간 만들기. 주말에 가족 여행을 가지 않으면 3시간 정도 친구나 언니를 만난다. 세 아이의 스케줄에 따라 만남의 시간이 길어지기도 짧아지기도 한다. 친구와 언니 모두 평일에는 일을 해야 하니까 아이 셋 엄마와 시간 맞추는 것이 힘들다. 그래서 보통 주말에 만난다. 지난주에 있었던 일이나 고민, 과거에 있었던 우리들만의 추억 등을 이야기한다. 가벼움과 무거움을 왔다 갔다 하는 대화를 통해 한 주를 살아가는 힘을 얻는다.



소소한 가이드라인 덕분에 그림 그리는 아이 셋 아줌마는 일과 휴식의 비율을 적절히 유지하고 있다. 계속해서 휴식을 언급하고 있는데 여기서 잠깐 휴식의 의미를 살펴보자. 휴식은 일상생활에서 일시적으로 활동을 멈추고 몸과 마음을 쉬게 하여 재충전하고 회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휴식의 장점은 무엇인가?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스트레스를 받는다. 쉬지 않아도 되는 기계가 아닌 사람은 계속해서 일만 하면 피로가 누적된다. 휴식은 스트레스와 피로를 완화해 준다. 에너지를 회복시켜 주고 창의성과 생산성 증진에 도움이 된다.



수많은 장점을 알고 있지만 SNS로 인해 온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쉽지 않은 요즘이다. SNS의 굴레에서 벗어나 잠시 핸드폰을 꺼보자. 월, 화, 수, 목, 금, 금, 금으로 사는 것은, 일에 파묻혀 사는 것은 자신뿐 아니라 주변사람들의 삶도 힘들게 하는 것이다. 자신을 잘 지켜야 사랑하는 가족, 친구, 동료도 지킬 수 있다. 지킬 힘은 일과 쉼의 균형에 의해 나올 수 있다.



우리는 모두 하나밖에 없는 귀한 존재다. '나'를 지키기 위해 잠시 쉬어보자. 마음의 쉼을 위한 취미활동, 여가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독서나 산책 등. 선호와 상황에 맞는 것을 선택해서 잠시 쉴 수 있기를 소원한다.







그림 유튜버 '여백을 그리는 수진'









매거진의 이전글 미친 듯이 꾸준히 하고 싶어서 '이것'을 버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