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고객이 우리 서비스를 매일 이용하게 할 수 있을까?
프리랜서의 특권이라면 아무래도 시간의 주인이 ‘나’라는 점이 아닐까 싶다.
작년 9월 퇴사 이후 시간적 여유를 얻은 나는 요즘 다양한 관심사를 충족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제2외국어 학습이다. 나는 언어학습 앱 ‘듀오링고(Duolingo)’를 통해 일본어를 공부하는 중이다.
듀오링고 챌린지를 시작한 지 오늘로 60일째. 지금까지의 경험은 상당히 만족스럽다.
그렇다면 나는 왜 매일 듀오링고를 켜고 있을까?
1) 알찬 커리큘럼과 게임 같은 학습 경험
일본어를 제대로 배워보고 싶었지만, 학원을 꾸준히 다니는 것은 시간적으로 어려웠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듀오링고를 시작했고, 보다 집중된 학습을 위해 네이버스토어에서 연 20,000원 유료 회원권(네이버 스토어 통해 구매)을 구매했다. 일반 학원에 비해 매우 저렴한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상황별 단어와 문장을 체계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커리큘럼이 제공된다. 이 앱만으로도 생활 회화 수준까지는 도달할 수 있을 것 같다.
2) 경쟁심리를 자극하는 League 전 시스템 (= 강력한 재방문 동기)
듀오링고는 유저 간 리그전을 통해 XP(경험치) 경쟁을 유도한다. 매주 같은 레벨의 유저들과 경쟁하며, 상위권에 들어야 다음 리그로 진출할 수 있다. "1~4위 안에는 꼭 들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하루 최대 1.5시간이상을 학습한 적도 있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외에 이만큼 자발적으로 시간을 들인 앱은 듀오링고가 처음이다.
3) 스마트폰 사용의 죄책감을 줄여주는 킬링타임용 앱
매일 아침 챌린지를 시작하지 않으면 초록색 부엉이 캐릭터가 스마트폰 위젯에서 나를 노려본다. 귀엽지만 킹받는(?) 그 표정은 “공부할게, 하면 되잖아~!”라는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언어를 꾸준히 배우고 있다’는 만족감, ‘경쟁에서 이기고 싶다’는 의욕, ‘생산적인 킬링타임’이라는 자기위안이 맞물려 매일 앱을 켜는 루틴이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1) 문법 학습이 어렵고 질문할 곳이 없다
언어를 학습하다보면 문법 상 규칙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궁금해지는 순간들이 있다.
듀오링고는 단어·문장 학습에는 강점이 있지만, 문법 규칙을 체계적으로 익히기엔 기능이 부족하다. 또한 학습 중 궁금한 점을 해결해줄 질문 창구가 없다는 점도 아쉽다.
2) 읽기/듣기 중심 구성, 말하기/쓰기 학습은 빈약
대부분의 문제는 객관식 기반의 읽기와 듣기 중심이다. 보기를 비교하며 정답을 유추할 수 있어, 실질적 언어 구사력 향상에는 한계가 있다. 현재 내가 일본어 문장은 읽을 수 있는 만큼 쓸 수는 없다는 점에서 앱의 기능이 다소 편향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3) 장시간 사용 시 손목과 손가락에 무리가 감
XP를 빠르게 쌓기 위해 시간 내 다량의 문제를 풀다 보니, 어느새 손가락 마디와 손목이 아프기 시작했다. 앱의 경쟁 구조는 자극적이지만, 개인의 페이스를 존중하는 학습이 필요하다는 점을 느꼈다.
몇몇 단점들에도 고객으로서 내가 듀오링고 찾는 이유는 명확하다.
다시 말해 듀오링고의 가치제안이 그만큼 명확하다는 뜻이다.
“듀오링고는 외국어 학습을 게임처럼 즐겁고 지속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습관 설계형 앱이다.”
듀오링고는 ‘외국어 학습을 습관으로 만든다’는 하나의 미션을 위해 고객 여정을 치밀하게 설계했다.
이 앱은 마치 장사꾼처럼 과도한 결제를 유도하는 대신, “알잖아~ 너의 성장을 위해 학습은 멈추면 안돼. 1위 자리를 뺏기지 마.” 처럼, 센스 있는 문구로 유저의 학습 욕구와 경쟁심리를 자극한다. 무료에서 유료로의 전환도 억지스럽지 않다. (중간 광고로 인해 학습이 방해를 받을 때 자연스럽게 유료로 전환하게 됨)
습관화된 행동 유도, 자연스러운 유료 전환, 경쟁심리 자극, 성취감 설계.
이 모든 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듀오링고는 수많은 유저의 매일의 루틴이 되었다.
어떻게 하면 고객이 우리 서비스를 매일 이용하게 할 수 있을까? 를 고민하고 있다면 섬세하게 설계된 듀오링고의 고객여정을 참고해봐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