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이라는 타이틀을 단지 D+50
길을 떠난지 50일째다.
찐한 여행의 감동이나,
호화스런 풍경을 품은 레스토랑에서 비싼 술과 음식이나,
이도저도 아니면 현지로컬과의 끈끈한 유대관계라도.
위의 그 무엇 하나 없는 지금 난,
하루 14달러의 창문도 없는 더블룸의
퀴퀴한 곰팡내를 맡으며 글을 끄적이고 있다.
세계여행? 배부른 애들이나 하는거지.
고작 남들이 써놓은 블로그 보고 그대로 따라가는 게 자기를 찾기위한 여행이라고?
개소리 집어치우라 그래
상사한테 까일 때도, 관계사에서 시달릴 때도,
실적으로 쪼일 때도,
그리고 진급에 누락해 쓴 물을 벌컥벌컥 들이마실때도.
단 한가지. 세계여행이라는 달콤한 그 한 마디를
꾸역꾸역 집어삼키며 시간을 버텼었지.
꿈이 있다는, 로망을 곧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달콤한 미래가 기다린다는 그 사실이 힘이 되어줬었는데.
물론 세계 여행가면
내가 막 바뀌고,
삶의 방식이 변화하고,
눈이 번쩍 띄이는 경험을 할거라는
허황된 마음은 없었지만.
뭐랄까. 김이 빠진 느낌.
그걸 애써 회피하려
SNS를 열나게 하면서
난 행복하다 보여주기 급급하고,
조회수 댓글수 좋아요수에 집착하지만.
아 모르겠다. 이게 참 뭔지.
무얼 보고 듣고 느끼려고 이 길을 떠난건지.
아직 찾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