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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쑤 Jan 22. 2018

시선

그녀가 일어나 창문을 닫으려고 뒤로 돌아 몸을 숙였다. 그때 그녀의 동그란 엉덩이가 빵긋하고 눈에 들어왔다. 우주의 모든 행성이 동그란 건 아마 이유가 있을 것이고 우리이 눈동자가 동그란 것도 시원의 비밀과 통하는 것이 아닐까. 그 똑같은 테두리를 가진 여체의 몸 어느 부분은 갑자기 그곳에 있던 남자들의 동공을 확장시켰다.

그들은 교수, 철학자, 영성가였지만 갑자기 2초 이상 시선이 한 방향으로 고정되었다.

대놓고 보는 저자 거리의 여느 남자들처럼 무례함을 보여주지 않았던 건 다행한 일이었다. 그들은 그녀가 눈치 채지 못하게 각자 다른 순간에 그녀쪽을 바라보다 시선을 거두었다. 그녀 정면에 앉아 가장 둥근 뒷모습을 보게 되버린 이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번 더 시선을 그녀에게 고정시켰다. 아니 그것은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므로 고정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 짧은 순간은 다른 순간과 분절되어 충분히 관찰될 수 있었다.

그 장면이 이후에 그들의 느슨한 사이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아니면 아무런 결과없이 지나갈지는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들의 내면에는 이미 각자 하나의 작은 길이 생기고 그것을 지나가기 위한 각자의 방식이 진행되고 있을 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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