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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쑤 Sep 19. 2017

잠이 드는 순간

잠들려고 침대에 누워 어둠을 느낄때면

어쩔 수 없이 나의 죽음 장면을 연상하게 된다.

그날도 나에겐 오늘일텐데

그날만큼은 이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순간을 두려움 없이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밤마다 드는 잠은 그래서 신이 인간에게 마련해준

임사체험이라 생각된다.


미지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하면

갑자기 숨이 콱 막힌다.

호흡이 멎는 순간을 어떻게 해야하나.

내 삶의 기억들은 단백질과 지질로 된 허연 회백질 속에 얌전히 잠겨있게 되겠지.

순간 공포가 날 압도한다.


어릴 적 작은 애가 그랬다. 한 20개월쯤인지 혹은 그보다 더 어릴 때인지 밤마다 아이는 자지러지게 잠투정을 했다.

체력도 좋고 고집도 웬간한 아이라

울어제끼기 시작하면 당할 수가 없었다.

아이 울음을 질색하는 남편은 더 울면 내다 버리겠다고 방문 앞에서 엄포를 놓았다.

하지만 아이는 그런 소리를 들으면 더 크게 울었다.


잠이 드는 순간 눈앞에 있는 눈앞에 있던 엄마가 흐려지고

암흑이 눈을 가리는 것이 공포스러웠던 거다.

그래서 어느새 깜빡 눈을 감았다가도 다시 경기를 일으키듯 더 울어댔다.

안스러워 몸을 토닥토닥하면 더 크게 울었다. 잠이 쉬이 들게 할 모든 시도에 저항하는 거였다.  어떤 때는 달래는 걸 포기하고 잠시 아이 옆을 떠나려 하면 그야말로 난리가 난다.

나는 아무 짓도 하지 말고 움직이지도 말고

자기 눈 앞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모든 명령을 울음 소리로 내리면서 날마다 한두 시간을 울다 지쳐 잠들었다.

그 시절 아이의 마음을 알지 못한 나는 날마다 울음소리 앞에서 꼼짝없이 포로가 되버린 내 시간을 안타까워 했고 아이가 좀 더 빨리 잠들기만 기다렸다.

돌이켜 보면 아이는 잠이 들면서

내가 밤에 느끼는 죽음의 공포를 느꼈던 것 같다.

암흑, 엄마와의 이별, 의식이 사라지는 경험은 자기 자신이 해체되어 죽음으로 떨어지는 느낌이었을 게다.

나의 두려움에 아이의 울음이 겹치면서

나도 눈물이 차올랐다.


인간으로 태어나 오롯이 혼자서만 경험해야하는 게 있다면 아마 죽음이 아닐까.

다른 모든 것은 나누고 기록하고 연구되는데

죽음만큼은 경험을 남겨두고 갈 수 없으니 말이다.


이제 잠드는 것이 하나도 두렵지 않은 것처럼

나중에 죽을 때에도 두렵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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