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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쑤 Jul 23. 2018

어떤 관계


인간의 관계는 무수한 질과 색깔과 깊이로 각기 다르다.

다른 대륙에서 4-50년 전에 태어난 다른 성의 인간이 쓴 글을 읽고도 나는 그에게 특별한 애정과 연대감을 갖는다.

그의 구체적인 삶을 알지도 못하며 심지어 그가 일상에서 부조리한 태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더라도 여전히 그를 사랑할 작정이다.


 태어난 나라의 수도도 정확히 모르고 과연 어떤 건축 양식에 둘러싸여 어떤 모국어를 쓰고 자랐는지도 모르는 어떤 연주가를 나는 말이 통하는 친구나 사랑을 나누는 연인만큼이나 깊이 사랑하고 축복하고 있다.


또 나에게 찾아온 작고 어두운 낯빛의 애기엄마. 부모의 사랑이라곤 느낄 새도 없이 학대와 무시만 받고 자란 그녀를 딸이나 여동생처럼 사랑한다. 그녀가 가진 자기 삶을 일으키는 놀라운 의지와 아기에 대한 사랑을 생각하면 마치 트리플악셀을 하고 착지한 김연아를 볼 때처럼 경외감이 든다.


물론 나는 인간을 잘 볼 줄 몰라 잘 속기도 하고 턱없이 헐값에 신뢰와 사랑을 건네주기도 하니, 때론 내가 나의 선호를 어찌해야하나 하고 고민할 때도 많다. 그러나 관계나 사랑은 늘 불완전하며 미비한 것이다. 상대가 흠없이 완벽할 필요는 없다.


오늘은 마음이 많이 아프고

내가 사는 이 시대와 공간이 지옥을 향해 돌진하는 폭주기관차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적 소리에 놀라서 기차에 꼭 붙어있기만 하면 발을 딛을 수 있는 땅에 닿을 수 있을 거라고 믿고 다들 붙잡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한 정치인이 투신했는데

그를 다 알지 못하는데도 깊이 알고 있었으며

진정으로 이 시대의 동지와 동포들을 사랑한 사람이라고 생각된다. 그가 떠난 것이 너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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