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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쑤 Jul 25. 2018

한 장의 사진을 보며

사진은 본질이 아니다. 

그러나 우연히 사진 한 장을 보고 어떤 이의 깊은 소망을 알게 되었다면.


그의 눈은 깊고 슬펐다.

그 눈은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아니 

거기에는 기계의 렌즈만 있었을 것이다. 

눈맞출 곳이 없는 카메라 앞에서 

그는 자신을 담고 있는 행위에 반사되어 돌아온 보이지 않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강직하고 거짓이 없는 자세. 

수많은 세월을 바친 타협없는 연습. 

그는 곡 전체를 

도끼로 두드려 다듬어낸 음표로 하나하나 세운 후에,

가장 알맞은 크기와 모양의 장식을 덧붙였다.

연주는 더없이 아름답고 완벽하다.


그의 뼈와 근육, 골수와 뇌,

호흡과 온몸을 유영하는 피톨들이 만들어낸 소리를, 

어린 시절 매일 들었을 어머니의 목소리,

매일 식탁에 올라오는 소박한 음식,  특별할 것이 없는 창밖 풍경과

벽에 걸린 흔한 그림들 같은

지극히 사적인 것들이 만들어낸 유일무이한 음율을 들으면서.

나는 그의 이마와 눈썹뼈와 

의외로 순한 눈동자와

비뚤어진 입으로 짓는 표정, 평범한 턱선을 오래도록 쳐다보았다. 

무엇보다 그의 긴 응시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이 말하고 있다.

내가 제일 잘하고 싶은 것은 사랑하는 것이라고. 

누구라도 제일 잘하고 싶은 것. 

사랑하는 것.

그는 이렇게 말한다.

그것을 잘 할 수 없어서

나는 인생을 바쳐서 피아노를 쳤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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