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앤 쑤 Oct 21. 2018

분리와 상징

인간은 육체를 가진 존재이므로 감각이 주는 기쁨을 도외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말 감각인가?

감각은 오히려 소박하다.

정신은 상징을 버리고는 결코 만족할 수 없다.


그러므로 추위를 막을 따뜻한 옷 한벌이 아닌

마크가 달린 그 브랜드가 필요한 것이다.

캐비어의 맛보다는

그것이 캐비어라는 점이 중요하다.

아니 생선알이라는 상징 위에

캐비어라는 장식이 필요하다.


장식을 덧붙이는 마음.

한 여자가 걸어가고 있다.

그 여자가 멘 가방은

어떤 이에게는 기의로 보이고

어떤 이에게는 기표로 보인다.

세분화된 기표는

자신에게 들어가는 길을 잃은 사람들을

쉽게 매혹한다.

상징을 알아보는 타인들 덕분에

그녀는 자신의 가치와 유일무이함을

승인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자신의 것을 사물에 위탁하면서

동시에 자신을 소외하고 있음을 알리가 없다.

따라서 그녀의 유일무이함은 이미 퇴색될 운명이다.

상징을 공유하는 집단에 소속되는 순간

위탁된 자신은 그 빛을 잃게 되는 것이다.


대량생산되는 고급품은 그렇게 소비를 배반한다.

상징이란 위계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녀는 단지 끝없는 위계의 맨 밑바닥에 도달했을 뿐이다.


작가의 이전글 아이유의 슬리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