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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쑤 Oct 05. 2018

아이유의 슬리퍼

떠나는 날 그녀는 슬리퍼를 들고 왔다.


이 세계의 규칙이 있는데,

< 선물은 정중히 사양한다>이다.

더구나 선물을 주면 그것에 대해 다루어야 한다.

나는 그것이 때론 몹쓸 규칙이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받지 않으려는 나에게

이건 아이유가 <나의 아저씨>에서 선물한 그 의미라고 말했다.

"보셨어요? 그런 의미에요."

"그래요?.." 뭔지도 모르면서 받았다.


그러니까  우린 고작 15번 만났다.

하지만 그동안 그녀는 가장 고통스런기억을 털어놨고,

내가 한 거라곤 그 어떤 것도 말해도 된다고,

그것이 당신에게 좋다고 말해 주었을 뿐이다.


그녀는 나에게 마법사라고 했지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사람은 바로 그녀이다.

목에 가시가 박혀서

숨쉴때 마다 아프다고 생각해봐라.

어느 순간에는 그 아픔에 익숙해져서

잊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대신 그녀는 매일 백미터 달리기를 했다.

그리고 잠이 들 때면 자신에게 가시때문이 아니라 숨이 찬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을 불쌍히 여기지도 않았다.

대신 다른 사람들을 돌보았다.

그것이 정말 돌봄인가에 대해 말하는 건

인간을 모욕하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목에 박힌 가시만 생각하면서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고통에 대한 생각이 어쩌면 우리를 더 불행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제 백미터 달리기를 멈추었고,

뒤를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자신이 뛰어온 거리를 자랑스러워해도 된다.

이제 가시가 그녀의 위 속에서 잘 삭고 있을 거라고 믿는다.


"가시는 어떻게 되었나요?"

헤어지면서 물어봤다. 그동안 가시 얘기는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시가 박힌 나를 매일 만나고 있어요. 매일 위로하고 말하게 해줘요."


성장했기 때문에 떠난다.

이 말은 내가 믿는 몇 안되는 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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