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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쑤 Sep 27. 2018

축복

커피를 내리면서 문득 

지상에 있는 이들은 모두 흠이 있다는 걸 알았다. 


그녀가 그토록 찾아다닌 완벽한 남자는

상처를 메우던 밀랍인형. 

손을 대면 주르륵 흘러내릴 허상이다.


그녀가 그토록 되고 싶었던 완벽한 여자는

자신을 미워한 나머지 여러 사람들의 장기를 이식한

카데바.

숨을 쉬는 그 여자는 없다.


커피는 살아있을 때 자기 향을 알았을까.

껍질이 벗겨지고, 햇빛에 수분을 모두 뺏긴 후에

온몸을 불가마에서 태우고 나서야

자기 향기를 가지게 된다.

그나마도 으깨지고, 뜨거운 물에 조여든 몸을 다시 풀어야

한방울 한방울 자기 향기를 내어준다.


내가 내 향기를 찾아가느라 진통을 겪을 때

내 아이도 옆에 있었다. 

내 몸에서 나온 한 생명을 사랑하는 일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그건 그 아이가 나도 아니며,

나보다도 귀한데 

나 같아서 힘들고 

나 같지 않아서 답답한 순간들을 

어리석게 넘어가는 헛발질을 계속 하게 했다.


아이를 위해 빌어주고 싶다.


힘든순간에

지혜롭고 따뜻한 사람이 곁에 있기를. 

아니 그런 사람을 찾아가는 용기를 내기를.


네 삶은 누구의 것도 아닌 네 것.

순리대로 욕심껏 살기를. 

행복을 느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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