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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쑤 Dec 12. 2018

악마

더없이 편안한 순간에 내 악마를 만난다.

왜 그랬을까.

수치심 보다 더한 감정이 해일처럼 덮친다. 하지만 그때의 내가 어땠는가. 수치를 느꼈는가?


잔인함은 부주의함을 핑계로 문고리를 슬쩍 밀어 제낀다. 타인의 불행을 비웃는 우스갯소리. 나는 일종의 금기어를 입밖으로 내놓고 짜랏함과 두려움 으로 흥분되었다. 더구나 이 대범한 유머는 나를 썩 존재감있게 만들어주는 게 분명하다. 맞장구치던 이는 남모르게 나와 눈빛을 교환한다. 벌써 나는 그녀와 강렬한 연결감을 느낀다. 내 안의 악마는 이미 한복판에 나와버렸다. 아니 신이 났다.

어쩌면 죄를 언도받기 전까지 나에겐 죄책감조차  없었는지 모른다. 이미 나는 그 얘기를 당사자에게 슬쩍 흘리기까지 했다. 별소리 없이 듣던 그가 맞장구친 이의 이름을 듣고 말이 없어졌다. 칼을 꽂고 한번 비틀면 이런 느낌일까? 숨이 붙어있던 것이 맥없이 끊어지는 어떤 느낌. 감각만으로 본다면 그것은 쾌감이었다. 악마는 이런 경험을 사랑한다.


숨어있다 한번씩 이 장면을 만나면

무로 돌아갈 방법을 생각한다.

언제든지 저끝으로

내 의지로 내려갈 수도 있는 존재라는 것이

몸서리처지게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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