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마을
김용택
저녁 눈 오는 마을에
들어서 보았느냐
하늘에서 눈이 내리고
마을이 조용히 그 눈을 다 맞는
눈 오는 마을을 보았느냐
논과 밭과 세상에 난 길이란 길들이
마을에 들어서며 조용히 끝나고
내가 걸어온 길도
뒤돌아볼 것 없다 하얗게 눕는다.
이제 아무것도 더는 소용없다
돌아설 수 없는 삶이
길 없이 내 앞에 가만히 놓이다
저녁 하늘 가득 오는 눈이며
가만히 눈발을 헤치고 들여다보면
이 세상에 보이지 않은 것 하나 없다
다만 하늘에서 살다가 이 세상에 온 눈들이
두 눈을 감으며 조심조심 하얀 발을
이 세상 어두운 지붕 위에 내릴 뿐이다
시인도 나도 알고 있다.
세상에 나있는 길이란 길이 다 지워지고
하늘에서 내린 축복이 이제
네가 알아서 걸어가라고 한 그때
세상 모든 것이 다 보이고
또 보이지 않는 그때.
나는 조심조심 그 천상 세계를 걸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