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앤 쑤 Oct 16. 2019

젊은 그대여

꽃처럼 귀한 내 아들은

시를 좋아하고

겁이 많아 허세를 부리고

팔굽혀펴기를 터미네이터처럼 하고

아이를 이뻐한다.

브랜드가 써있는 티셔츠를 사고

씽씽이를 매일 탄다.

작은 별을 부르고

공룡이름을 줄줄 외고

변기에 앉아 금세 기저귀를 떼서

나를 기쁘게 했던 그 아이는 내 기억 속에만 있다.

공부를 영 안하고

유투브로 게임 영상을 보다가

얼굴에 꼭 팩을 하고 잠에 든다.

세상에 와서 내가 가장 경탄했던 존재.

엇나갈까봐 마음을 졸이고

화가 나서 주먹으로 한 대 치고도 싶게 만들었던 존재.

무엇이든 주고 싶고 내 곁에 두고 계속 보고 싶지만 세상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럴 수 없는 존재. 하지만 한때 그럴 수 있었기에 가장 고운 모습을 다 내게 주어 감사한 존재.


떠나는 연습은 언제나 어렵다.

젊은 그대여.

내가 줄 수 있는 것을, 나만이 줄수 있는 것을, 내가 꼭 주어야 했던 것을 다 받았는가.

준다고 하면서 아무 것도 주지 못한 것은 아닌가.

빛나는 희망을 주고픈데 걱정과 불안만 건네준 건 아닌가.


내 사랑은 혹 반죽이 덜 되거나 설익었던가.

세상은 그대가 구하기만 한다면 가지 끝에도 사랑이 달려있다네.

나는 그것을 믿고 그대가 평원으로 나아가는 그 길을 축복한다네


매거진의 이전글 울아버지 뒷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