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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쑤 May 26. 2020

울아버지 뒷짐

2014.2.24

울아버지 뒷짐

버스 안 차창 너머로 보이는
안경가게
거기 아버지가 서계신다

모직 헌팅캡 두툼한 머플러
겨울낙엽빛 점퍼에
밑창이 튼튼한 운동화
겨울내내 같은 차림인 울 아버지다

정차한 버스가 출발하는 바람에
돌아보자
아버지는 다른 노인네가 되었다
왜 자꾸 아버지가 보이는 걸까

울아버지는 지금 과천에 계실텐데
왜 길가에 돌아다시는걸까

그앞에선 눈물만 뚝뚝 흘리던
무서운 아버지가 왜 자꾸
뒷짐지고 나타나실까

나 어릴 적 우리 아버지는
세상 어떤 아버지와도 달랐는데
운전수 딸린 자가용 없이도
부럽지 하고 자랑하고팠던
젊고 멋있었던 아버지였는데

그러던 아버지가
다른 할아버지랑 똑같은 모습으로
길 어디서나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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