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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쑤 Jul 20. 2020

나의 어머니

<mother of mine by Jimmy Osmond>

한 여자가 어머니가 되어서도 버리지 못한 꿈들을 생각한다.

그녀가 그리던 모습들은

실제보다 근사해서 그림자조차 없었지만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뛰는 것을 감출 수 없었다.

느닷없이 몇 번의 기회가 다가올 때마다

조용히 흘러보내고 나선

몇날며칠 아이가 자는 모습을 바라보았을 것이다.


귀한 것이 내 옆에 있는데

다른 곳에 눈 돌리는 자신을 책망하며

걸레를 빨아 탁탁 널었을 것이다.

때마침 배앓이를 하는 아이 배를 쓰다듬으며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촉에

알 수 없는 위로를 받다가도 서글픔에 잠겼을 것이다.


초로에 접어 들며서부터

그녀가 집안 가득 피워낸 꽃은 무엇을 상징했을까?

어느 해 봄인가

늦은 오후의 어둠이 가득한 거실 귀퉁이에

얼음처럼 등을 지고 앉아 있었던 그녀.

꽃대가 올라오기도 전에

큰 잎에 둘러싸여 성급히 피운

히아신스 꽃을 보며

반쯤 넋나간 목소리로 나를 닮아 가엾다고 눈물을 지었다.


자신보다 뛰어난 아이를 질투하지 않는 법도 몰랐고,

날마다 반복되는 허드렛일에서

허물어지는 자신을 세운다고

고집과 권위로 잔소리를 퍼부었다.

해가 바뀔 때마다

그녀는 이런 저런 강의를 듣고 다른 사람을 만났다.

그것들이 그녀를 자유케 했을까?

늘 식사시간이면

깐깐하고 고달프게 본 장바구니를 내려놓고

어떤 공부보다 집중해서 음식을 지었던 그녀.

결이 곱고 속이 약한 몸을 그대로 물려준

자식들이 세파에 지칠까봐

방금 한 밥과 고단한 레시피로 지어낸 음식들로

차려놓고는 말로는 다 못한 마음을 떠먹였다.

아이들은 은근한 짜증이 뒤섞인 그 사랑을

퍼먹으면서 피부가 뽀애지고

콩나물처럼 키가 컸다.


때론 그녀가 밥할 시간이 되어도 자리에서 일어나질 못했다.

누렇게 뜬 얼굴로 마냥 누워있었다.

우리는 그녀처럼 부엌에 들어가

감자를 동그랗게 잘라 부치고, 된장을 조금 푼 장국과 쌀죽을 차렸다.

아무 맛도 없는 음식을 그녀는 찬찬히 떠먹었다.  

그런 날이면 장을 본다고 탄 돈을 빼돌려 쵸코우유를 먹는 여동생도

만들지도 않고 쟁반은 굳이 자기가 들겠다고 고집 피운 남동생도

밉지 않았다. 공기가 슬펐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그녀가 죽을거란 걱정은 안했다.

그녀는 내가 살아있는 동안 쭈욱 아팠지만

그렇게 그 자리를 지켜왔으니까.


그녀처럼 아파서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날.

나는 그녀가 꾸었던 꿈을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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