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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쑤 Dec 01. 2020

나의 통증

목 통증은 고질적이다.

이것은 해부학적인 나의 특성과도 관련 있다.

어제는 그동안 누적된 통증이 더 이상 감당을 못하고 극심한 편두통으로 나타났다. 목을 살짝 움직일 때마다 승모근 뒤쪽에서 앞으로 가로지르는 근육과 대체 어떻게 관련 있는지도 모르겠는 오른쪽 정수리 부근이 멍든 곳을 누가 누르는 것처럼 아팠다.


무엇이 실존인가를 얘기할 때 흔히 거론하는 것이 고통이다. 고통은 너무나 고유하고 언어화가 어려운  실존의 핵심과도 같다. 물론 그 끝에는 죽음이 있고.


나는 너무나도 문자적이고 상징의 유희를 좋아하는 인간이고 또 인간이 실제로 그렇게 작동하기도 하므로-신체화처럼- 나의 통증을 견디는 동안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되는 운동보다는 분석질을 한다.

쉽게 말해 그냥 누워있다.


실제로 나의 오른쪽 편두통은 짧아진 오른쪽 승모근과 유착된 목 속근육들의 작품이다. 나의 오른쪽 어깨는 오래된 집착과 방어로 인해 동그랗게 말려버렸다. 더 재밌는 건 대각선 방향에 있는 아래쪽 복근은 힘이 다 풀려있다는 점이다. 거기에 나아가 왼쪽 골반은 심하게 빠져있었다.

물론 이 모든 걸 나 혼자 알았겠나. 내가 목과 허리 통증에 쓴 돈이 어마어마하다. 재활치료사는 나의 몸이 틀어진 걸 푸느라 엉킨 실타래 혹은 꿀타래 풀듯 반대로도 꼬았다 앞뒤 옆으로 힘을 실어 이런저런 시도를 했다.


결국 부단한 실험 끝에 나는 오른쪽 목 앞쪽 사선으로 올라간 근육이 팽팽한 걸 풀려면 왼쪽 중둔근과 척추 기립근에 늘 주의를 두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짧아진 목 근육을 풀어준다고 반대쪽으로 고개를 늘일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살짝 오른쪽으로 목을 기울이고 왼쪽 어금니를 더 깊이 물어야 한다는 걸 알았다.

나의 왼쪽 뒷근육들이 문제인 것이다.


왼쪽은 오른쪽 뇌가 관장하는 영역이다. 나는 오랫동안 좌뇌로 나를 통제하느라 지나치게 오른쪽 근육들만 썼고 피로해져 있다. 내 왼쪽 근육들은 기회가 없어 모든 걸 놓아버렸다. 감정과 이미지와 공격 에너지를 쓰기 시작하면 나는 더 강해지고 편해질 것이다. 그 말은 왼쪽 근육들이 진정한 내 존재의 뒷배가 되어줄거란 얘기다.


어린 시절 처음 두 발 자전거를 탄 날이 떠오른다.

뒤에서 줄곳 잡아주던 아빠 손이 안장을 이미 떠난 것도 모르고 “아빠, 거기 있지 거기 잡고 있는 거 맞지?” 하고 소리치며 페달을 밟아 나갔던 순간. 그때 갑자기 말이 없어진 아빠를 뒤돌아볼 수 없어 앞으로 앞으로만 나아가던 나의 흥분과 두려움이 또렷하다. 세상으로 나아가는 길은 언제나 그렇듯.


어쩌면 뒤돌아 확인하고 싶었던 아버지의 손은 어느새 내 안에 와있던 것이다.

통증은 있는 것을 없다고  착각하면서 생긴 상실감이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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