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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쑤 Dec 24. 2020

양자역학의 시간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1) 유명한 질문

우리는 왜 과거는 떠올리면서 미래는 떠올리지 못할까?

우리가 시간 속에 존재하는 것일까, 시간이 우리 안에 존재하는 것일까?


시간에 대한 질문 중 가장 유명한 질문 두 가지이다.  


그리고 답은 아인슈타인을 거쳐 양자 물리학을 통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이유는 단 하나, 우리는 다만 모를 뿐이다.

희미하고 엉성한 우리의 지각 기관은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고 있는 정확한 그림을 모두 볼 수 없다.

그래서 우리가 가진 희미함이 시간을 발명하게 했다.


2) 시간은 전과 후의 차이가 없다.


시간이 발명된 거라니.. 시간이 없다면 우리가 경험한 이것들은 무엇이란 말인가?


또 우리가 알고 있지 않은가, 한번 일어난 일은 다시 되돌이킬 수 없다는 걸.

시간 선후에 대한 우리의 명백한 경험을 루드비히 볼츠만이 설명해냈다. 과거와 미래의 차이는 기본적인 운동법칙이나 심오한 자연의 문법에 있는 것이 아니다. 단지 열역학 제2법칙에 의해 열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가도록 되어있기 때문이다. 그 반대는 없다.

모든 것은 자연스럽게 무질서해진다.  특수하거나 특별한 상황은 점점 사라진다. 즉 엔트로피는 낮은 상황에서 항상 높아지게 되어있다. 열에너지가 흘러간 자리에서 우리는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의 흔적을 보게 된다.


그런데 가만 보자. 열역학 제1법칙. 모든 열에너지는 보존된다. 그렇기 때문의 미시 세상에서 보는 세상은 열이동 후에도 변화가 없다. (혹은 거시 세상도)

이 역시 볼츠만이 설명한다.


'엔트로피가 존재하는 이유는 우리가 세상을 희미하게 설명하기 때문이다' 루드비히 볼츠만


과거와 미래의 차이는 이 희미함과 깊이 연결돼 있다. 그러니까 만일 우리가 이 세상의 정확한 미시적인 상태에 대한 모든 상세한 내용을 고려할 수 있다면? 시간의 흐름에 관한 특징적인 부분들이 사라질까?

그렇다. 사물의 미시적인 상태를 관찰하면 이 세상의 미래는 현재의 상태에 따라, 즉 과거의 상태에서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현재에 의해 결정된다. 원인과 결과의 구분이 없다. 대신 서로 다른 시간에서의 사건들을 연결하는 무리 법칙들에 의해 표현되는 규칙성이 있는데 여기서 미래와 과거는 서로 대칭적이다. 미시적인 관점에서 보면 과거와 미래의 구분은 무의미하다.


3) 우주에 존재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주에는 지금이 없다.

다만 지금, 여기가 있을 뿐이다.

얼마나 멀리 있느냐에 따라 이곳과 저곳의 현재는 끝없이 확장된다.

우주가 어떤 특별한 구성으로 '지금' 존재하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한다는 생각은 이제 더는 타당하지 않다.


현재가 아무 의미 없다면 우주 속에는 과연 무엇이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이 세상의 물리적 현실의 씨실을 구성하는 물질들을 물리학자들은 '장 field'라고 부른다.

시공간은 중력장이고 중력장이 시공간이다. 물론 이 장은 세상을 구성하는 여러 장 중의 하나이다.

전자기장도 있으며 양자 파동의 장인 디랙의 장도 있다.

중력장 역시 시간처럼 균일하지도 고정적이지 않다. 구부러지기도 하고 펴지기도 하고 다른 장들과 서로 밀고 당긴다.


4) 양자역학의 세 가지 발견

양자 역학을 통해 우리는 물리적 변수의 입자성과 미결정성, 그리고 관계적 양상을 발견했다.

입자성은 모든 현상에는 최소 규모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중력장에서는 이를 '플랑크 규모'라고 한다. 최소 시간은 '플랑크 시간'이라고 한다. 상수들을 조합해 얻어낸 '플랑크 시간'은 10의 -44승 초이다.

이렇게 작은 최소 단위의 시간이 된다면 각각의 시간은 분리된 특정 값만을 갖게 되고 균일하게 흐르는 것이 아니라 한 값에서 다른 값으로 껑충 뛰어넘는 불연속적인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

이 세상은 연속적이지 않다. 세계는 분리되어 있다. 플랭크 시간의 공간적 자매는 '플랭크 길이'이다. 이 최소 한계 이하이 길이는 의미가 없다. 플랭크 길이는 10의 -33승 센티미터이다.

두 번째 발견은 불확정성이다. 내일 전자가 어디에서 나타날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가 없다. 전자는 한번 나타났다 다시 나타나는 동안에 정확한 위치를 가지고 있지 않다. 마치 확률 구름 속으로 사라지는 듯하다. 이런 상황을 물리학자들은 위치의 '중첩'이라고 한다. 시공간은 전자와 같은 물리적 물체다. 따라서 시공간도 파동처럼 흔들리며 다양한 형태로  '중첩'될 수 있다. 시공간이 중첩되면 한 입자가 공간에서 널리 퍼질 수 있듯이 과거와 미래의 차이도 흔들릴 수 있다. 한 사건이 다른 사건의 전과 후 모두에서 발생할 수 있다. (고로 원인은 없다!)

아 요동이 아무것도 결코 결정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지만, 특정한 순간에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결정된다는 의미다. 그리고 이러한 미결정성은 다른 것과 상호작용할 때는 해소된다. 이런 구체화는 오직 다른 물리적인 물체와의 관계에서만 일어난다. 물리적인 물체가 아닌 모든 것과의 상호작용은 미결정성을 더 확산시킨다. 시간과 공간을 결정하는 중력장 역시 무엇인가와 상호작용 전에는 결정된 값을 가지지 않는 양자적 존재다. 시간은 중력장이 상호작용한 그 무엇을 위해서만 입자화 되어 결정된 값을 지니게 된다. 우주의 다른 것들에 대해서는 미결정 상태로 남는다.


시간은 더 이상 일관성 있는 하나의 캔버스가 아니라 관계들의 느슨한 망이 된다. 여러 시공간들이 파동처럼 요동치고, 서로 중첩이 가능하고 특정한 물체와 관련해 특정 시간에 구체화된다는 이미지는 우리에겐 모호하다. 그러나 양자 중력 세상은 그러하다. (아하! 그래서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누군가 문을 열어야만 거기에 있을 수 있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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