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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쑤 Feb 24. 2020

경계 너머

<색맹의 섬>을 읽고

지식의 지평이 넓어진 자리에는 반드시 타자가 들어온다.


지식이란 무엇인가? 다름아닌 전에 없던 단어이다. 

아이는 단어를 배우면서 알기 시작한다. 

사과~ 곰~ 다람쥐~


배움을 놀랍고 신기한 것. 

그림으로만 본 공룡을 아이는 사랑하게 된다. 

언어는 세계를 불러오고 구성한다. 

추상적 개념 역시 단어를 통해 배우게 되는데 

이는 정말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이는 저절로 동물과 식물을 구별하게 되며

개념을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새로운 생명체를 동물과 식물 어느 쪽에 넣어야 할지 안다. 

더 놀라운 일은 수학적 개념을 배우게 될 때이다. 

피타고라스 정리나 대수 법칙을 배울 때 우리는 고통을 느끼기도 하지만, 

몇 번만 들으면 무리없이 그것을 믿으며 그것을 사용해 다른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추상적 개념들 사이의 관계를 이용해 세상의 무질서를 깔끔하게 정리한다!


정신분석학자 클라인( M.Klein)은 지식에 대한 욕구는 애초에 엄마의 몸에 대한 탐험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영원히 소유하지 못하는 엄마라는 거대한 타자. 

아이가 두 발로 서면서 어머니는 세계로 대체된다. 


공부는 왜 하는가?

나의 알고자 하는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세계를 통제하고 사용하기 위해서, 

나를 실망시키는 어머니를 알기 위해서.


존재는 부르기 전엔 우리의 인식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다. 

다만 인식은 존재의 단서일 뿐이다. 

우리는 타인을 내 안으로 들이면서 

놀라운 일들을 경험한다. 

그와 맞잡은 손에서

그과 내가 자리바꿈하고

하나가 되었다가

다시 둘이 되는 과정을 겪는다. 

하지만 이제 나는 이전의 내가 아니다. 


나는 적극적으로 그에게 스며들어

그가 물들이는 것을 빨아들인다. 

이젠 너의 삶은 내 안에 구성된다. 

나의 세계는  무너지기도 했지만

다시 일어서면

새로 만나는 가장 비옥하고 새로운 

대지 위로 

새로 뜨는 태양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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